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삼성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조금씩 내려놓기.” 13일 오전 수원삼성 염기훈이 자신의 SNS에 ‘수고했어 염기훈’이라는 사진과 함께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이 한마디는 상당한 파장을 남겼다. 수원삼성의 상징과도 같은 그가 “내려놓겠다”는 말을 꺼내자 현역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1983년생으로 어느덧 36세가 된 염기훈의 발언이어서 파장은 적지 않았다.

이 발언 이후 염기훈은 <스포츠니어스>와의 대화를 통해 심정을 전달했다. 일단 “당장 은퇴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웃었다. 염기훈은 “늘 선발로 출장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전담 키커로서의 욕심도 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욕심들을 스스로 내려놓고 싶다”면서 “이제는 후반에 조커로 경기에 출장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나 스스로가 이제는 욕심을 버려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그런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염기훈은 수원삼성의 역사이자 K리그의 역사다. 317경기에 출장해 62골 100도움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100도움을 돌파한 선수가 됐다. 2015년과 2016년에는 2년 연속 도움왕에 올랐다. 비록 지난 시즌에는 도움왕 등극에 실패했지만 자신의 주포지션이 아닌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했다. 1983년생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그를 향한 팬들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염기훈은 어느덧 은퇴 이후의 인생도 생각해야할 나이가 됐다.

염기훈은 “요즘 들어서 몸도 많이 힘든 게 느껴진다”면서 “꼭 선발 출장이 아니더라도 조커로서의 임무도 받아들일 나이다. 조커로 뛰거나 엔트리에서 아예 빠지는 걸 나 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감독님과의 미팅에서 말씀드릴 수 있다. 이제 한두 경기 선발로 뛰면 그 다음 몇 경기는 조커로 준비하는 식으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상이 아니면 늘 선발 출장해 전담 키커로 활약한 그는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염기훈이 SNS에 남긴 글 때문에 팬들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염기훈은 올 시즌을 끝으로 수원삼성과의 계약이 일단 만료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은퇴를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는 “당장 은퇴를 결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은퇴할 수도 있고 조금 더 길게 뛸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선발 욕심을 많이 부렸는데 이제는 욕심을 버리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싶다. 모든 걸 내려놓고 팀을 위해서 필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려 4년 동안 수원삼성 주장으로 활약한 염기훈은 올 시즌 이 주장직을 김은선에게 물려줬다. 그는 “주장은 내려놓았지만 아직 고참으로서의 부담은 늘 있다”면서 “슈퍼매치 이후 경기력에 대한 지적도 있었고 홈에서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힘든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염기훈은 주장 완장을 후배에게 물려줬지만 여전히 수원삼성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언젠간 염기훈도 은퇴를 결정해야 한다. 그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잘 안다”면서 “은퇴를 결정하고 한 번에 모든 걸 내려 놓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조금씩 내려놓아야겠다고 얼마 전부터 생각하게 됐다. 늘 경기에 더 많이 나가서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커 선뜻 내려놓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염기훈은 “한 번에 내려놓는 게 어려우니 이제부터 은퇴를 생각해 조금씩 내려놓을 생각이다. 팬들이 내 은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한 만큼 나도 내 스스로 은퇴에 대해 조금씩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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