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 무궁화 제공

[스포츠니어스|아산=조성룡 기자]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현진건 작가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김첨지는 숨을 거둔 아내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29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아산무궁화와 광주FC의 경기에서도 많은 아산 팬들은 이 대사가 생각났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마 죽은 아내 대신 김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산은 광주에 1-2로 패하며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경기력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아산은 광주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발휘했다. 문제는 득점이었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 김현은 수많은 기회를 잡고도 이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김현의 부진이 무엇보다 뼈아팠던 한 판이었다.

김현은 전반 6분 처음으로 기회를 잡았다. 스스로 만든 페널티킥에서 직접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김현이 날린 슈팅은 광주 윤보상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4분 뒤인 전반 10분에는 결정적인 헤더 슈팅을 날렸다.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골이라 예상했지만 공은 광주의 크로스바를 강하게 맞고 튀어 나왔다.

두 차례의 결정적인 장면을 놓친 것은 아산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광주는 두 골을 몰아넣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김현의 골이 일찍 터졌다면 아산은 조금 더 편안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회를 놓쳤다. 이는 결국 광주에 기회로 넘어왔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아산은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경기를 스스로 어렵게 만들었다.

후반 32분 김현은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이주용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절묘하게 올려준 공이 김현을 향해 날아왔다. 그는 발을 갖다대며 슈팅을 날렸지만 하늘로 붕 뜨고 말았다. 그는 잔디 위에 드러누워 허공을 쳐다봤다. 아쉬움이 커 보였다. 이후에도 고군분투 했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김현은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 올 시즌 마수걸이 골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아산은 김현의 활약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아산 박동혁 감독 역시 "열심히 하려는 모습은 좋았지만 스트라이커는 결국 공격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명확하게 김현의 부진을 지적했다.

물론 지금 가장 답답한 것은 김현 본인일 것이다. 박 감독은 "김현이 표현을 시원하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로 느낄 수 있었다. 김현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전역 후에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국내 선수로 구성되어 있는 아산이라는 팀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역 후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즐비한 비군경팀으로 가야한다. 경쟁력을 지금부터 보여줘야 한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그리고 지난 시즌 김현은 아산에서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기억 또한 있다. 이제 그의 전역은 반 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김현은 김첨지의 아내와는 다르다. 언제든지 설렁탕을 떠먹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남아있다. 김현 자신을 위해서도, 아산을 위해서도 그 한 숟가락과 같은 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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