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까지 건’ 해리 케인의 행동은 옳았을까?

ⓒ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곽힘찬 기자] 지난 7일 토트넘 홋스퍼가 스토크 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해리 케인은 지난달 12일 본머스전에서 부상을 당한 후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약 한 달 만에 선발로 출전했다. 그리고 득점까지 터뜨릴 ‘뻔’ 했다. 토트넘의 역전골 당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찬 프리킥이 케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 듯 보였다. 케인은 자신의 골이라 확신을 했는지 동료들과 함께 세레머니까지 했다. 하지만 경기 기록관은 득점자를 에릭센으로 기록했다.

팀이 승리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보통의 경우라면 득점자의 주인공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케인은 ‘텔레그래프’와 ‘이브닝 스탠다드’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계속 에릭센의 골이 아니라며 부정하고 있다. 나아가 자신의 골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토트넘 구단 차원의 EPL 사무국 제소를 요청했다.

내 골에 내 딸 인생을 건다

“I swear on my daughter’s life that I touched the ball” 자신의 골이라고 주장하며 케인이 덧붙인 말이다. 해석하는 방향에 따라서 케인이 골을 위해 딸의 인생까지 언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발언을 하면서까지 골에 대해 집착을 해야 했을까? 물론 세 시즌 연속 득점왕을 노리고 있는 케인의 입장으로서는 무척 억울하고 아까울 수 있다. 자신보다 5골 앞선 29골을 기록하고 있는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를 추격하고 있는 케인에게 한 골 한 골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케인은 경기 직후 “나는 아직도 득점왕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분명히 스트라이커로서 득점왕에 오른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하며 득점왕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보였다.

케인의 이번 행동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케인은 프리미어리그(EPL)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월드클래스 급의 스트라이커다. 앨런 시어러의 대기록을 경신하고 토트넘을 Top 4에 해당하는 강팀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케인의 이번 행동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스스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게임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득점왕 욕심이 나는 것은 이해한다. 잉글랜드 선수가 자국 리그인 EPL에서 세 시즌 연속 득점왕에 등극하는 것은 엄청난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의 득점이 아예 취소된 것도 아니고 동료 에릭센의 골로 기록된 것을 자신의 득점으로 인정받기 위해 제소까지 한 케인의 대응은 ‘월드클래스’ 선수로서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딸까지 언급하며 골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자신의 득점으로 인정된다하더라도 케인이 만약 살라의 기록을 넘지 못한다면 논란은 향후 더욱 가중될 것이다.

토트넘은 케인의 요청을 거절했어야 했다

토트넘의 대응 역시 실망스러웠다. 토트넘은 케인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EPL 사무국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10일 영국 언론 ‘스카이스포츠’는 속보를 통해 “토트넘은 스토크전 2번째 득점 상황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제소한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케인의 요청을 거절했어야 했다. 케인이 아무리 팀에서 공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선수라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케인은 팀 승리보다 개인 기록이 우선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선수단의 분위기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과 FA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팀 모두가 화합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나 토트넘은 이러한 상황에서 엄청난 ‘악수’를 두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토트넘은 사무국에 요청한 제소를 취하하고 에릭센의 득점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스타플레이어라고 하지만 팀 보다 개인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토트넘은 에릭센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씁쓸한 에릭센,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에릭센은 지금 어떤 생각일까? 에릭센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케인의 터치가 있었다면 케인의 득점이 맞다. 만약 심판진들이 터치 없이 들어갔다고 하면 그대로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리가 스토크전을 승리로 장식했다는 것”이라고 밝히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팀 동료가 딸의 인생까지 걸면서 자신의 골이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에릭센은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켠에 씁쓸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에릭센은 케인의 강력한 조력자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토트넘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에릭센은 꽤 많이 케인의 득점을 어시스트 해왔다. 케인이 지난 2시즌 연속으로 득점왕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에릭센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에릭센은 그저 “논쟁의 여지가 많다”라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토트넘과 케인에게 적잖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떠날 수도 있다. 토트넘과 에릭센의 남은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최근 에릭센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만약 재계약에 난항을 겪게 된다면 첫 번째 공격 옵션으로 꼽히는 에릭센을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앞으로 발생할 일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토트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선수는 팀 위에 있을 수 없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한 명의 선수가 경기 전체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11명의 선수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축구다. 앞서 언급했듯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단합을 깨는 행동을 하게 되면 팀 전체가 와해될 수 있다. ‘진정한 뛰어난 선수’란 원 팀의 10명과 함께 화합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다. 바르셀로나의 메시가 그라운드 위에서 존경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혼자만을 위해서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플레이하기 때문이다. 케인은 분명 뛰어난 선수고 기록이 그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진정한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서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 팬들이 BBC에 남긴 댓글

① 닉네임 AC1978_2018

Dear Harry,

You look desperate. I know it’s hard to stomach, but…

Salah is doing better than you at the moment and trying to claim goals by “swearing on your daughter’s life” that it “grazed your shoulder” makes you look like a plum!

Why don’t you ask to claim those goals that we guaranteed if the keeper hadn’t saved them..

해리에게

너 정말 필사적이구나. 견디기 힘들었다는 거 이해해. 하지만…

현재 살라가 너보다 잘 하는 건 사실이고, “어깨에 스쳤던 골”을 “너의 딸의 목숨을 걸고” 너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널 아주 근사하게 만들지! (반어법)

지금까지 키퍼가 안 막았으면 들어갔을 골들에 대해 주장하는 건 어때..

② 닉네임 Grommy

He swore “on his daughters life ” I have a Son and I would never use my child as a cheap media comment to prove a personal point. Mr Kane is obviously a mercenary .

그는 “그의 딸의 삶을 걸고” 맹세했죠. 나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난 절대 내 아이를 싸구려 미디어 코멘트에 개인적인 의견을 주장하려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케인 씨는 확실히 욕심쟁이군요.

emrechan1@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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