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무 홍철의 마지막 ‘빅버드 원정’


상주 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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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상주상무 홍철이 빅버드에서 상대팀으로 만나는 마지막 경험을 했다.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삼성과 상주상무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경기에서 홍철은 상주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친정팀을 방문했다. 오는 9월 4일 제대 예정인 홍철에게는 더 이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상대팀으로 뛸 기회가 없다.

이날 경기에서 홍철은 시종일관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활약을 선보였다. 팀이 0-2로 뒤진 후반 12분에는 김호남의 추격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 수도 있는 승부를 치열하게 만든 것도 홍철이었다. 홍철이 후반 25분 최진호와 교체되자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홍철의 ‘빅버드 원정기’는 이렇게 마무리 됐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홍철은 아쉬움과 만족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늘 빅버드에 오면 내 안방처럼 마음이 편하다. 우리 집 같다. 오늘도 즐거운 경기였다. 비록 상주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나를 응원해 주는 팬들의 목소리도 들려와 고마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후반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걸 아쉬워했다. “발목을 접질려서 교체됐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딱 팬들이 좋아하는 스코어를 만들어 놓고 나간 것 같다. 2-0보다는 2-1이 재미있는 스코어 아닌가.” 경기가 끝난 뒤 수원삼성 소속이던 홍철과 신세계, 김민우가 수원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발목 부상이 심한 것 아니냐”고 묻자 특유의 유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안 다쳤으면 2-2까지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다쳐서 아쉽다. 하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 군인 정신으로 ‘삭발’도 했겠다 못 이겨낼 게 뭐가 있겠나. 빨리 복귀할 생각이다.” 홍철이 말하는 ‘삭발’에 찔리는 게 많았다. 지난 3월 <스포츠니어스>에서 상주와 아산 선수들의 머리 길이를 문제 삼자 국군체육부대와 경찰대학에서는 이를 즉각 조치한 바 있다. 선수들의 두발 규정을 단속한 것이다.

홍철은 웃으며 “누구 덕분에 이렇게 됐다. 축구 종목 뿐 아니라 국군체육부대 전 부서가 삭발을 했다. 부대에서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 한 소리 듣는다. ‘축구 때문에 이게 뭐냐’는 소리를 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밥을 먹는다. 누구 덕분이다.” 홍철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속속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상주 선수들의 눈총이 느껴진다. 홍철은 “요즘 활약이 뛰어나다”고 하자 “삭발해서 몸이 가벼워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홍철은 제대 일을 하루하루 세고 있다. “제대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자 정확한 답이 돌아왔다. “143일 남았다.” 그러면서 그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내가 상주를 선택한 건 1부리그에서 더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군대에 와 정신도 차리고 철도 든 것 같다. 더 상장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부상도 조심하겠다. 9월 4일에 더 좋은 모습으로 수원삼성 팬들 앞에 서고 싶다.” 홍철은 이제 다음에 ‘빅버드’에 설 때는 푸른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을 것이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빅버드’를 누빌 홍철의 모습을 기대한다.

그리고 기사 때문에 삭발을 해야 한 상주 선수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상무 정신이 느껴져서 보기에는 훨씬 더 좋습니다. 부상 없이 제대해 더 멋진 모습 보여주세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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