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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한국 프로 스포츠 전반에 깔린 정서가 있다. 프로 스포츠는 성적을 내야 한다. 성적을 내면 팬들이 찾아온다. 경기장에 팬들이 몇 명 왔는지는 프로 스포츠 인기의 중요한 지표다. 관중 수익과도 직접 연관되는 '성적 마케팅'은 프로 스포츠 구단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기조다.

해마다 거듭되는 K리그 위기설 중심에는 성적과 관중 동원 부진이 빠지지 않는다. "성적이 떨어지면 팬들은 팀을 떠난다." 그래서 팬들과 언론은 투자를 외친다. "축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더 많은 관중을 동원하고 금전적 이익을 거둬라. 선수에게 투자하고 지도자 양성에 투자하라. 투자와 성적이 곧 K리그의 부흥과 국가대표팀의 성적을 '캐리'해줄 것이다."

이 전제를 뒤집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그리고 이 전제를 무너뜨리고 싶었던 계기는 얼마 전 이주헌 해설위원이 한 매체와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 때문이다. 인터뷰 내용의 큰 기조는 이 위원의 K리그 사랑과 인터넷 방송 활동, 국가대표와 K리그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중에서 이 위원은 "K리그는 실패한 리그다. 개편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고 해당 매체는 이 발언을 인터뷰 기사의 제목으로 꼽았다.

K리그의 위기는 매년 나오는 단골 소재다. ⓒKBS 뉴스 캡쳐

정확히 '무엇을' 개편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K리그 개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내가 동의하는 개편은 리그 시스템, 혹은 팀을 없애거나 재창단하자는 쪽이 아니다. 리그 구조를 바꾸는 일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리그를 더 깊은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2013년 도입한 K리그 승강 체제와 스플릿 라운드 시스템을 평가하기에 5년이란 시간은 매우 짧다. 역사를 평가하려면 적어도 한 세대가 지나는 30년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K리그 22개 구단은 각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썩은 열매를 맺는 나무에는 죄가 없다. 나무 주인에게 죄가 있을 수는 있어도.

구조와 시스템을 자주 바꾸는 리그는 정착할 수 없다. 리그를 소비하는 팬들에게 혼란만 준다. 1997년부터 거의 2년 간격으로 선수 선발 기준을 뜯어고치는 프로농구연맹(KBL)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들은 막강한 활약을 펼치는 외국인 선수를 경계하면서 특정 팀의 독주를 막으려 애썼다. 외국인 선수의 신장을 제한하기도 했고 드래프트 제도의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다. 현재 KBL은 같은 계절에 열리는 프로배구리그(V-리그)보다 시청률에서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우지원, 문경은, 이상민, 서장훈 등이 지배했던 코트엔 낯선 외국인들의 이름만 보인다.

오랜 시간 이 땅에 자리 잡은 'K리그 위기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줄어드는 관중, 곳곳에서 드러나는 비리 소식은 K리그 소비자들의 힘을 쭉 빼놓기 일쑤다. 그래서 판을 갈아엎자는 얘기도 나왔다. K리그는 실패했다며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담론이 발전하려면 여기서 의문을 던져야 한다. K리그를 완전히 뜯어고치고 새로운 리그가 출범한다고 이 위기가 없어질까? 그 갈아엎자던 판은 K리그와 축구단을 의미하는 걸까? 혹은 리그 운영자들을 의미하는 걸까?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인가? 그렇게 시스템과 구조, 인사를 조정하면 K리그는 이 땅에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고심 끝에 해체를 결정'이라는 표현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이 질문들에 그럴듯한 의견을 내는 사람은 적다.

지금까지 우리는 K리그와 구단을 향해 '프로페셔널'을 강조했다. 돈을 들여 실력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야 하고 꾸린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투자와 수익을 이야기했다. 이는 곧 투자 대비 비용이라는 측면으로 구단들에 호성적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성적을 기준으로 한 모기업과 지역의 홍보 효과, 더 많은 관중 동원과 수익 창출이라는 요구사항을 강요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성적이 좋아야 돈도 더 끌어모을 수 있다고, 돈을 더 잘 쓰면 더 좋은 성적도 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의식은 갈수록 줄어드는 관중 혹은 K리그 인기나 존폐위기를 이야기할 때 바탕이 되는 전제이기도 하다.

