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MBC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대구FC의 축구전용구장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FC는 2003년 현재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대구 스타디움에서 출발했다. 대구 스타디움은 대구FC와 대구 시민들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6만6천 석의 대규모 경기장은 육상 트랙이 포함되어 축구 관람에 불편함이 있었다. 평균 관중이 1만 명을 넘기 힘든 대구FC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너무 큰 규모도 골칫거리로 남았다. 접근성 또한 문제로 거론됐다. 대구 스타디움은 대구시 동쪽 끝 수성구에 있어 경기장을 오가기 어려웠다. 대구시와 대구FC는 머리를 모아 해결책을 찾기에 나섰다.

대구FC는 창단 후에도 대구 스타디움과 대구시민운동장을 오갔다. 대구 스타디움은 애초에 축구 경기만을 위한 경기장은 아니었다. 건설 단계부터 2002년 월드컵과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경기 대회 개최를 목적으로 지어졌다. 지난 2011년에는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국제대회가 열리는 동안 대구FC는 낙후된 대구시민운동장에서 홈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대구는 시민운동장이 완공되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대구 스타디움을 떠난다. 대구 구단은 대구 스타디움 마지막 시즌을 기리기 위해 홈 경기 티켓에 대구 스타디움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대구 스타디움 전경. 너무 크다. ⓒ 스포츠니어스

대구 축구전용구장 재건축 배경은?

현재 축구장 건축이 한창인 대구시민운동장은 무려 1948년에 지어졌다. 보수진영이 주장했던 대한민국 건국일보다 무려 4달이나 먼저 지어졌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멸공 궐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고 그동안 전국체전 등 수많은 대회가 열렸다. 대구시민운동장은 대구 북구 고성동에서 역사를 남겼다. 시간이 흘러 리모델링과 보수를 거듭했지만 건설 후 70여 년이 지나 시설로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구시로서도 이 공간을 내버려 두기엔 아까웠다. 고성동 주변 주거지역 재개발은 이미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시민운동장에 자리 잡고 있었던 프로야구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리면 주거지역 주민들에게 소음 민원이 일상처럼 들어왔다. 결국 삼성 라이온즈도 2015년 시즌을 끝으로 고성동을 떠나 수성구로 새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삼성라이온즈가 경기장을 떠나며 주변 상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대구시는 접근성이 좋은 시민운동장을 시민을 위한 체육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해당 부지에는 씨름장, 수영장, 빙상장 등 다른 체육시설도 있었다. 대구시는 오래된 경기장을 허물고 해당 부지를 복합스포츠타운으로 활용하길 원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떠난 야구장은 '이승엽 야구장'으로 명칭을 바꾸고 사회인과 아마추어 경기를 치르는 곳으로 변신을 꾀했다. 시민운동장은 관람 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FC의 홈구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대구 스타디움 전경. 너무 크다. ⓒ 스포츠니어스

전용구장 건립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는 2015년 8월 해외 축구 전용구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구시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마이애미와 뉴욕을 방문해 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 실태를 파악했다. 조광래 대표는 미국 방문 이후 "클럽하우스와 경기장은 달리 접근해야 한다. 선수단 집중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라며 대구 스타디움 보조구장 인근에 클럽하우스 터를 잡았다.

대구시 체육회는 시민운동장 부지 전체를 리모델링한다는 개념으로 예산을 마련했다. 리모델링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국비 지원이 달려있어서다. 대구시 체육회 관계자는 "일반 경기장 신축의 경우는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는다. 기존 경기장을 리모델링할 경우 정부에서 총예산의 30%를 지원하게끔 되어있다"라고 설명했다.

묘안이었지만 어려움이 있었다. 작년 7월에 드러난 소식에 의하면 축구전용경기장 재건축에는 애초 350억 원의 공사비가 책정됐다. 그러나 설계 과정에서 490억(국비 147억, 시비 343억) 원으로 총예산이 증가했다. 대구시는 조명탑과 본부석 일부 시설을 남겨 다시 사용하려고 했으나 설계 과정에서 안전, 공간 활용 등을 이유로 시설 대부분을 철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대구시는 2017년까지 정부 지원금과 시예산으로 290억 원을 확보했었다. 대구시는 추가로 필요한 200억 예산 중 국비로 42억을 요구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난색을 보였다. 거기에 지붕 건설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애초 올해 11월에 선보일 예정이었던 경기장의 준공 완료 일정이 한 달 뒤로 미뤄지기도 했다.

대구 스타디움 전경. 너무 크다. ⓒ 스포츠니어스

공정률 45%, 운동장과 7m 떨어진 알루미늄 관중석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대구시 체육회는 필요 예산을 마련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경기장 시설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가 시민들을 위한 아주 쾌적한 공원으로 꾸며질 것"이라며 강조했다. 경기장 설계를 담당한 로제티 설계사무소 정성훈 이사는 "우리 경기장은 공공적인 가치의 방향성을 어디로 잡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으며 대구시 체육진흥과 측은 "체육시설이 공원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대구FC 측은 "전용경기장이 만들어짐으로써 시민의 축구 열기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경기장 공사를 진행하는 동양건설 정윤철 현장소장은 "경기장 규모로 봤을 때 490억 예산도 어려운 점은 있다"라면서도 "설계 단계에서 예산을 많이 줄였다. 슬림하게 디자인된 경기장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경기장 공사 진행률은 4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관람석을 구성하는 뼈대의 철골 공사를 완료하고 철근 콘크리트 공정을 진행 중이다.

