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FC에서 뛰었던 23명의 선수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KBS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2015년 7월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KBS에서 방송한 <청춘FC-헝그리 일레븐>이었다. 축구선수를 꿈꾸다 한 번씩 좌절을 맛본 이들을 모아 새롭게 도전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무려 2,311명이 지원해 23명의 선수를 선발했고 이들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과정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한 번도 주목받아보지 못했던 이들은 관심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나자 이들도 조금씩 잊혀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이들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3년 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했던 그 청춘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그들의 근황을 추적해 봤다.

김우성

2012년 한남대 소속으로 전국체전 금메달을 따냈던 골키퍼 김우성은 방송 당시에도 K3리그 중랑코러스무스탕에 속해 있었다. 방송 내내 골키퍼 이도한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김우성은 방송이 끝난 뒤 동료들 중 가장 먼저 군대에 입대했다. 190cm의 훤칠한 키 덕분에 헌병으로 2016년 초에 입대해 현재는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구상 중이다. 김우성은 군 복무 시절에도 선수 출신다운 축구 실력으로 사랑 받았다.

허민영

한양공고 졸업 후 러시아 디나모 모스크바에 입단하기도 했던 허민영은 이후 체코와 헝가리 등에서 도전을 이어가다가 청춘FC에 합류했다. 하지만 방송 이후 잠시 K3리그 진출 문을 두드리다가 남양주에서 유소년 지도자로 변신했다. 이후 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청춘FC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던 그는 현재 포천 내촌면사무소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파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20년 1월에 소집해제 되면 다시 지도자로 복귀할 계획이다.

길정현

청춘FC에 합류한 뒤 부상을 당해 고생하던 수비수 길정현은 이후 선수 생활을 접고 현재는 경기도 안산에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해 9월 첫사랑과 결혼에 골인해 현재는 신혼을 즐기고 있다. “알콩달콩 살고 있다”는 말을 유난히 강조했으니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길정현의 아내는 곧 첫째를 출산할 계획이다. 9월에 결혼해 아무리 계산해 봐도 이상한데 본인은 허니문 베이비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3년 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했던 청춘FC 선수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KBS

주병남

부산정보고와 동의대 출신인 주병남은 축구를 접은 뒤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다 청춘FC에 참가했다. 청춘FC에서 듬직한 수비수 역할을 잘 해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뒤 다시 헬스 트레이너로 돌아갔다. 현재는 부산의 한 체육관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헐크도 울고 갈 정도의 엄청난 근육질 몸매를 유지 중이다. 주병남은 이제 그라운드에 서지는 않지만 보디빌딩 대회 무대에 서며 새로운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이동현

이경수라는 이름으로 강원FC에 입단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 방출돼 대경대에서 다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이후 성남FC 입단을 눈앞에 뒀지만 부상을 당하며 다시 한 번 꿈이 무산된 그는 치킨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청춘FC에 도전했다. 그리고 이경수에서 이동현으로 개명했다. 하지만 방송 이후 다시 성남FC 공개 테스트에서 탈락했고 이후 송종국FC에서 아이들을 지도했다. 지난 해 11월 현역으로 군에 입대해 현재는 경기도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 중이다.

최희영

과천고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 도움왕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이후 대구대에서도 빛을 발하다가 부상으로 좌절을 경험했다. 청춘FC를 거친 뒤 방송 이후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했다. 방송 제작 관련 업무도 맡았고 스포츠 용품 매장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행사 대행 업무도 맡았다. K3리그 양평FC에도 입단했던 그는 현재는 경기도 과천에서 의경으로 생활 중이다. 지난 2월에 입대해 전역까지는 까마득하다.

오성진

오성진은 꾸준히 K3리그 서울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다. 방송 이전에도 서울유나이티드 소속이었고 방송 이후에도 서울유나이티드로 복귀해 최근까지도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청춘FC 창단 1호골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큰 부상을 당해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병무청 신체검사 결과에 따라 재활 후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군대에 입대할지 고민 중이다. 현재는 일단 부상 회복에 매진하고 있다.

