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남의 일이 아니다. 남과 북 두 정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화해와 평화를 말했다. 통역 없이 진행됐던 회담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으며 두 정상은 한 문서에 함께 사인했다. 2018 '판문점 선언'이다.

지난 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에 관한 내용이 주된 골자다. 더불어 체육계에도 주목할 만 한 문장이 담겨있었다. "민족공동 행사를 추진하고 국제경기에 공동으로 진출"이라는 내용이다.

아시안 게임 단일팀 여부와 함께 남북공동 행사의 일환으로 문화와 체육 분야가 거론되고 있다. 축구계가 기대할 수 있는 행사는 남북통일축구대회 또는 서울과 평양에 자리 잡은 축구팀의 경기, '경평축구'의 부활이다.

2월 11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먼저 '경평축구'를 제안했고 최휘 북한 국가체육위원장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경평축구 부활' 메시지를 전달했다. 남북 간 추가 협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문화·체육·예술 분야의 교류에 관한 논의가 먼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0라운드가 열리기 전 육군팀 상주상무를 이끄는 김태완 감독과 FC서울을 이끄는 황선홍 감독은 남과 북의 화해 무드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긍정적인 시선 속 바탕에 있는 내용은 기대감이다. 축구가 남과 북의 화해 무드를 넘어 더 가치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35년 4월 13일 당시의 경평축구대항전 ⓒ 서울역사편찬원

경평축구의 대표로 거론되는 팀은 단연 FC서울이다. 서울에는 서울이랜드FC와 중랑축구단, 서울유나이티드 등이 존재하지만 이 네 팀 중에서 경평축구를 추진한다면 FC서울의 참가가 유력하다. 비록 화해와 평화의 장을 여는 행사일지라도 축구에 담겨있는 남과 북 수도의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온 나라가 주목한 만큼 FC서울 황선홍 감독도 남북 정상이 전한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황 감독은 "선수 때도 평양에 간 적이 있다. 스포츠로 화합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 종목이 축구라면 더욱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가 (평화의) 메시지가 되면, 잘 되고 우리가 평양까지 오갈 수 있다면 축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남과 북의 축구팀 경기가 열리면 성격상 '더비 매치'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 '더비 매치'에 또 빼놓을 수 없는 팀이 있다. 바로 국군체육부대가 운영하는 상무팀이다. 상무의 남자 축구팀은 상주에 자리를 틀고 있다.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이 북한팀과 맞붙어도 묘한 경쟁의식이 담길 수 있다.

상주상무를 이끄는 김태완 감독은 "그보다 우선 통일이 되는 게 가장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일단 신중론을 꺼냈다. 그는 "당장은 상무팀이 교류하는 일은 힘들 것"이라면서도 "북에도 4.25체육단 등 군팀이 많다"라며 "성사된다면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황선홍 감독과 김태완 감독은 남북 화해 무드와 체육계 교류에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경평축구와 더불어 국군과 인민군의 축구판 '남북 더비'가 남과 북의 교류를 두텁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김태완 감독은 "한국축구가 더 밝아지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1935년 4월 13일 당시의 경평축구대항전 ⓒ 서울역사편찬원

한 축구계 관계자에 의하면 "남북 축구 교류에 눈독 들이는 팀들이 더 있다"라고 한다. 남과 북의 축구 교류가 얼어붙은 K리그에 시선을 모을 수 있을까. 이날 FC서울과 상주상무의 경기에는 총 유료관중 7,143명이 모였다. 6만 6천 석의 거대 경기장은 다소 공허한 모습이었다.

평창올림픽이 북한을 초대하며 시선이 모였던 만큼 FC서울이 4.25체육단을 초대하면 이 경기장에도 다채로운 모습의 관중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상주시민운동장에도 사람들이 모여 이들의 축구 경기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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