심판 유착 의혹과 안산의 해명, 그리고 남겨진 숙제

ⓒ 안산 그리너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최근 K리그2의 가장 큰 논란이 안산에서 발생했다.

안산그리너스가 심판과의 유착 의혹으로 홍역을 앓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K리그 심판과 안산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이후 팬들의 시선은 안산을 향해 있었다. 특히 심판과 관련된 논란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다. 제 2의 심판 매수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섞인 시선이었다.

그러자 안산이 나섰다. 2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최근 불거진 논란과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다.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 또한 오갔다. 의혹이 제기될 때부터 지금까지의 상황과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봤다.

갑자기 등장한 의혹, 일파만파로 커지다
의혹 제기는 23일 처음으로 등장했다. 한 구단 팬 커뮤니티에 ‘K리그 심판들 투잡의 실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 글에는 안산 구단과 A 심판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안산이 의료지원 업무협약을 맺은 B 회사의 대표이사가 A 심판이라는 것이었다. 팬 커뮤니티에서는 증거로 해당 회사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공개했다. 실제로 이 서류에는 A 심판이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의혹은 들불처럼 번져갔다. 커뮤니티에 등장한 의혹은 충분히 제기될 만한 사안이었다. 이후 한 매체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게다가 최근 안산은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팬들은 의심 섞인 눈초리로 안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의 해명 혹은 연맹 차원에서의 조사가 필요해 보였다.

시즌 초반 안산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 안산 그리너스 제공

약 열흘 뒤인 2일 안산 구단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안산 박공원 단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은 계약 경위와 의혹을 사게 된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계약과 관련된 서류 역시 공개했다.

안산 구단의 설명에 따르면 양 측이 협약을 맺게된 것은 올해 3월 11일이었다. 당시 안산은 지난 시즌 의료지원 후원사와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새로운 후원사를 찾던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B 회사 강남점이 후원 의사를 밝혔다. 이후 담당자들이 미팅을 가졌고 현장 실사를 거쳤다. 양 측은 서로의 조건을 만족시켜 최종적으로 협약을 맺었다.

후원의 세부 내용은 안산이 구단 스폰서의 권리사항을 제공하고 B 회사는 약 2천만원 상당에 달하는 선수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지고 프로축구연맹의 권고에 따라 양 측은 4월 27일 양자합의에 의해 계약을 해지했다. 안산은 추후 다른 의료지원 업무협약 회사를 찾을 계획이다.

왜 안산은 B 회사와 협약을 맺었나
안산은 B 회사를 선택한 이유로 장비와 인력, 이용 편의성을 들었다. 열악한 구단의 환경 상 재활치료 시스템을 구단 내에 구축하기 어려워 외부 회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안산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B 회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해당 협약은 B 회사의 강남점과 맺었지만 안산 선수들은 B 회사의 다른 지점을 이용할 수 있었다. 박 단장은 “대부분의 재활치료 센터가 서울에 밀집되어 있다. 우리와 협약을 맺은 것도 강남점이다. 하지만 B 회사가 안산 근처에 지점을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더욱 편리하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는 계약서 상에 명시되어 있었다. 안산 구단 측의 협조 하 열람한 계약서 제 6조 5항에 따르면 ‘B 회사는 프로선수가 재활치료를 위해 근거리에 위치한 지점 이용을 원할 시 이에 협조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 협약은 현금 후원이 아닌 현물 후원이었다. 2천만원 상당의 재활치료 서비스를 B 회사가 안산 구단에 제공하는 것이다. 안산 선수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B 회사의 가격표에 의거해 차감하는 형식이다. 만일 해당 금액을 다 소진한 이후 안산 선수가 서비스를 받을 때는 5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이 역시 계약서 상에 명시된 내용이었다.

유착 의혹 부인한 안산 “후원은 우리가 받았다”
안산은 심판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B 회사에 안산이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것, 그리고 협약을 추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A 심판과 접촉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주장에 대한 근거로 안산은 계약서와 협약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안산이 B 회사에 금품이나 현물을 제공한다는 조항은 없었다. 계약서도 마찬가지였다. 단 유소년 선수가 B 회사를 이용하거나 후원 금액을 초과한 이후 안산 성인팀 선수가 이용할 경우 5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는 조항은 있었다. 실제 이런 사례가 있을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안산은 “후원 금액은 초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이 해지됐고 유소년 선수가 B 회사를 이용한 사례는 없다”라고 밝혔다.

구단이 공개한 협약서 전문 ⓒ 안산 그리너스 제공

두 번째 주장은 양 측이 모두 “A 심판과 접촉이 없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안산은 “우리는 B 회사의 강남점과 협약을 맺었던 것이지 B 회사와 맺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계약서에는 B 회사 강남점 대표의 도장이 찍혀 있었고 이후 협약식과 계약해지 과정에서도 B 회사 대표 A 심판이 아닌 B 회사 강남점 대표의 서명이 있었다.