명승호

고등학교 재학 시절 아시아 학생 축구선수권대회에 뽑히기도 했던 그는 이후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상명대학교 체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대외활동 삼아 청춘FC에 도전했다가 합격 통보를 받고 팀에 합류했다. 방송 이후에 K3리그 서울유나이티드를 잠시 거친 뒤 시흥시민축구단에 입단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여주세종축구단으로 옮겼다. K3리그 선수로 뛰면서 현재에도 대학교에서 학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웅재

영등포공고 재학 당시 백운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그는 장신 공격수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청춘FC에서도 최전방 공격 자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방송 이후 K3리그 청주FC에서 뛰다가 발목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은퇴해야 했다. 지난 시즌까지 선수 등록이 돼 있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 등록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부산에서 지난 1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지난 시즌 청주FC에서 뛸 당시에 산업체 요원으로 분류됐지만 부상 이후 선수 등록을 포기해 군 생활을 1/4만 인정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편입됐다. 현재에는 자격증을 취득해 초등학교 방과 후 축구 교사도 준비하고 있다.

3년 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했던 청춘FC 선수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KBS

김동우

2008년 경희대의 U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김동우는 이후 대전한수원과 충주험멜 등에서 뛰다가 선수 생활을 마감했었다. 그에게 청춘FC는 마지막 도전이었다. 청춘FC 주장을 맡아 책임감과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방송이 끝난 뒤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캡틴FC’를 창단해 운영 중이다. 유소년 취미반과 선수반을 운영 중이고 성인들에게도 축구를 가르치고 있다. 청춘FC의 든든한 주장이었던 김동우는 ‘캡틴FC’에서 ‘캡틴’의 면모를 발휘 중이다.

이제석

부경고 시절 전국체전에서 8골이나 넣으며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숭실대에 진학했다가 축구를 접게 됐다. 이후 청춘FC에 합류했다. 방송 이후 이탈리아 무대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로는 K3리그 양주시민축구단에서 뛰었다. 이후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해 8월부터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방위산업체에서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지도자의 꿈이 있어 주말마다 무료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기도 하다. 올 12월에 결혼할 예정이다. 주변에서는 “이제석과 결혼한 제수씨가 자선단체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염호덕

염호덕은 연세대학교에 진학했을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선수였다. 이후 해외 진출을 노리며 1년 만에 학교를 자퇴해 이탈리아 인테르와 러시아 CSKA 모스크바 등의 문을 두드렸지만 입단에 실패한 뒤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에 입단했다. FC안양과 서울유나이티드를 거친 뒤 청춘FC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방송이 끝난 뒤 염호덕에서 염강륜으로 개명했다. 부산아이파크 입단 테스트에 실패한 뒤 2016년 김해시청으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김해시청에서 주전 경쟁이 수월하지 않았던 그는 결국 지난 시즌을 끝으로 김해시청을 떠나고 말았다. 현재는 진로를 놓고 고민 중이다.

3년 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했던 청춘FC 선수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KBS

임근영

울산 현대중과 현대고를 나온 임근영은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면서 어린 시절부터 유망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2014년 대구FC에 입단한 뒤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방출돼 K3리그 중랑코러스무스탕에 속해 있다가 청춘FC를 찾았다. 방송 이후에는 서울유나이티드를 거쳐 태국 4부리그 할렐루야 파타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지만 별다른 활약 없이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현역병으로 군 복무 중인데 안타까운 건 휴가 도중 다쳐 군인 신분으로 현재 병상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다.

지경훈

세한대 졸업 후 갈 곳이 없어 캐나다로 날아가 지역리그에서 활약하던 지경훈은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청춘FC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청춘FC 이후에는 직접 이력서를 보내 홍콩 프리미어리그 1부에 소속된 HK레인저스로 이적했다. 청춘FC에서 세 번째 프로 무대에 입성하는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지경훈은 직접 전세계 구단에 입단을 타진해 스스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지경훈의 홍콩 도전은 2년 만에 멈췄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과 작별한 지경훈은 현재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선택을 고민하는 중이다.

