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작은 마을 진건읍 아이들의 ‘티키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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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지난 여름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연히 한 초등학교 축구부의 연습경기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대략 10분 남짓 길이의 영상이었는데 보는 내내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개인의 실력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어린 선수들이 조직의 개념을 이해하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특유의 패스플레이를 일컫는 ‘티키타카’가 연상될 정도였으니까요.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특별한 지도법이라도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그 복잡함을 어린 선수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키고 있던 걸까요. 경기도 남양주의 작은 마을 진건읍에 위치한 진건초등학교 축구부는 최근 5년간 칠십리배와 화랑대기를 비롯한 갖은 대회에서 우승6회, 준우승5회 등의 성적을 거두며 유소년 축구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완연한 봄기운이 찾아온 지난 4월 이문선 감독을 만나 진건초만의 특별함과 비결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2018 칠십리 춘계 전국유소년 축구연맹전에서 2연패를 달성하면서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준비 과정은 평소와 똑같았습니다. 다만 대회 도중 어려움이 있었어요. 대회 초반, 준비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거였죠. 추구하는 스타일을 경기장에서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어려움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는 그냥 쉽게 전방으로 때려놓는 축구를 하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더라고요.”

“준결승부터 준비했던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선수들이 경기와 승리를 거듭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거죠. 우승도 우승이었지만 겨우내 착실히 준비했던 부분 그리고 우리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긴 축구를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이끌어내서 저희도 짜릿했어요. 과정보단 결과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많이들 우려하셨는데 저희의 경쟁력을 증명해낸 거 같아 행복했어요. 물론 그 분들이 틀렸고 저희가 옳았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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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매년 선수 구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빌드업 과정을 어떻게, 어떤 루트에서 시작할 지도 매년 달라집니다. 전술의 기본 색깔은 그대로 가져가되 상황에 맞춘 플레이에 기반을 새롭게 세우죠. 나머지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수정합니다. 선수와 지도자 전체의 합을 매년 새롭게 찾아가는 거죠. 저희 스타일은 하향식 지도가 불가능해요. 때문에 지도자들은 하나의 시스템이 아닌 수많은 상황을 준비합니다. 그 중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시스템은 더 발전시키고 안 되는 건 포기하거나 빠르게 대안을 찾았습니다.”

“매년 여러 상황을 준비해 대응하기 때문에 저희들의 스타일이 주목받는 것 같아요. 작년엔 (민)지훈이 같이 개인 능력, 축구 센스가 특출했던 선수가 있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 시즌 전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훈이와는 또 다른 그리고 다른 의미로 현재 진건초 스타일에 더 부합하는 선수들이 있었죠. 덕분에 저희도 선수들의 성향과 능력을 파악하고 시즌 운영을 구상해 현재 선수단에 맞춰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칠십리배 우승팀 자격으로 일본 기후현에서 펼쳐진 유소년 축구대회에 출전했고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훌륭한 유소년 시스템을 갖춘 일본과 맞붙어 느낀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경기 운영에 대해선 나름 차별화된 방법으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일본에서 가시와 레이솔 U12팀과 시합을 했는데 디테일에서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부분적으로 저희보다 훨씬 세밀했죠. 초․중․고 그리고 성인팀까지 같은 시스템과 전술, 하나의 색깔로 팀을 운영한다고 하던데 지도자로서 일본의 이런 시스템은 굉장히 부러웠습니다. 분명 배워야하는 부분이고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우리만의 축구시스템을 정착시킨다면 훌륭한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나오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경기 전만해도 학교팀이라는 이유로 저희를 얕잡아보더라고요. 그래서 경기장에서 혼쭐을 내줬습니다. 기본기와 개인기량은 저희가 부족했지만 선수들의 정신과 승부욕, 피지컬은 초등학교에서도 확실히 앞서있었어요. 때문에 앞서 말한 시스템 정착을 통해 기술의 간극을 줄여나갈 수만 있다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희 같은 유소년 지도자들이 지도방식에 더욱 확고한 색깔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요. 이런 색깔이 결국 선수의 디테일을 만들어내고 이게 성인이 됐을 때 차이와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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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해도 소위 괴물이라 불리는 선수들이 매년 한명씩 나왔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 선수가 있던가요?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아시아의 맹수가 아닙니다. 우리가 못한다는 말이 아니에요. 그만큼 다른 나라들의 상대적인 발전 속도가 정말 빨라요. 유소년 시기가 선수의 성장을 결정한다는 게 결코 과언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축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지도자만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와 협회, 연맹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축구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환경을 뛰어넘는 선수들 개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아요. 축구 전반의 인프라가 커져야 좋은 선수들이 발굴되는 환경이 되었어요. 때문에 축구 전체의 풀이 커진다면 지금의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년별 운영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저학년은 우선 취미반에서 운동을 시작합니다. 축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감독인 제가 직접 지도하죠. 작년에 대한축구협회 ‘프리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저희가 맡아 진행했었습니다. 그 덕에 어떤 훈련이 아이들 실력향상에 효과적인지 객관적으로 알게 됐어요. 이를 토대로 저학년 아이들은 기본기와 테크닉 등 개인기량 향상에 초점을 두고 지도합니다.”

