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상주 팬’ 중년 부부, K리그의 희망을 이야기하다

최재웅 박혜영 상주상무
박혜영(왼쪽)-최재영(오른쪽) 부부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는 망했다”는 비아냥이 들려오는 요즘 K리그 팬의 한 사람으로서 힘이 빠진 것도 사실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1일 인천유나이티드와 상주상무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관중수는 1,402명에 불과했다. 누군가에게는 “거봐라. K리그는 망했다”고 하기에 딱 좋은 관중수였다. 평일 저녁에 열린 경기는 평소보다도 더 한산했다. 그나마 인천 서포터스의 쩌렁쩌렁한 응원 소리가 있어 경기장은 쓸쓸함은 덜했다. 반대쪽 상주상무 서포터스 측에는 서너 명의 팬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워낙 팬이 적은 군 팀 특성상 선수 가족이 수도권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줄 알았다. 특히나 가장 큰 소리로 응원하는 한 중년 부부를 보니 늦둥이 아들이 상주에서 뛰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상주를 응원하기 위해 평일 저녁 머나먼 원정길에 오를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상주상무 선수들은 이 경기에서 극적인 골로 1-0 승리를 거둔 뒤 이 중년 부부 앞으로 가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경기장을 찾은 극소수를 위해 홍철과 김민우, 윤빛가람, 김호남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한꺼번에 다가와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아들 한 명 잘 둬 저런 인사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흘 뒤 이번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수원삼성과 상주상무가 맞붙는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불과 일주일 전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대단히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머물며 K리그 흥행에 찬물을 끼얹은 원흉(?) 소리를 듣던 수원삼성의 바로 다음 홈 경기였다. 상대는 군 팀 상주상무였고 비까지 왔으니 경기장은 텅 비었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던 수원삼성의 홈 경기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이날 관중수는 3,004명에 불과했다. 누군가에게는 이 경기 역시 K리그 실패의 예로 들기에 딱 좋았다. 바로 일주일 전 슈퍼매치가 열린 이 경기장을 찾아 K리그가 위기라고 걱정하던 많은 취재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분데스리가 보러 가자”던 한 부부 이야기
이날 상주상무 서포터스 쪽에는 10여 명이 몰려 있을 뿐이었다. 그들이 누군지 궁금했다. 어느 선수의 부모이고 어느 선수의 조카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슬쩍 상주상무 서포터스석으로 가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불과 사흘 전 꽃샘추위를 무릅쓰고 인천에 왔던 바로 그 중년 부부가 가장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과 이야기를 들어본 뒤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 부부는 상주상무 선수의 부모가 아니라 그저 상주상무를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순수한 팬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K리그 위기요? 누가 그래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는데.”

최재웅(54세)-박혜영(56세) 씨 부부였다. 이들은 2011년 상무축구단이 상주에 터를 잡은 뒤부터 매 시즌 빼놓지 않고 경기장을 찾는 열성팬이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최재웅 씨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상주 토박이에요. 지금도 상주에 살아요. 상주에 사니까 당연히 상주를 위해 뛰는 선수들을 응원해야지. 다른 건 없어요.” 이들은 이날 다소 쌀쌀한 날씨에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었지만 사이 좋게 상주상무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다. 경기를 보며 대화를 나누던 중간 중간 상주상무가 기회를 잡을 때마다 대화를 멈추고 응원을 보냈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쳐도 “괜찮아. 잘했어”라며 소리쳤다.

이 부부는 1997년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했다. 박혜영 씨는 원래 LG 치타스를 응원하던 팬이었다. 그러다 1997년 결혼하고 남편을 따라 상주에 자리를 잡았다. 결혼할 때의 약속은 20년 뒤 독일로 축구를 보러 가는 것이었다. 박혜영 씨는 결혼할 당시 약속을 떠올렸다.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우리가 중년이 되면 자리를 잡고 분데스리가를 보러 다니자고 했어요.” 상주에 살면서 K리그를 접하는 건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상주에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까지 가 대구FC 경기를 보며 축구에 대한 갈증을 달랬다. 하지만 대구FC에는 큰 애착을 갖지 못했다. 박혜영 씨는 아무래도 내 지역 팀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경기를 볼 땐 좋은데 동기부여가 별로 안 되더라고요. 재미가 덜한 이유는 하나죠. 상주가 아니니까요.”

