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고정운, “승점 자판기 소리에 자존심 상해”

안양 고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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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상대팀이 와서 승점 3점 거저 가져간다고 하면 화가 나지.” 2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난 FC안양 고정운 감독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양은 3무 5패를 기록하며 올 시즌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K리그1과 K리그2 통틀어 올 시즌 유일한 무승 팀이다. 더군다나 이번 경기 상대는 올 시즌 4승 4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성남FC였다. 경기 전부터 성남이 손쉽게 안양을 제압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전 만난 고정운 감독은 “상대가 와서 승점 3점을 거져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난다”고 밝혔다.

안양 상황은 좋지 않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나 올 시즌 전략 강화를 위해 집중했던 좌우 풀백은 전멸 상황이다. 이상용과 주현재, 김영찬, 채광훈 등이 모두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채광훈은 지난 경기 퇴장으로 징계 중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부상을 당했다. 고정운 감독은 “경기에 나설 18명을 뽑으려고 했는데 살펴보니 쓸 수 있는 선수가 19명뿐이었다”면서 “없는 걸 쥐어 짜내서 경기를 할 계획이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엔트리에 넣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날 고정운 감독은 포백을 포기하고 스리백으로 경기에 나섰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공격수 정재희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하는 모험을 두기도 했다. 이 역시 고민 끝에 선택한 수였다. 고정운 감독은 “정재희는 복잡한 가운데에서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측면에서 단순하게 하는 걸 좋아한다”면서 “풀백 자원이 없어 누군가는 이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그래도 정재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스리백의 윙백 자원으로 정재희를 기용했다”고 말했다. 고정운 감독은 “김영찬까지 부상을 당해 사실상 수비진이 전멸 상태다. 중앙 수비는 김형진 한 명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정운 감독은 올 시즌 원하는 선수들로 선발 명단을 꾸릴 수 없었다. 그는 “핑계일 수도 있지만 부상 선수가 너무 많다. 동계훈련부터 썼던 선수들을 한 번도 구색을 맞춰 경기에 기용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다 다치고 그런 게 아니라 경기 전날 훈련하다 다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현재는 개막 하루 전 아킬레스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고 김태호는 부상에서 회복돼 이틀 운동하고 경기에 나섰다”며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 줘야 하는 베테랑들이 부상을 당해 타격이 더 크다”고 한숨 지었다.

이 경기에서 안양은 올 시즌 줄곧 골문을 지켰던 전수현을 빼고 정민기를 투입했다. 전수현은 올 시즌 성남전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던 선수였다. 지난 서울이랜드전에서는 치명적인 실수로 결승골을 허용했고 지난 라운드 부산아이파크전에서는 세 골을 내줬다. 하지만 고정운 감독이 전수현 대신 정민기를 투입한 건 질책성 교체는 아니었다. 고정운 감독은 “22세 이하 선수들을 한 명은 넣어야 한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22세 이하 골키퍼인 정민기를 투입하게 됐다”며 “전수현이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해줬다. 질책성 교체는 아니다. 한 템포 쉬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고정운 감독은 “부상도 감독 책임이지만 생각지도 않게 일어난 부상이 너무 많다”며 “우리 팀이 내가 부임하기 전인 지난 시즌 최다 실점이어서 올 시즌 부임한 뒤 수비 강화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요즘은 매일 출근하면 누가 다쳤는지부터 확인한다. 답이 안 나온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고정운 감독은 “22세 이하 선수를 투입하지 않고 두 명만 교체할까도 고민했다”면서 “남들은 ‘안양하고 경기하면 승점 3점 거저 가져간다고’도 하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는 것 이상의 감정이 든다. 선수들에게도 심리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나 역시 억누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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