K리그는 의식의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K리그는 '프로페셔널'한 축구 리그로서 팀의 성적과 수익 모델을 최우선으로 의식한다. 이 전제를 깨고 싶다. K리그는 '사회공헌 활동'으로서 다가가야 한다. 이미 각 구단이 만들어놓은 수익 모델과 관중 동원 모델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단지 K리그 구성원들의 의식 개선을 얘기하고 싶다. K리그를 돈과 성적에서 끄집어내야 한다. '우리는 프로 스포츠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일종의 정신승리를 하자는 이야기다.

K리그의 위기는 매년 나오는 단골 소재다. ⓒKBS 뉴스 캡쳐

기업 구단의 모기업은 나라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

이미 기업 구단은 이를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다. 종목 관계없이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는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시·도 지자체보다 손익에 민감한 조직은 기업이다. 그런 대기업들이 30년 가까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이유는 사회공헌 말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프로 스포츠의 탈을 쓰고 있으나 그들이 하고 있는 건 사회공헌 활동이다. 그들은 쓸 수 있는 만큼의 금액을 쓰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사회공헌의 최종 목적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수급이다.

기업 구단의 모기업을 생각해보자. 전주나 경상지역, 수도권에 둥지를 튼 현대, GS, SK 그룹 등 대기업은 그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기업이 아니다. 그들은 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이다. 그들의 목적은 대표급 선수들의 수급이다. 대한민국을 빛내야 하는 기업이기에 대한민국을 빛내야 하는 선수들을 육성해야 한다. 리그를 선도하고 거액을 들여 대표급 선수에게 투자하는 이유는 국가를 위함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승강제도 만들고 프로 라이센스를 받아가며 AFC챔피언스리그 티켓 수를 확보했다. 대륙 리그 출전도 국가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래서 상하이 선화를 중국이라고 표현하고 대륙 리그에 출전하는 프로 구단에 '우리나라'를 끼얹는다.

이 나라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봐도 프로 스포츠는 국가대표팀 성적을 위해 이 땅에 자리 잡았다. 국가대표팀 성적이 좋아지려면 선수들이 계속 뛰어줘야 한다. 그 무대를 이 땅에 만들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고려할 때 선수 육성에 투자해야 하는 돈의 액수는 만만치 않다. 그래서 대기업이 도와줘야 한다. 현대 그룹이 그렇게 팀을 만들었고 럭키 금성과 유공 그룹이 팀을 만들었다. 나라를 위해 뛰어줘야 하는 선수들이니 어느 지역에서 경기를 치르든 상관이 없다. 그래서 그들에겐 연고 이전도 문제가 없다.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 농구, 배구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중앙집권 구조는 지역 사회를 대표하는 지역팀보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표팀에 힘을 실었다. 지방분권의 역사를 가진 나라(유럽이나 일본 등)들의 리그 흥행을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힘든 건 바로 이 점이다. 오랜 시간 왕조의 역사를 경험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구조나 시스템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K리그의 위기는 매년 나오는 단골 소재다. ⓒKBS 뉴스 캡쳐

축구팀은 지역민들의 체육 복지가 되어야 한다

축구 생리는 지역 싸움이다. 지역의 자존심이다. 아산과 천안 지역 사람들이 서로 "저놈들은 안 된다"라며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축구팀에 지역의 자존심을 투영해야 한다. 과연 이러한 의식의 이식 작업을 대기업에 맡길 수 있을까. 국내 기업으로서는 힘들다. 가뜩이나 작은 내수 시장에서 특정 지역에 자신들의 제품을 팔 수 없다면 기업 손해는 막대하다. 현대 자동차는 전 국민의 자동차다. GS와 SK 주유소는 전국 곳곳에 있다. 아이파크 아파트가 부산에만 있지는 않듯 기업 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에 지역의 자존심을 맡기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해줬으면 좋겠지만.