상주상무 이정협
부부는 대화를 나누던 도중 이정협에게 받은 선물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스포츠니어스

그들이 상주상무를 응원하는 이유
그런데 2011년 마침내 상주에서 K리그를 볼 수 있게 됐다. 상무 축구단이 광주를 떠나 상주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민할 것도 없이 경기장으로 향했다. 곧바로 상주상무에 빠져 들었다. 남들은 “군 팀이라 응원하지 않는다” “어차피 떠날 선수들이다” “경기장이 촌스럽다”며 이 핑계 저 핑계로 상주상무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부부에게 다른 이유는 없었다. “축구를 좋아하는데 우리 팀까지 생겼으니 당연히 가서 즐겨야죠.” 부부는 2011년부터 완전한 상주상무 팬이 됐다. 첫 시즌부터 홈 경기는 모두 현장에서 봤다. 박혜영 씨는 “남편 따라 상주에 왔으니 나도 상주 사람”이라면서 더 열정적인 팬이 됐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해 첫 시즌에는 눈치가 보여 원정 몇 경기를 빼먹었을 뿐 부부는 모든 홈 경기를 찾았다. “시어머니한테 야단을 맞았어요. ‘공 차는 게 뭐 그리 재밌어서 보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다 이해해주죠. 중년 부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생긴 거잖아요.” 부부는 2012년부터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상주상무를 응원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그나마 원정 응원단이 10여명이 되면 구단에서 지원하는 원정 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별로 없다. 수도권 등 장거리 원정은 단 둘이 자가용으로 움직여야 한다. 부부는 단 둘이 상주상무 유니폼을 챙겨 입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고 지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박혜영 씨가 웃으며 말했다. “K리그 챌린지 시절에는 우리 둘만 원정 응원을 가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K리그 클래식에 올라와도 조금 먼 거리는 우리 둘만 따라가죠.” 2012년부터 홈과 원정을 빠지지 않고 현장에서 응원하는 이들은 올 시즌에도 벌써 춘천, 전주, 제주, 인천, 수원 등을 누볐다. 상주상무가 홈 경기장 사정으로 원정 10연전을 치러야 해 부부는 계속해서 장거리 이동을 할 수밖에 없다. 부부에게 단 둘만의 원정은 늘 있는 일이다. “올 시즌 FA컵도 우리 둘이 응원하러 갔어요.” 그나마 이번 수원삼성 원정은 10여 명의 인원이 꾸려져 원정 버스를 타고 올 수 있었다. 이런 경우는 한 시즌에도 손에 꼽는다. 인원이 줄었다고 해도 수백, 수천 명이 몰려있는 반대편 수원삼성 팬들의 규모와 비교하면 초라한 규모였다.

상주상무로 얽힌 소중한 인연들
하지만 부부는 이날도 끝까지 선수들을 응원했다. 많은 이들이 부부를 상주상무 선수 가족이라고 착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주상무를 이렇게 순수한 의도로 응원하는 팬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상주상무를 응원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 팀이 선수 가족이 아니면 응원할 수 없는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혜영 씨는 이런 시선이 익숙하다고 했다. “다들 선수 가족인줄 알아요. 뭐 다들 자식 같으니 영 틀린 말은 아니죠. (이)정협이는 우리가 가슴으로 낳은 아들이나 다름 없어요. 상주상무에 와서 국가대표도 하고 이름도 알렸으니 우리에겐 아들 같은 존재죠.” 박혜영 씨가 자랑스럽게 말을 꺼내자 이 말을 듣던 최재웅 씨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보여줬다.