김용섭

축구선수를 꿈꾸다 포기하고 전남대학교 법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용섭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청춘FC의 선택을 받게 됐다. 김용섭은 방송 내내 안정환 감독의 잔소리를 들으며 시청자들을 웃게 했던 바 있다. 처음에는 부족했던 실력도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져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방송이 끝난 뒤에는 즐거웠던 청춘FC 생활을 추억으로 남겨 놓고 다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캐나다 교포인 션은 캐나다에서 대학 시절 공격수로 활약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바 있다. 청춘FC에서는 부상을 당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매진해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방송 이후 FC안양과 수원FC 공개 테스트에 지원했지만 합격하지 못했고 곧 캐나다로 돌아갔다. 현재는 캐나다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 일을 도우면서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술만 마셨다 하면 한국에 있는 청춘FC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주사를 부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하늘

과천고 재학 시절 7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했던 남하늘은 한남대를 거친 뒤 청춘FC를 통해 재기를 노렸다. 방송 이후에도 프로 진출의 꿈을 이뤘다. 청춘FC 출신 중 1호 프로 진출자였다. 2016년 고양 자이크로에 입단해 무려 16경기에 나서는 등 청춘FC 선수 중 가장 돋보이는 경력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팀이 해체된 뒤 이듬해 K3리그 고양시민축구단으로 옮겼다가 6개월 만에 일본 큐슈리그 소속 테게바자로 미야자키로 이적했던 그는 팀의 승격 이후 방출 당했고 올 시즌에는 K3리그 충주시민축구단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을 노리고 있다. 남하늘은 최근 고양시민축구단과의 K3리그 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성치호

청춘FC 방송 이후 내셔널리그 김해시청 입단 테스트에서 낙방한 성치호는 지인의 소개로 우루과이와 인연을 맺게 됐다. 우루과이 프로팀 플라자 콜로니아 2군팀(3부리그)과 계약에 합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성치호는 1군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이후 스포츠 탈장으로 수술을 받게 되면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우루과이 팀과 계약 과정에서 성치호와 구단의 의견 차이도 있었다. 현재는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인천에 있는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방위산업체에서 모은 돈으로 군 복무 기간이 끝나면 캐나다 어학연수를 갈 계획을 세웠다.

김바른

제부도 출신의 김바른은 청춘FC 이후 태국 3부리그 입단에 성공했다. 사툰 유나이티드와 2년 계약에 합의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곧 팀에서 방출을 당한 뒤 현재는 새로운 인생을 도모하고 있다.

3년 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했던 청춘FC 선수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KBS

이도한

이도한은 청춘FC 이후 중동고등학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다 열린사이버대학교에 진학해 한 번 더 현역으로서의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선수 생활을 끝냈다. 현재는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는 단역 연기자 아르바이트도 하고 이런 저런 사회 생활을 경험했다. 현재는 스포츠 용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타 연주와 작곡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향후 지도자로 아이들을 더 지도해 보고 싶은 목표도 있다.

최원태

최원태는 청춘FC 방송 이후 K3리그 서울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하지만 이 팀에서 1년간 뛰다가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학교로 돌아갔다. 휴학 상태였던 원광대학교로 복귀해 현재는 대학생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이강

이강은 청춘FC 지원자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지닌 선수다. U-17 청소년 대표팀에도 뽑혀 손흥민, 김진수, 이종호 등과 한솥밥을 먹었던 그는 이후 J리그 미토 홀리호크에 입단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좌절을 겪었다. 청춘FC 예비 엔트리에 뽑힌 뒤 극적으로 선수단에 합류했던 이강은 현재는 인터넷 방송 BJ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얼마 전에 모발 이식 수술을 받아 머리숱도 풍성해졌다.

천국회

청춘FC 방영 당시 유일한 30대이자 유부남이었던 천국회는 예비 엔트리로 분류됐다가 이후 추가로 선수단에 뽑힌 바 있다. 방송이 끝난 뒤에는 축구가 아닌 다른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는 경기도 안양에서 일식집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은 청춘FC를 조금씩 잊고 있다. 그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관중이 연습경기장을 찾았고 경기가 끝나면 사람들은 청춘FC 선수들을 둘러쌌다. 하지만 3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청춘FC 선수들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방송 이후에도 끊임없이 도전했다. 비록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한 이들이고 이 실패는 방송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또 다른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건 큰 용기다. 그들이 어디에 있건 그때의 감동을 기억하며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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