시·도민 구단의 존재의의가 여기에 있다. 그들의 운영 예산은 지역민들의 세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프로 무대'에서 많은 질타를 받는다. 투입되는 예산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적을 내기 어렵다. 성적과 실적에 평가가 좌우되는 프로 무대는 저예산 구단이 살아남기 힘든 정글이다. 그래서 한 시즌이 끝나면 구단 대표도 바뀌고 감독도 계속 바뀐다. 그렇다고 그들을 프로 리그에서 쫓아내면 축구라는 종목 특성이 죽어버린다. 다들 나라를 위한 기업 구단에서 뛰는데 서로 물어뜯고 욕하고 싸우면 큰일이다. 나라를 위해 뛰어주는 선수들이니 상대 팀 선수가 아무리 얄미운 짓을 해도 칭찬해야 하고 우리 팀이 실점해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선수에게도 그동안 수고했다고 다른 팀에서도 잘 하라고 격려만 해줘야 한다. 그런데 어디 축구 생리가 그런가.

그렇다면 시·도민 구단은 지역민들의 체육 복지가 되어야 한다. 구단과 선수단이 지역민들의 생활 체육을 지원해야 한다. 체육회관 대강당에서 강의도 하고 지역민들의 건강을 위해 에어로빅이나 필라테스 강좌도 개설해야 한다. 소외계층을 찾아가자. 노인들과 아이들, 다문화 가정과 장애인들을 찾아가자. 말 그대로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 그들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는 체감을 선물해야 한다. 그렇게 지역민들이 낸 세금을 복지 형태로 돌려주는 대신 부탁을 들어달라고 요청하자. "이번 주말 우리 팀 홈 경기가 열립니다. 제가 열심히 도와드렸으니 대신 우리 팀 홈 경기에서 저와 팀을 응원해 주세요"라고. K리그를 위한 마케팅은 이렇게 진행되어야 한다. 지역팀을 '내 팀', '우리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 축구팀의 존재의의가 지역사회공헌 활동이 되어야 한다.

K리그의 위기는 매년 나오는 단골 소재다. ⓒKBS 뉴스 캡쳐

마케팅? '가치 기준'의 개편이 필요하다

성적이 곧 마케팅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성적으로 끌어들인 팬들은 성적이 추락하면 팀을 찾지 않는다. 이는 2016년 수원 삼성이 제대로 증명했다. 현재는 FC서울이 보여주고 있다. FC서울의 마케팅 기조는 성적 말고도 스타 선수 영입에 집중된 성격이 강하다. 박주영의 영입, 차두리의 영입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시즌 김우홍과 조영욱이라는 차세대 스타 선수의 영입도 이를 증명한다. FC서울 마케팅의 약점은 이 선수들이 팀을 떠날 때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성적과 스타 선수 영입은 촉매일 뿐이다. 화학에서 촉매는 반응 속도를 높이는 데 쓰이는 물질이다. 반응에는 참여하지만 최종 생성물에는 남지 않는다. 성적이 좋든 안 좋든 그 팀을 사랑하는 팬들은 남는다. 팀을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팀이 강등을 당해도, 스타 선수가 팀을 떠나도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있는 팬들이 왜 남아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스포츠 생리적으로 팀 성적이 늘 좋을 수 있을까? 선수들이 언제까지 그 팀에 남아있을까? 경기장에 우연히 끌어들인 팬들이 우연히 그 팀의 골수팬이 되는 건 정말 우연이다. 불확실한 요소가 매우 강하다. 일단 끌어들인 팬들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만들어야 '고정 수입'이 생긴다. 그 고정 수입의 파이를 키워야 하는 게 K리그 구성원들의 숙제가 될 것이다. 여러 가지 거론되는 이야기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이 지역사회공헌 활동이다. 유행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고 시대와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우리 지역의 우리 팀을 응원하게 해야 한다.