정 소장은 경기장 특색을 설명해달라는 말에 가장 먼저 관람석과 시야를 거론했다. 정 소장은 "관람석이 알루미늄 패널로 마련될 예정이다. 관중들이 쿵쿵 뛰는 소리가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달 되면서 선수들이 기분 좋게 운동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기존 축구장은 임시시설이나 철근 콘크리트 구조체로 되어있어서 자원 재활용 부분도 어려웠다. 이 경기장은 철골에 알루미늄을 더해 재활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경기장에서 팀 색깔을 표현하기도 하는 관중석 색깔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 소장은 "대구시나 대구FC에서 제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조색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시야에 관해서는 "관중석과 터치라인 간격이 7m다. 축구전용구장답게 가깝게 설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 단계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시야다. 시각적으로 축구를 가장 잘 관람할 수 있게 의자를 배치했고 관중석 각도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배치했다. 재료 선택도 설계 단계에서 정했다. 현재는 시뮬레이션대로 시공했을 때 구조적 문제 등을 확인하는 단계"라며 "관람석과 축구장이 가장 중요하다. 잔디 배수 문제나 선수들, 기자들, 관람석 동선 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라고 덧붙였다.

정 소장과 대구 관계자에 의하면 관중석은 총 1만 2천석 규모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용구장의 전체면적은 2만5천m². 이후 관중 증가를 고려해 3천 석을 추가 증축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일반석, 고급석, 테이블석과 더불어 대구FC를 후원하는 엔젤클럽을 위한 공간과 8개의 스카이박스도 마련할 예정이다. 대구 관계자는 "대구 스타디움에 비해 규모도 괜찮고 위치도 도심지에 있다 보니까 팬층 유입이 기대된다"라면서 "운동장과의 거리도 7m로 가까워 포항 스틸야드 정도의 시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대구 스타디움 전경. 너무 크다. ⓒ 스포츠니어스

접근성과 생동감은 기대, 수익 구조는 '고민 중'

경기장 지붕 설치와 관련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정윤철 소장은 "경기장이 1층과 2층으로 구분된다면 2층부터는 다 가려지고 1층은 비에 노출된다. 전부 덮으면 잔디 식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특징은 다음 이야기에서 나왔다. 정 소장은 "일부 구간은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로 시공해서 햇빛이 들어올 수 있게 디자인했다. 옥상에 태양광 집열장치도 설치되어 태양광으로 전기 활용도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붕 공사는 이번달 말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9월이 되면 외관 공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 내부의 공사 장비들을 정리하면 본격적으로 잔디 공사와 배수 공사를 시작한다.

정 소장은 경기장 조감도를 가리키며 "경기장을 보면서 나무와 숲을 연상할 수 있도록 건설 콘셉트를 잡았다"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경기장에 '포레스트 아레나'라는 가칭이 붙었다. 정 소장과 대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이름은 아니"라며 "정식 명칭은 시 체육회와 대구FC에서 조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대구 관계자는 축구전용구장 건설에 관한 기대감으로 접근성과 생동감을 꼽았다. 대구 관계자는 "고성동 주변이 아파트 일대다. 시내 중심가로 접근성은 더 좋다. 지하철 1호선 대구역과 3호선 북구청역에서 도보로 10분 내 거리에 있다. 도심지라 버스 노선도 많아 접근성이 좋다"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대구 관계자는 이어 "대구 스타디움이나 기존 시민운동장의 경우 육상 트랙으로 거리감이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는만큼 생동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관계자는 "대구 팬 중에는 구단 창단 전에 포항 스틸러스를 응원하던 팬들이 많다. 구단 창단 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축구를 즐기던 팬들이 대구 스타디움에서는 생동감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용구장에서 생동감있는 축구를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경기장 유지와 관리는 숙제로 남아있다. 고성동에는 이미 아파트 일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어 대형 상가 입점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기장 남쪽과 동쪽에 마련된 생활편의시설 공간은 중소규모 상가 입점에 알맞게 지어졌다. 주차 공간 또한 지하 공간을 건설하는 대신 지상 남쪽, 동쪽에만 광장 형태로 마련했다. 대구시와 대구FC는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경기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스타디움 전경. 너무 크다. ⓒ 스포츠니어스

예산은 경기장 건설에 필요한 최소예산이었다. 수익 구조 발생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지만 고성동이라는 위치가 변수다. 현재 대구 스타디움을 찾는 관중보다 더 많은 수의 관중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FC의 상황을 고려할 때 1만2천 석은 알맞은 규모다. 성장을 거듭하면 3천 석의 증축도 가능하다.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인 축구경기장에는 '시민운동장' 명패가 남아있었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에 곧 대구FC가 둥지를 튼다. 완공 예정일은 12월 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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