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곽힘찬 기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7/18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 1차전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여러모로 아스날에 아쉬움이 남을 만한 경기였다. 수적 우세를 앞세워 시종일관 아틀레티코를 밀어붙였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홈에서 아틀레티코에 원정 동점골을 허용한 아스날은 결승 진출을 향한 관문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틀레티코는 전반 10분 브르살리코가 경고 누적으로 인해 퇴장을 당했고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메오네 감독까지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로 퇴장을 당하는 ‘변수’를 맞이했다. 이른 시간에 수적 열세에 놓인 아틀레티코는 아스날의 파상공세에 시달렸다. 전반 30분이 지나는 동안 제대로 된 슈팅 한번 시도하지 못했고 점유율은 69대31로 밀렸다. 하지만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위기 속 빛을 발한 아틀레티코의 수비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위기가 온다’는 것이 축구의 정설이다. 아스날은 수차례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스날의 경기력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아틀레티코가 ‘변수’에 잘 대처했을 뿐이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8실점으로 리그 최소 실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아틀레티코의 단단한 수비력은 수적 열세의 상황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브르살리코가 퇴장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센터백 듀오’ 디에고 고딘과 호세 히메네스는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고 중원에서 우측면 수비수로 내려온 토마스 파티는 아스날의 측면 돌파를 효과적으로 방어해냈다.

본래 아틀레티코는 경기 주도권을 내준 채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익숙하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점유율은 아스날에 크게 밀렸지만 이는 전혀 아틀레티코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수가 한 명 부족했음에도 수비면에서 전혀 공백을 느낄 수 없었다. 아틀레티코의 동점골 역시 안정적인 수비력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4-4-1 형태의 두 줄 수비가 아스날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동안 최전방의 그리즈만이 한 번에 넘어온 롱패스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아틀레티코가 구사하는 전형적인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이었다.

‘통곡의 벽’ 오블락과 ‘카운터 펀치’ 그리즈만

아틀레티코가 아스날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가져올 수 있었던 데에는 오블락과 그리즈만의 공이 매우 컸다. 오블락은 라리가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골키퍼다. 오블락은 그야말로 철벽이었다. 아스날은 유효슈팅 8개를 시도했지만 단 한 골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특히 후반 41분 아론 램지의 헤딩슛을 막아낸 오블락의 선방은 경기를 지켜본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날 오블락은 경기를 ‘좌지우지’했다.

오블락의 선방이 없었다면 결과는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페이스북

최후방에 오블락이 있었다면 최전방에는 그리즈만이 있었다. 그리즈만은 아스날전에서 홀로 공격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이날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가 기록한 5개의 유효슈팅 중 홀로 4개를 책임졌고 이 중 하나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팀의 원정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수적 열세의 상황 속에서 보여준 그리즈만의 날카로운 ‘카운터 어택’은 시메오네 감독을 웃음 짓게 했다.

박수 받아 마땅한 아틀레티코의 정신력

시메오네 감독은 항상 선수들에게 그라운드 위에서의 노력과 근면함을 강조한다. 그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는 용서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이러한 시메오네의 철학 아래에서 자연스레 특유의 투쟁심을 갖게 되었고 어떠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선수와 감독의 퇴장은 팀의 사기를 급격하게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한 번씩 더 뛰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고 귀중한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그들이 보여준 강인한 정신력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홈 극강’ 아틀레티코는 준비되어 있다

홈 구장인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준결승 2차전을 치를 예정인 아틀레티코는 벌써부터 다음 경기가 기다려질 것이다. 껄끄러웠던 아스날 원정을 수적 열세 상황 속에서 무승부로 마무리한데다가 올 시즌 기록이 아틀레티코에 더욱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홈에서 단 2패 밖에 하지 않았다. 18승 6무 2패. 원정 승률이 29%에 불과한 아스날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벵거 감독은 “우리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반드시 결승에 진출하겠다”고 밝히면서 겉으로는 결의에 찬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마 마음 한켠에는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 실패?’라는 걱정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양 팀에 남은 시간은 90분이다. 주어진 시간 동안 서로의 빈틈을 먼저 파고드는 쪽이 유로파리그 우승의 영예를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에 앞서 아틀레티코와 아스날이 생각하는 과정은 다르겠지만 ‘결승 진출’이라는 목표는 동일하다. 과연 어떤 팀이 먼저 목표에 다가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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