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히튼과 건재한 포프, 재밌어진 번리의 키퍼 경쟁

번리, 톰 히튼, 프리미어리그
ⓒ 번리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수준급의 키퍼가 두 명이나 있어도 참 피곤하다. 얼떨결에 골키퍼 부자가 된 번리의 이야기다. 톰 히튼이라는 수준급의 키퍼를 보유해 온 번리였지만 올 시즌 닉 포프의 등장으로 두 명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누가 선택돼도 이상할 게 없는 경쟁이기 때문에 이 둘의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게다가 이 키퍼 경쟁의 결과를 다른 팀들이 관심 가질 이유도 충분하다.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여러 팀에 적지 않은 이슈를 던져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기억에 남는 히튼의 활약상
0-0으로 끝난 경기가 우리 기억 속에 오랫동안 머무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데도 지난 시즌 2016년 10월에 있었던 맨유와 번리의 리그 경기는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당시 슈팅 38개를 시도한 맨유를 상대로 고작 슈팅 7개로 맞선 번리의 싸움은 상당히 힘겨웠다. 그러나 결과는 공평하지 않게도 0-0이었다.

엄청난 공세를 그것도 맨유 원정에서 맞았던 번리가 끝까지 버텨낸 원동력은 11번의 선방을 기록한 톰 히튼의 공이 컸다. 이 경기를 본 팬이라면 쉽게 잊지 못할 정도로 톰 히튼의 활약은 굉장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데 헤아보다 톰 히튼이 먼저였다.

이 맨유전 이전과 이후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간 톰 히튼은 경기당 평균 4회의 선방으로 해당 부문 리그 2위에 오르며 지난 시즌을 마감했다. 강등권 팀 번리에서 36경기 49실점, 10경기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적어도 선방 능력만큼은 수준급으로 꼽힐 만했다.

그러나 상승세를 타던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7년 9월 10일에 있었던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착지 중 어깨 탈골 부상을 당해 6개월이나 치료에 매진했다. 잘 나가던 톰 히튼의 기세가 꺾였다. 그런 톰 히튼에게 많이 의지했던 번리로서도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한 순간이었다.

번리, 닉 포프, 프리미어리그
팰리스전 교체 투입돼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닉 포프 ⓒ 번리 공식 페이스북

단순히 대체자라 볼 수 없는 닉 포프
이 때 혜성같이 등장한 선수가 빈자리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올 시즌 번리의 주전 키퍼로 도약한 닉 포프다. 불과 세 시즌 전까지 EFL 리그 투(4부) 임대를 전전하던 닉 포프는 어느새 프리미어리그 팀 주전 골키퍼로 성장했다. 챔피언십(2부) 찰튼 애슬레틱 소속일 때는 입단 후 다섯 번째 시즌인 2015-16 시즌이 돼서야 찰튼 1군에 남아 후보 키퍼로 경쟁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엔 주전 기용도 쉽지 않아 보였지만 경쟁자인 스티븐 헨더슨의 어깨 부상으로 개막전부터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5-16 시즌 전반기 내내 팀 주전 키퍼로 활약한 닉 포프는 중반기에 부상을 회복한 스티븐 헨더슨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전반기 때의 좋은 활약을 계기로 후반기 때 다시 주전으로 복귀했다.

행운이 겹쳐 반년 동안 챔피언십 팀 주전 키퍼로 활약했던 닉 포프는 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번리의 관심을 계기로 상위 리그에 진출했다. 첫 시즌까지는 톰 히튼과 폴 로빈슨의 뒤를 잇는 3 옵션 골키퍼가 그의 자리였다. 그리고 폴 로빈슨의 은퇴 후 후보 키퍼로 올라온 것이 이번 시즌 개막 직전까지의 흐름이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발생한 톰 히튼의 장기 부상은 또 다른 기회를 줬다. 무려 프리미어리그 데뷔 기회였다.

부상당한 톰 히튼 대신 교체로 나온 팰리스전부터 좋은 활약을 보인 닉 포프는 5라운드 리버풀전부터 연속 선발 출전해 이번 시즌 번리의 돌풍을 주도했다. 올해 3월 초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대 득점 통계 대비 골 방어 횟수(실질적으로 골이 될 만한 슈팅을 막아낸 횟수를 의미한다. 단순한 선방 숫자보다 골키퍼의 활약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를 참고하면 9골을 막아낸 닉 포프는 14골을 막은 데 헤아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있다.

현재까지의 올 시즌 성적은 33경기 28실점, 12경기 무실점.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부터 건재한 닉 포프 탓에 톰 히튼은 부상에서 복귀했는데도 갈 곳을 잃고 5경기 연속 벤치에 머물러 있다.

재밌어진 번리의 키퍼 경쟁, 다른 팀들도 관심 가질 이유는?
기량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급의 두 골키퍼가 한 팀에 있다. 자연스레 골키퍼 영입을 노리는 다른 팀들이 군침을 삼킬 만한 상황이다. 번리의 두 키퍼에게 이미 골키퍼 영입을 원하는 다른 팀들의 시선이 모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들은 번리가 남은 리그 일정에서 누구를 선발로 쓸 지의 여부부터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두 골키퍼가 다음 시즌에도 같이 번리에 있을 확률은 낮다. 두 골키퍼 다 프리미어리그 어느 팀에서 주전을 맡아도 이상할 게 없으므로 경쟁에 밀려 출전 기회에 불만이 생긴 쪽이 타 팀 이적을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 팬으로서 보기에도 두 선수 중 한 선수가 후보 키퍼로서 희생하는 모습은 매우 안타깝게 비춰진다.

이적료 수익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포지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채 골키퍼에만 양질의 선수 두 명을 보유하는 것은 번리에게 비효율적이다. 이대로면 주전 키퍼와 후보 키퍼의 격차가 거의 없으므로 한 선수를 이적시킴으로써 오히려 그 수익을 전력 강화, 선수층 충원 등 팀에 더 이로운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번리가 다음 시즌 누구를 주전 키퍼로 생각 중인지는 남은 리그 두 경기에서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리가 다음 시즌을 위해 미리 점찍은 주전 키퍼는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두 키퍼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팀들도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다.

두 번리 키퍼의 재밌어진 주전 경쟁을 다른 팀들도 관심 가질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이 가능성을 참고하면 두 키퍼가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벌이게 될 주전 경쟁의 상황을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그동안은 톰 히튼의 부상 복귀 후에도 닉 포프가 주전으로 선택 받았지만 톰 히튼이 한 달이나 확실한 복귀를 위한 준비를 마친 지금이 번리의 선택에 가장 초점이 맞춰질 시기일 것이다. 두 선수의 경쟁이 아주 흥미롭다. 다음 시즌에 두 선수는 같은 팀 그라운드와 벤치에서 함께 할까. 서로 다른 골문을 마주하며 선방 맞대결을 갖게 될까.

stron1934@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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