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래 가시마 놈들 싹 쓸어버라갔어."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수원삼성 김종우는 살 찌우는 게 쉽지 않다.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부러운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김종우는 체중 증량이 스트레스다. 다소 약해 보이는 체격으로 ‘제2의 뼈정우’라는 별명이 붙은 김종우는 늘 살을 찌우는 게 목표다. 또 다른 별명은 ‘인민군’ ‘아오지단 ’등이다. 하지만 살을 찌우는 게 남들의 다이어트 못지 않게 어렵다.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삼성과 상주상무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경기에서 김종우는 귀중한 골을 선사했다. 전반 2분 만에 데얀이 등을 지고 내준 공을 낮게 깔아 차 골로 연결한 김종우 덕분에 수원삼성은 2-1 승리를 따냈다. 올 시즌 안방에서 거둔 첫 번째 승리라 더 의미가 깊었다. 더군다나 수원삼성은 지난 홈 경기에서 FC서울을 상대로 실망스러운 경기에 머문 터라 더 절실한 승리였다.

이 경기에서 서정원 감독은 김종우를 쉬게 하거나 후반에 투입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다가올 1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가시마앤틀러스와의 조별예선 원정 경기가 너무나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16강을 확정지을 수 있어 상주전에서는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수원삼성은 14일 경기를 치르고 15일 오전 10시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 곧바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김종우는 올 시즌 수원삼성 미드필드의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이다. 그가 빠지면 허리가 약해져 서정원 감독은 김종우를 중용했다. 상주전을 앞두고 고민이 컸지만 결국 김종우는 이번 경기에도 선발로 나섰다. 서정원 감독은 고민 끝에 김종우를 투입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체력적으로 걱정이 되긴 했지만 더 큰 선수가 되려면 이런 상황도 극복해 내야 한다.” 그리고 김종우는 이 경기에서 서정원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골을 뽑아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종우의 올 시즌 첫 골이었다.

ⓒ수원삼성

경기 후 만난 김종우는 안도했다. “올 시즌 첫 골이 빨리 터지지 않아 조급했는데 이제라도 골을 넣어 다행이다. 홈에서 첫 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통해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 체력 문제를 걱정하는 서정원 감독의 이야기를 전하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눈치였다. “상주전을 앞두고 가시마전을 준비하기 위해 한 경기 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지금까지는 크게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아 ‘자신 있다’고 말씀 드렸다.”

김종우는 왜소한 체격으로 주변의 걱정을 자주 산다. 프로축구연맹에 등록된 프로필은 그의 키가 180cm이고 체중은 65kg이라고 돼 있다. 수원삼성 공식 프로필에는 176cm에 58kg으로 표기돼 있다. 양 측 프로필에 차이가 있지만 깡 마른 체구임에는 분명하다. 90분 내내, 그것도 경기마다 가장 많이 뛰어다니는 김종우를 보며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야?” 이날 펄펄 나는 김종우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 걱정스러운 마음에 김종우에게 물었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느냐”고.

김종우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살이 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경기장에서 부딪히면 상대에게 밀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경기 도중에도 딱히 체력적으로 문제를 느끼지는 못했다.” 서정원 감독은 김종우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워낙 테크닉이 좋은 선수라 하루가 다르게 두드러진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우는 주변에서 피지컬에 대한 문제를 수도 없이 지적 받아왔지만 정작 본인은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미래를 위해 그 역시 체격을 키우려는 노력은 꾸준히 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는 얄미운 소리가 들여왔다. “일부러 살을 찌우기 위해 야식도 많이 먹는다. 억지로라도 밤에 라면도 먹고 치킨도 먹는다. 피자도 일부러 먹는다. 그런데 먹으면 화장실만 자주 간다. 먹는 게 살로 가지 않는다.” 김종우는 피지컬을 키우기 위해 남 모를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게 쉽지는 않다. 기초 대사량이 높을 뿐더러 워낙 활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김종우는 더 얄밉게 말했다. “사실 인바디 측정을 해보면 체지방이 꽤 많다.” 전국의 ‘다이어터’를 두 번 울리는 발언이다.

시즌 도중에는 온전히 경기에 체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웨이트트레이닝을 강도 높게 할 수는 없다. 김종우도 현재는 웨이트트레이닝보다는 경기 출장에 집중하고 있다. “시즌 중이라 근력 운동을 많이 할 수는 없지만 비시즌 기간 동안에는 근력 운동에 집중해 체격을 더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 김종우는 깡 마른 체격으로 ‘인민군’ 등의 별명도 붙었다. “오늘 국군을 상대로 인민군이 너무 잘한 거 아니냐”고 가볍게 묻자 김종우도 웃으며 답했다. “나도 그 별명을 들어봤다. ‘아오지단’이라는 별명도 있더라. 그런데 뭐 부정할 수 없는 별명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종우는 왜소한 체격에도 각오 만큼은 다부지다. 다가올 가시마전에 대한 포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종우는 장난스러운 질문에 유쾌하게 답하다가도 다가올 가시마전에 대해 묻자 달라진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선수들 모두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경기수가 많아서 힘들다는 건 핑계다. 정신적으로 무장해 무조건 이기겠다. 쫄지 않고 경기에 임하겠다.” 김종우는 가시마 원정에서 ‘아오지단’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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