“3-4학년이 되면 개인에서 동료를 활용하고 팀 단위로 움직이는 조직적인 부분을 배우게 됩니다. 그 중에 재능이 보이는 친구들은 엘리트반으로 올라와 전문선수의 길을 밟습니다. 고학년은 수석코치의 지도아래 부분전술, 팀전술 훈련을 진행합니다. 올해부터 실력이 좋은 4학년 친구들도 고학년팀에서 훈련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월반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어요.”

“이처럼 학년별로 팀을 운영하는 방법엔 차이가 있지만 저희 지도자들은 축구에 대한 아이디어가 하나로 같아요. 때문에 전학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고 전술과 훈련 피드백에 대한 상하전달도 수월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고학년이 됐을 때 훈련과 다음 단계로의 진행에 속도가 붙게 되고 결과적으로 아이들 실력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1CGvv_5WYts

작년 소셜미디어에 게시 된 영상이 화제가 됐었어요. 바로 진건초의 연습경기 영상이었는데요. 초등학교 선수들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직적인 플레이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도 처음엔 ‘패스 앤 무브’에 확신이 없었어요. 5년 전쯤으로 기억합니다.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해 자축하고 있었죠. 그런데 모 중학교 지도자 선배님께서 ‘뭐하는 거냐. 상대 실수로 운이 좋아 승리했지 너네가 만든 플레이가 어떤 게 있느냐’고 따끔하게 질책하시더라고요. 상당히 충격이었죠. 그 후 수석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반신반의하면서 ‘패스 앤 무브’ 지도에 밤낮으로 매달렸습니다. 디테일에서 차이가 필요했고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려 노력했어요.”

“한동안 결과보다 색깔을 입히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처음엔 쉽지 않았죠. 다른 지도자들을 비롯해 부모님들도 계속해서 의문을 보였어요. 때론 저희들도 이상만을 좇는 게 아닐까하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하려는 축구가 어떤 축구인지 또 이 축구가 왜 필요한지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고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기를 기다렸어요.”

“다행히 그런 눈높이 지도방식이 통했는지 두 달 만에 성과가 나왔어요. 결과를 보며 든 생각은 ‘초등학교 레벨에서도 이런 플레이가 가능하구나’ 였습니다. 우리나라 유소년 지도자들이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 팀만의 색깔을 내려 노력하고 강단 있게 밀어붙인다면 과정에 따라 필요한 시간이 차이가 있겠지만 분명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유소년 선수들도 틀에서 벗어난 축구를 할 수 있게 되고 창의적인 선수들도 지금보다 더 많이 등장할 거라 확신해요.”

하지만 선수들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조직적인 움직임이나 팀플레이를 제대로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을 거 같아요. 그런 제한적인 상황은 어떻게 극복했나요.
“제일 중요한 건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거예요. 조직적인 움직임에 대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전술과 움직임에 대한 제 생각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전달했습니다.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더라고요. 이를 통해 되는 부분은 더 발전시켜 나갔고 안 되는 건 포기하거나 빠르게 대안을 찾았죠. 코치진과 함께 선수가 스스로 생각하는 환경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맞췄어요.”

“그래서 많게는 5~6개의 가짓수를 제공해 상황에 따라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지도했습니다. 가장 큰 효과는 아이들이 축구의 본질을 깨닫고 스스로 무기를 만들게 된다는 거예요. 상황에 따른 대응을 한 개에서 두 개 나아가 세 개로 늘리게 되면 선수의 능력은 저절로 커져요.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항상 상황대응에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그러다보니 이 부분을 지도하는 아이들에게 강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도의 방향성도 여기서 저절로 생겨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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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건초만의 최대 강점은 무엇인가요. 또 어디에 중점을 두어 선수들을 지도하나요.
“가장 큰 강점은 아이들이 축구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경기장에서 움직인다는 거예요. 이건 지도자와 선수가 서로 강한 믿음과 신뢰로 쌓여있기에 가능한 부분이죠. 저희들의 지도 철학이 바로 인내입니다. 그동안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건 기다림이 없으면 될 것도 절대 안 된다는 거예요. 지도자의 인내가 선수들에겐 신뢰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전술적으로는 공간에 대한 이해와 ‘체크’를 수도 없이 강조했어요. 포지셔닝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체크의 이유는 패스할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수비와의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볼을 어떻게 잡아 놓을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 선수들은 이 대답이 자동으로 나올 정도에요. 축구를 발로 하듯 체크는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선수들에게 수도 없이 강조하는 이유죠. 체크를 통해 여유가 생기면 선수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까지 키울 수 있어요.”