이정협이 부부에게 보낸 감사의 선물이었다. 사진에는 이정협이 직접 사인을 한 축구화가 여러 켤레 담겨 있었다. 이뿐 아니었다. 상주상무를 거쳐 간 선수들이 일일이 감사 인사를 손수 써 넣은 유니폼도 수두룩했다. 상주상무가 어디에서 경기를 하건 달려와 응원을 보낸 부부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이정협은 국가대표에 발탁돼 A매치를 치를 때마다 부부에게 직접 티켓을 선물하기도 했다. 상주상무를 거쳐간 선수들에게 부부는 부모와도 같은 존재다. “요즘도 제대한 선수들을 상대팀으로 만나면 이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우리에게 인사를 하러 와요.” 그들은 상주상무를 거쳐간 선수들을 모두 아들처럼 여겼다.

부부는 곧 상주상무의 역사다. 상주상무를 거쳐 간 감독들에게도 부부는 특별한 존재였다. “박항서 감독 아내 분은 원정 경기가 열릴 때면 ‘고생하시는데 경기장에 같이 가자’면서 차를 직접 태워주셨어요. 지금도 박항서 감독 가족과 연락을 하면서 지내요.” 상주상무를 떠난 뒤 부산아이파크로 간 故조진호 감독을 위해 상주상무 경기가 없는 날이면 부산 경기도 자주 찾았다. “부산에 故조진호 감독을 비롯해서 지난 시즌에 유독 상주상무 출신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산이고 대전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부산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향했죠.” 故조진호 감독은 경기장에서 부부를 마주할 때마다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어줬다. 부부에게 상주상무를 거쳐간 모든 이들은 다 인연이 됐다.

상주상무
부부는 2014년 구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상주상무

‘비인기 팀’ 상주상무를 응원하는 애환
상주상무가 K리그 클래식에서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2014년, 구단에서는 이 부부를 경기장으로 초대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성적이 바닥을 치고 있어도 늘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경기장에서 응원을 보낸 부부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2015년 상주상무가 K리그 챌린지에서 우승한 뒤 축하연이 열릴 때도 구단에서는 부부를 초청해 의미를 더했다. 지금도 부부는 축하연 현장에서 박항서 감독과 찍은 사진을 가보처럼 간직하고 있다. 구단에서는 부부를 ‘낙동부부님’이라고 부른다. 부부가 상주시 낙동면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팀이 K리그2에 있건 K리그1에 있건 여전히 머나먼 원정 응원도 다 따라 나선다.

중년 부부가 단 둘이 응원을 하러 다니다 보면 힘든 일이 한둘이 아니다. 더군다나 대규모 원정 응원단이 아니라 푸대접을 받을 때도 많다. 박혜영 씨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작정하고 쓴소리를 했다. “광양은 우리 걸개를 관중석 앞쪽 난간에 걸지 못하게 해요. 뒤쪽에 걸라는 거죠. 자기네들은 다 앞에 걸고 그러면 안 되죠. 그리고 홈과 원정 서포터스 동선 구분이 잘 안 될 때도 많아요. 그러다가 싸움이 납니다. 몇 번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광양은 바뀌질 않아요. 포항은 원정을 가면 차량 진입로에서 원정 응원단을 통제해서 걸어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바탕 한 적도 있어요.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몇 명의 원정 응원단도 보호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부부에게 오해가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만큼 이들이 여기저기 원정 응원을 다니며 쌓인 불만은 적지 않아 보였다.

“작년에 평창에 갔을 때는 원정 응원단은 입장료를 2만 원이나 받더라고요. 그런데 게이트 안내 직원에게 ‘원정 응원석이 어디냐’고 물으니 자기도 모른대요. 우리도 경기장을 찾은 팬이고 소비자인데 서비스가 불편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물어 물어 원정 응원석으로 가니까 또 안전요원이 ‘여기 말고 더 안쪽으로 가시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제주 원정을 가니 거기도 원정 응원단은 입장료로 2만 원을 받았어요. 우리 같은 중년이야 뭐 축구를 보는데 그 정도 돈 쓰는 건 아깝지 않아요. 그런데 학생들은 다르죠. 원정 비용도 있는데 입장료도 구단에 따라 다르게 책정해 원정 응원단에게 더 받는 건 개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원정 팬들에게는 안전요원들이 안내도 친절하게 안 해줘요.”