이는 B 회사의 각 지점이 가맹점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안산은 설명했다. B 회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지만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는 각자 독립된 사업자로 등록되어 운영된다는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안산은 자체 조사 결과 올 시즌 안산의 K리그2 경기에서 A 심판이 배정된 적이 없다는 것 또한 설명했다.

연맹 또한 A 심판과 안산이 관련 없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스포츠니어스>와의 통화에서 한 연맹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A 심판이 몰랐던 것이 맞다”면서 “조사 결과 안산과 협약식을 체결한 강남점 대표는 A 심판과 별개로 독립된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A 심판은 협약 당시에는 몰랐고 나중에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안산 “반성하는 계기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B 회사는 A 심판을 비롯한 K리그 여러 심판들과 관계 있는 업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도 있다. 안산과 B 회사의 협약은 사람들의 의심을 살 만한 일이었다. 이에 대해 안산은 “우리가 협약 과정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엄연히 계약서까지 쓴 협약이고 회사 간의 비즈니스다. 하지만 안산은 해당 업체에 심판이 관여하고 있고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번 협약은 현물 후원이기 때문에 상호 간 세금계산서 발행 등을 통해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는 것이 안산의 설명이었다. 후원을 받는 ‘을’의 입장에서 등기부등본을 요구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고 안산은 덧붙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안산 또한 미흡함을 인정했다. 박 단장은 “이번 사건은 우리 구단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지금까지는 후원을 받는다는 것에 감사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후원 협약 체결에 있어서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라고 말했다.

안산은 사회공헌활동과 적극적인 후원 유치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안산 그리너스 제공

향후 안산은 B 업체를 상대로 추가적인 대응은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계약을 해지하며 해지합의서를 작성했다. 박 단장은 “B 회사가 우리에게 좋지 않은 의도를 가졌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그 업체 역시 신생 업체이기 때문에 경력과 홍보가 필요했을 것이고 우리는 재활치료를 도울 파트너가 필요했다. 그 뿐이다. 그들의 선의는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움직인 연맹 “해당 심판 배정 정지”
해당 의혹이 제기되자 연맹도 움직였다. 연맹은 <스포츠니어스>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된 A 심판에게 배정 정지를 내렸다”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징계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지만 연맹은 “징계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징계라는 단어는 상벌위원회를 통해 결정됐을 경우 사용한다는 것이 연맹의 설명이었다. 이번 배정 정지는 심판위원회에서 결정했다.

몇 경기가 배정 정지인지 묻자 연맹은 “경기 수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든다. 구단과 협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배정을 정지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A 심판의 직업이 규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맹은 “배정 정지는 심판위원회의 재량으로 가능하다”라면서 “심판 행동 윤리 강령에 ‘심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접촉을 절대 하면 안된다’라는 문구가 있다. 시즌 초에 모든 심판들이 이 강령에 서명해서 제출한다. 이를 폭넓게 적용하면 배정 정지가 가능하다. 규정 상의 근거는 있다”라고 밝혔다.

안일함이 의혹 불러왔고 화 키웠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의혹은 안산과 B 회사의 계약해지와 A 심판에 대한 연맹의 배정 정지를 이끌어냈다. 안산은 무엇보다 선수들의 사기를 우려하고 있었다. 박 단장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는데 ‘매수’라는 단어가 나오며 승리를 폄훼당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과열된 인터넷 여론을 탓하기에는 안산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안일함이 화를 키웠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제기된 의혹은 일부 확대해석된 내용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설득력 있었다. 특히 K리그가 과거 심판 매수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구단과 심판의 접촉에 예민한 상황에서 협약을 맺은 것은 분명 신중치 못한 판단이었다. B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특수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양 측이 상황 파악 후 과감하게 계약을 해지했고 연맹 또한 이 일에 나섰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의혹을 제기할 만한 상황임을 인지했고 오해의 불씨를 제거하겠다는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이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초에 서로가 신중을 기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제 2의 의혹은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할 것이 생긴다. 심판의 겸업 문제다. 과거 심판 매수 사건부터 K리그 심판들의 처우 문제는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수당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심판이 다른 직업을 함께 가지고 있다. 물론 대한축구협회와 연맹은 심판이 지도자를 겸임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외의 직업은 허용하고 있다.

심판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는 축구와 연관지을 수 있는 직업 또한 있다. 스포츠용품업이나 B 회사와 같은 스포츠시설운영업이 대표적 사례다. 실제로 많은 심판들이 이런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제 2의 사례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아마추어로 범위를 확장하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신뢰 받는 K리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 스포츠니어스

물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여러 방법으로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렇다면 심판과 구단의 접촉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방지책을 연맹이 제시할 필요성 또한 있다. 안산 구단 관계자 역시 “조심스럽지만 연맹 등 상위 기관에서 우리와 같은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K리그 심판 매수 사건 이후 판정에 대한 신뢰는 상당히 무너졌다. 그리고 이후 연맹과 심판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보인다. 하지만 팬들은 이제 심판과 관련한 문제에 상당히 민감하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철저히, 그리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심판 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구계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이 사건을 ‘오해’라는 단어로 넘기려는 것보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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