“진건초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부분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초등학교 레벨에서 저희 같이 전술과 플레이에 명확한 색깔을 갖고 있기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죠. 최근 유스팀 진학을 꿈꾸는 선수와 학부모의 수가 늘면서 학원 축구가 위기에 빠졌어요. 경쟁력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우리만의 색깔로 유스팀에 대항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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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외적인 진건초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지도자 세 명의 축구에 대한 아이디어가 완전히 똑같다는 거예요. 서로의 관계를 감독과 코치가 아닌 개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전달과 소통도 그만큼 원활하죠. 감독이라고 권위 의식을 갖거나 의견이 달라 충돌하는 경우가 전혀 없습니다. 지도자 세 명이 각자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하나로 만들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끈끈함이 생기고 이 부분이 선수들에게도 믿음으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때문에 연습경기나 대회에서 포메이션, 팀 전술 등 경기 준비 과정도 원활해요. 추구하는 스타일이 같으니 선수들을 지도하는 과정도 수월해지고 그만큼 선수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학년별로 선수들을 따로 지도하고 있지만 선수들의 현재 능력 파악과 앞으로의 단계에 대해 코치진끼리 항상 대화로 발전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선수시절 감독님은 어떤 선수였나요.
“저는 그저 운동만 열심히 하는 선수였어요. 부족한 점이 정말 많았죠. 정보가 거의 없는 시절에 운동을 했기 때문에 선수로서 필요한 능력을 고민조차 할 수 없었어요. 은퇴 후 돌이켜보니 경기 운영능력에서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정확히는 주변에 대한 인식이었죠. 그저 수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만 배웠는데 그땐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몰랐어요.”

“추가적인 설명을 하자면 주위 인식은 생각만큼 단순한 개념이 아니에요. 내가 어떤 포지션에서 어떻게 주위를 살피고 또 어느 지역으로 공을 전달할지 그리고 제 2동작과 재차 공을 받기 위한 포지셔닝까지 함축된 의미죠. 이 부분을 조금 더 고민하고 공부했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진건초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오늘날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죠. 선수시절 어떤 능력이 부족했는지를 스스로 깨달으니 지도의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저 제 경험을 진건초 아이들에게 전달하려 열심히 노력하는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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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건초 축구부 1회 졸업생인데 23년이 지난 현재는 지도자가 되어 진건초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요. 감회가 새로울 거 같습니다.
“당시 같이 운동했던 동기, 후배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고 있어요. 진건초가 발전하고 있는 모습에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죠. 모교의 지도자로서 어느 정도 반열에 올라선 지금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여기까지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올라왔거든요. 하지만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해요. 팀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죠.”

“많은 분들께서 좋게 평가해주시지만 개인적으로는 진건초가 아직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스스로 여기에 만족하며 끝이라 생각한다면 제 발전도 거기서 멈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스스로 항상 부족하다 생각하고 있고 제 선수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더 많이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연구하는 중입니다.”

주변을 보니 축구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에요. 하지만 어린 선수들 입장에선 놀 거리가 없어 괴로울 거 같습니다. 선수들이 이런 환경에 불평하지는 않나요.
“불만 섞인 소리는 딱히 못 들어봤어요. 사실 주변 환경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선수들이 따지는 부분이에요. 초등학교 아이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아요. 그저 학교가 끝나면 빨리 축구하고 싶어 할 뿐이죠. 그만큼 원초적이에요. 본인들이 좋아하는 걸 하니까 불만이 없는 시기죠. 저희는 야간운동을 주 2회 실시하는데 어쩌다 한 번 안하는 날엔 아이들이 난리가 나요. 왜 안하냐면서요.”

“아이들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아세요? 주말이 되면 부모님들은 아이들 손잡고 근교로 나가서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 하시잖아요. 근데 동네에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또 축구를 할 정도에요. 비오는 날 혹여나 감기 걸릴까 쉬자고 말하면 이 정도 비는 맞아도 괜찮다면서 비명을 질러대요. 이럴 때면 그래도 저희 지도자들이 아이들이 힘들어 할 수도 있는 운동을 오히려 좋아하고 즐기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함이 느껴져요.”

