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현역 시절 영광으로 계속 존경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축구인이기에 비난 받아도 현장에 있어야 한다. ⓒ FC서울

[스포츠니어스 | 상암=홍인택 기자] 고대하던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의 무거운 마음은 여전하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6라운드에서 FC서울이 고요한의 두 골로 포항 스틸러스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서울은 전반 초반 김승대의 골에 실점하며 끌려갔으나 '원클럽맨' 고요한의 집중력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를 마친 황선홍 감독은 "첫 승이 없어서 선수들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홈에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홈 팬들에게 실망감을 많이 안겨줬는데 앞으로는 계속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하겠다"라면서 경기를 총평했다.

이날 서울은 첫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 이른 시간 김승대의 실점으로 첫 승리가 멀어지나 싶었다. 고요한의 활약과 집중력으로 두 골을 기록했을 때까지만 해도 서울의 승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후반전 제테르손의 골이 터지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러나 VAR 판독으로 이근호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서울은 구사일생으로 승리를 거뒀다. 황선홍 감독은 제테르손의 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많이 안 풀린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면서 지옥과 천국을 오간 심정을 전했다.

그런데도 황선홍 감독의 표정은 완전히 밝지만은 않았다. 6경기 만에 거둔 첫 승에도 무거운 마음이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황 감독은 단호하게 "아니다. 아직 멀었다"라고 대답했다.

황 감독은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이겨서 고맙다.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어 죄송스럽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FC서울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덧붙이며 위와 같이 말했다.

황 감독은 지난 수원 삼성전 소극적인 경기로 비판을 받았다. 포항전에서는 강하게 전방에서 부딪히며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황 감독은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 수가 많아지고 있다. 완성도를 높이는 게 맞는 것 같다. 상대에 따라서 변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거치는 패스보다 직선적인 축구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 감독의 고집 일부분을 접는다는 뜻으로 보였다.

황 감독은 실점과 득점 장면에 대해서는 오로지 팀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한 선수의 책임이 아님을 강조했다. 황 감독은 제테르손의 두 번째 골이 취소된 장면을 골과 마찬가지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어쨌든 우리 팀이 실점을 한 장면이다. 특정 선수 때문에 실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득점과 실점 모두 팀이 한 것"이라면서 "우리 경기를 잘 했는지, 우리 의도를 잘 실현했는지 살펴보는 게 먼저다. 동영상을 보고 분석해서 선수들과 공유하겠다"라며 특정 선수를 향한 비판을 경계했다.

한편 이날 두 골을 터뜨린 고요한에 대해서는 "팀이 어려울 때 활약해서 기쁘고 고맙게 생각한다. 자기의 소임을 다 했다. 계속해서 흐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대표팀 승선도 기대하고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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