평창올림픽 마케팅 전략 수립 과정에 참여했던 서울대 김유겸 교수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선 가치가 생산 활동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을 열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너희는 돈을 벌 수 있다"라면서 각 나라와 도시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생산 활동보다 소비 활동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 그 돈을 어떻게 써야 가치 있는 소비 활동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시발비용'과 '지름신'이라는 용어의 출현이 같은 맥락에 속한다. 소비자들의 기대를 채울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게 마케팅 전략이다. 평창올림픽에 무엇을 기대하게 해야 했을까? 우리나라 동계스포츠가 과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을까? 올림픽을 거치면 평창과 강원 지역이 떼돈을 번다고 계속 사기를 쳐야 했을까? 김유겸 교수는 이 점을 지적했다. 기대치, 기준치를 돈으로 두는 IOC의 전략은 실패했다. 많은 도시에서 시민 투표로 올림픽 개최를 거부했다. 가치 기준의 재설정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올림픽이 돈벌이가 아닌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싸늘했던 평창올림픽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마케팅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돈과 수익을 가치 기준으로 내세운 IOC의 전략은 실패했다. 이미 개최가 결정된 평창올림픽을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했다. 그 타개책은 올림픽을 수익모델에서 빼내오는 것이었다. 평창올림픽은 모두가 알다시피 어느 순간 '평화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연아가 UN 강단에서 평화를 외쳤다. 북한을 평창이라는 '잔칫집'에 초대했다. 북한 고위직이 세계 무대에 등장하니 자연스럽게 외신의 주목도 쏠렸다. 외신이 주목하는데 우리나라가 주목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는 스포츠 외에도 다뤄야 할 논쟁거리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온 나라와 온 세계의 이목이 올림픽에 집중됐다. 우리가 웃고 울었던 평창올림픽의 흥행은 목적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했다. '돈벌이'가 아닌 '평화의 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올림픽을 치렀다. 그 결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정상회담 의지를 확인했다. '대승적 차원'이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한다.

K리그의 위기는 매년 나오는 단골 소재다. ⓒKBS 뉴스 캡쳐

K리그는 의식의 개편이 필요하다

K리그 구단이 돈과 성적을 포기하기 힘든 이유는 책임과 연관이 있다. 지역 사회에 축구팀을 뿌리내리는 일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축구팀의 승패나 소식을 지역 전체에 알리는 일도 어렵지만 축구단의 지역사회공헌 활동을 알리는 일만 해도 어려운 일이다.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구단 대표와 감독은 혹평을 받고 팀을 떠나게 될 수 있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지원비는 투입되므로 적자가 심화될 수 있다. 프로 축구가 '돈벌이'와 '성적 내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상 10년, 50년, 100년의 장기적 시점으로 지역사회에 다가가기란 쉽지 않다. 이는 K리그 구성원들이 시·도 지자체와 모기업, 팬들에게 오랜 시간을 들여 설득해야 할 일이다. 설득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의식이 지역 사회로 퍼져나가는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물론 설득 과정에 구단 재정 건전성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돈에서 벗어나자고 해서 이리저리 헛돈을 쓰면 이 모든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 내가 말하는 일들은 이상과 가깝다. "이 팀은 우리를 위해서, 이 지역을 위해서 있다." 이 얼마나 추상적인가. 그러나 이 의식이 자리 잡으면 부진한 성적에 '감독 아웃' 걸개는 걸 수 있어도 팀을 없애자는 말은 함부로 못 한다. 적자 운영한다고 팀을 없애자는 말도 못 한다. 돈벌이가 최우선인 프로 리그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가치 기준을 돈과 성적에 두지 말자. K리그를 '숫자'에서 꺼내오자. 축구장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자. '저들이 축구를 보게 하자'의 수준을 넘어야 한다. 저들에게 팀을 이식하자. 팀의 성적이 떨어져도 선수가 팀을 떠나도 항상 그 자리에 있게 만들자. 팀은 그대로 그곳에 남아있을 테니까.

K리그는 모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있나? 시장과 도지사의 치적 자랑을 위해 있나? K리그를 돈벌이로 보니 횡령도 이뤄지고 낙하산 인사도 나온다. 선수들에게 마땅히 줘야 할 돈을 주지 않는다. 성적에 매달리니 심판을 돈으로 산다. K리그 자체를 사회공헌 활동으로 생각하자. '프로 마인드'가 없어지면 재미가 떨어질까 봐 걱정인가? 주중에 직접 눈을 마주친 지역민들이 등 뒤에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는데 어떤 뻔뻔한 선수가 대충 뛸까. 대충 뛰는 선수가 있으면 구단이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해 "왜 대충 뛰었느냐"고 질책하면 될 일이다. 의식을 바꾸자. 사회공헌 활동이다. K리그는 의식의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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