진건초 축구부가 괄목할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지역 인기스타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후원도 받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행사에 참가해 진건초 축구부를 홍보하는 등 나름 최선을 다했어요. 그 덕에 지금은 동문회와 진건체육회에서 후원금을 받게 됐어요. 다들 축구를 좋아하시고 그만큼 진건초 축구부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십니다. 지역 상권에서 후원금을 받아 전달해주셨고 심지어 전지훈련비용도 지원받았죠.”

“운동장 보수 공사로 훈련에 제한이 생겼을 때 남양주 축구협회장님이 훈련장을 제공해주셨고 운영위원장님이 도와주신 덕에 최근 운동장에 잔디를 새로 깔았습니다. 교장선생님도 축구부에 많이 힘써주고 계십니다. 일단 지도자들을 강하게 신뢰해요. 시간이 날 때마다 대회에 찾아와 응원해주시고 사비로 선수들 간식도 사다주세요. 이처럼 축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분들을 만나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그저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교내의 주목도는 어떤가요. 선생님들과 일반학생들도 오가며 응원을 보내주시나요.
“사실 감독으로서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축구부 때문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수업을 빼거나 시간을 할애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조심스럽고 예민한 부분이에요. 대신 많은 지역주민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와주세요. 소년체전 예선전이 펼쳐지면 적어도 200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아와 응원해주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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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에서 주목받고는 있지만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축구 이전에 학교가 있다는 거예요. 때문에 지도자로서 훈련장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해 아이들이 운동도 학교생활도 열심히 한다면 그리고 이로 인해 선생님들에게도 인정받는다면 그 분들도 경기장에 더 자주 찾아오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간혹 가다 교실 창문을 통해 저희가 훈련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요. 선생님과 학생들의 관심을 운동장으로 이끌어내는 건 결국 저희들에게 달린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축구외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이 분들도 자연스럽게 경기장으로 찾아오시지 않을까요?”

축구명문 지도자들과의 지략 대결은 선수들만큼 치열해 보입니다.
“명문팀들과 경쟁이 되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에서만큼은 항상 승리하고 싶어요. 직접 가르치는 선수들이고 동시에 지도자이기 때문이죠. 다른 지도자 선배님들을 라이벌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지도자입니다. 오히려 다른 초등학교 지도자 선배님들께 더 많이 배우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 선배님들의 나이가 됐을 때 그보다 조금 더 좋은, 조금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되길 바랄뿐입니다.”

지도한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시나요.
“축구를 시작한 이상 선수로서 큰 성공을 거뒀으면 좋겠어요. 진건초를 졸업한 우리 아이들은 훗날 성인이 됐을 때 분명히 느끼게 될 거예요. ‘아 그때 진건초에서 배운 축구가 내 축구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라고요. 저희가 가르치는 내용이 성인이 됐을 때 다시 배우기엔 이미 늦는 것들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론 시간이 지나도 저희를 기억해주고 명절에 한 번이라도 전화해주는 그리고 선수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몇몇 졸업생 부모님들이 찾아오실 때가 있어요. 여기서 잘 배우고 졸업해 중학교에서도 어려움 없이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지도자로서 굉장히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이번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작년에도 초반 성적은 좋았어요. 하지만 시즌 말미엔 저희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죠. 저희는 그 실패의 이유를 지도방법에서 찾았습니다. 작년에 뼈아픈 경험을 했기에 올해는 다를 거라 기대해요. 전술과 대응에서 좀 더 세밀해지는 방법을 찾아 작년의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겁니다. 칠십리배 우승으로 들떠있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주말리그와 화랑대기에서 전 연령대 동반우승을 차지하고 싶어요. 진건초만의 뚜렷한 색깔을 경기장에서 확실하게 드러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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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진건초에 있는 동안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축구를 배웠다면 어느팀에 가더라도 실력을 인정받는, 보증수표가 되는 선수들을 육성하고 싶어요. 저는 유소년을 지도하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운동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동시에 유소년 지도자로서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언젠가는 성인팀을 지도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장은 유소년 육성에 관심이 가요. 과거에 비해 어린 선수들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유소년 육성법을 연구해 그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최종목표에요.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의 시스템과 기반을 새롭게 하는 역할을 제가 맡았으면 좋겠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유소년 지도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된 훈련은 생각보다 평범했습니다. 몇몇 상황을 제외하면 감독과 두 코치는 또한 최대한 말을 아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라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장은 고요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때로는 어린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훈련에 따라 대비되며 훈련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이따금 훈련이 중단되어 체크의 중요성이 강조될 때면 선수들의 눈빛은 매섭게 변했습니다. 서로의 플레이를 지적하고 대화하면서 해답을 찾아내는 모습은 여느 프로선수들 못지않았죠. 훈련 중 감독이 다가와 “우리 아이들 어때요? 정말 잘하죠?”라 묻는 대목에선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특별한 훈련법은 없었지만 진건초의 축구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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