“500대 2로 싸워 이기셨습니다”
힘든 원정을 다니다보니 맺힌 게 많아 보였다. “3월에 울산 원정을 가니 거기는 또 관중이 6천 명밖에 안 와서 텅텅 비었는데 원정 응원단이라고 구석 한 자리를 주더라고요. 골대 뒤에 아무도 없는데 다 막아 놓고 한쪽 귀퉁이에 앉으라는 겁니다. 각 구단에서 팬 서비스를 잘 해줬으면 좋겠어요. 몇 명의 상대팀 팬이라도 서비스를 받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건 기본이잖아요.” 부부의 이야기는 다 열정이 있고 애정이 있어서 하는 말이었다. 누구보다도 원정 응원을 많이 경험한 이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K리그가 위기인지 아닌지를 논하기 이전에 현장에서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부터 해결해 주는 게 먼저 아닐까. 전국 K리그 경기장을 가장 많이 누빈 이들의 말이라면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다.

부부는 연고지가 시골이면서 비인기구단인 상주상무 팬이라 받는 고충이 적지 않았다. 박혜영 씨는 상주상무 팬을 대하는 일부 상대팀 팬들의 서운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응원한 뒤 선수들과 인사하고 천천히 경기장을 빠져 나오니 누가 그러더라고요. ‘시골에서 와서 길을 못 찾아 늦게 나오는 거냐’고요. 저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 보내고 대학까지 나왔는데 상주로 시집와 상주상무 응원한다고 그런 소리도 들어봤습니다.” 나부터도 상주상무 선수 가족이라고 여겼던 이들이니 비인기 구단을 응원하는 중년 부부가 겪는 애환은 상상 이상일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부는 서운한 기억보다 즐겁고 뿌듯했던 기억이 훨씬 더 많다. “단 둘이 응원하면 목이 많이 아프지만 경기가 끝난 뒤 상대팀 서포터스가 인사를 하러 오는 경우에는 흐뭇해요. K리그 챌린지 시절 FC안양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 우릴 찾아와 ‘500대 2로 싸우셨는데 어르신들이 이겼습니다’라고 말해주기도 하더라고요. 상대는 서포터스가 500명이었는데 우리는 단 둘이었거든요. FC서울 팬들은 열심히 응원하다가 한 번씩 침묵해 주는 경우도 있었어요. ‘단 둘인 우리보고 응원하라’는 뜻이었죠. 우리는 단 둘 뿐이니 어떻게 그 많은 상대 서포터스를 목소리로 이기겠어요. 그런 잠깐 틈을 이용해 더 크게 소리치는 거죠.”

상주상무
수원삼성전에서 상주상무는 10여 명의 원정 팬의 응원을 받았다. 이 중에는 최재웅-박혜영 씨 부부도 있었다. ⓒ스포츠니어스

‘상주팬’ 중년 부부에게 K리그의 길을 묻다
이들이 응원하는 상주상무는 군 팀 특성상 주기적으로 선수가 바뀐다. 프로 무대에서 상주상무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주상무를 선수들이 잠깐 거치는 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재웅 씨의 이야기는 달랐다. “한 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선수들도 내 팀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주 원정과 제주 원정을 갔을 때도 선수들의 달라진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선수들이 주인 의식이 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축구를 전쟁이라고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는 거죠. 최선을 다해주면 그걸로 고마울 뿐입니다. 어떤 선수도 지고 싶은 선수는 없어요. 애들이 못할수록 격려해줘야죠. 구단 버스 막고 그러지 말고요.”

의견에 동의하고 말고를 떠나 그들이 상주상무를 사랑하는 방식 자체는 존경스럽다. K리그가 위기라는 숱한 의견에도 단 하나의 희망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이들이 경기장에 있다는 것이다. 부부는 K리그에 희망이 있다는 걸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K리그에 수 많은 위기론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부부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K리그가 위기라고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20년 전에 결혼할 때는 20년 후 분데스리가를 보러 다니자고 약속했지만 이젠 독일까지 갈 필요가 없어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만 들여다 볼 이유도 없어요. K리그는 여기 있고 우리는 상주 사람이니까요. 우리는 경기가 끝나면 오늘 바로 상주 집으로 갔다가 다음 주에는 또 포항 원정을 떠날 겁니다. K리그는 안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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