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덜랜드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곽힘찬 기자] 유럽 각 리그들의 일정이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동시에 수많은 팀들이 우승과 승격을 위해, 또는 강등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1부 리그에서 어떤 팀이 우승을 차지할까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하부 리그의 순위표를 살펴보는 것도 나름 재밌다. 분명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하부 리그를 전전하고 있는 팀들을 보면 과거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팬들의 기억 속에 있는 추억의 팀들을 살펴보면서 이들의 미래를 예측해보려고 한다.

# 잉글랜드

■ 선덜랜드AFC (EFL 챔피언십 23위) -> 예상 : 리그1 강등

우리는 어쩌면 앞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선덜랜드가 맞붙는 ‘타인위어 더비’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선덜랜드가 EFL 리그1(3부리그) 강등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선덜랜드가 만약 리그1 강등을 확정짓게 된다면 139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강등을 경험하게 된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프리미어리그(EPL)에 있었던 팀으로서 매우 굴욕적인 일이다.

챔피언십은 이제 시즌 종료까지 단 6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선덜랜드는 잔류 마지노선인 21위 버밍엄 시티에 승점 8점이 뒤져있다. 축구가 아무리 기적이 존재하는 스포츠라 하지만 선덜랜드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기적을 만들어낼 실낱같은 희망마저도 찾을 수 없다. 선덜랜드는 최근 12경기에서 단 1승(1승 3무 8패)밖에 거두지 못했고 리그 최다 실점 1위(72실점)를 기록하고 있다. 선수단 분위기 역시 최악이다. 지난달 31일 대런 깁슨이 음주운전 사고로 계약해지를 당하며 구단 내외적으로 잡음이 많다.

■ 볼턴 원더러스 (EFL 챔피언십 20위) -> 예상 : 챔피언십 잔류

ⓒ 크리스탈팰리스 공식 홈페이지

한국의 많은 축구팬들은 이청용이 뛰던 볼턴과 함께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이청용과 볼턴에 남아있던 좋았던 기억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 볼턴의 추락은 마치 롤러코스터가 급격하게 내리꽂듯 이루어졌다.

2011/12시즌을 앞두고 프리시즌에 펼쳐진 뉴포트와의 경기에서 팀의 핵심 선수 이청용이 톰 밀러의 살인적인 태클로 인해 정강이가 이중 골절되는 끔찍한 부상을 입게 되면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스튜어트 홀든의 장기 부상과 파트리스 무암바의 심장마비로 인한 갑작스러운 은퇴는 시즌 내내 얇은 선수층으로 고전하던 볼턴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당시 볼턴은 2011/12시즌 EPL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2/13시즌을 챔피언십에서 시작하게 된 볼턴은 심각한 재정문제까지 겹치면서 선수들의 임금을 코칭스태프가 지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이반 클라스니치의 이적을 시작으로 이청용까지 2015/16시즌을 앞두고 크리스탈 팰리스로 떠나며 볼턴 선수단은 공중 분해되고 말았다. 그 후 필 가트사이드 회장이 암 투병 중 사망하는 등 지속적으로 악재가 겹친 볼턴은 2016/17시즌 리그1으로 강등되는 등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희망은 있다. 볼턴은 스포츠 쉴드 그룹에 약 131억 원의 금액으로 판매되며 파산을 면했고 필 파킨슨 감독의 지휘 아래 서서히 날개를 펴고 있는 중이다. 한국 팬들 마음속에 ‘국민 구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볼턴을 우리는 다시 EPL에서 볼 수 있게 되는 날이 올까?

■ 리즈 유나이티드 (EFL 챔피언십 13위) -> 예상 : 챔피언십 잔류

ⓒ 크리스탈팰리스 공식 홈페이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리즈 시절’. 바로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시작된 말이다. 앨런 스미스의 팬들이 스미스가 과거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시절을 떠올리며 종종 하던 말인 ‘리즈 시절 스미스’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정작 리즈는 챔피언십에서 좀처럼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리즈의 전성기는 크게 두 시기로 나눠볼 수 있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중반을 제 1전성기,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제 2전성기로 꼽는다. 제 1전성기 당시 돈 레비 감독이 이끌던 리즈는 잉글랜드를 대표하던 강팀이었다. 이 시기 리즈는 각종 우승컵을 차지하며 황금기를 보냈다. 1부 리그 우승 2회와 인터-시티 페어스컵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등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 리즈는 1981/82시즌 2부 리그 강등의 아픔을 맛보는 등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1990년대 초, 성공적으로 팀을 재건하며 1991/92시즌 약 20여년 만에 다시 1부 리그 정상에 서게 되었다. 특히 2000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은 리즈 구단에 있어서 엄청난 업적이었다.

이랬던 리즈가 순식간에 몰락했다. 당시 축구팬들조차 리즈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리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선수를 비싸게 사와서 자유계약 또는 헐값으로 타 구단에 선물해주는 식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로비 킨, 세스 존슨, 마이클 브리지스 등이 그랬다. 결국 얇아질 대로 얇아진 선수단의 깊이를 극복하지 못한 리즈의 성적은 급격하게 하락했고 이로 인해 수입이 격감하면서 빚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게 됐다.

■ 블랙번 로버스 FC (EFL 리그1 1위) -> 예상 : 챔피언십 승격

ⓒ 크리스탈팰리스 공식 홈페이지

블랙번은 EPL 출범 이후 리그 우승컵을 차지한 팀 중 하나이며 EPL 출범 이후 리그 우승팀 중 처음으로 3부 리그로 강등당한 팀이기도 하다. 이처럼 블랙번은 영광을 누리다 구단주의 잘못된 경영으로 인해 갑자기 망해버렸다. 영국의 철강왕으로 불리던 잭 워커는 1990년 블랙번을 인수했고 많은 돈을 투자했다.

앨런 시어러와 크리스 서튼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한 블랙번은 케니 달글리시 감독이 부임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블랙번은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 4위-2위-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시어러는 무려 34골을 폭발시키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거머쥐었고 블랙번 81년 만의 1부 리그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우승을 차지한 이후 동기부여가 사라진 워커 구단주는 곧 투자를 줄여버렸고 이로 인해 주전 선수들을 지킬 수 없게 된 블랙번은 1998/99 시즌 챔피언십으로 강등되고 만다.

이후 2001/02 시즌 다시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이뤄냈지만 계속 하위권에서 맴돌다 2012년 다시 챔피언십으로 강등되었다. 팬들은 블랙번을 다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보기를 원했지만 블랙번의 추락은 계속되었다. 2016/17 시즌 23위를 기록,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지 5년 만에 다시 강등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하지만 블랙번은 다행히 포츠머스와 같은 ‘충격적인’ 몰락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현재 리그1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챔피언십 승격이 확실해졌다.

■ 위건 애슬레틱 FC (EFL 리그1 3위) -> 예상 : 챔피언십 승격

ⓒ 크리스탈팰리스 공식 홈페이지

2005/06 시즌부터 EPL에 명함을 내민 위건은 모두가 알다시피 ‘생존왕’으로 불렸다. 승격 시즌인 2005/06 당시 달성한 리그 10위와 칼링컵 준우승을 제외하고 2012/13 시즌까지 무려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강등권에서 경쟁을 펼쳤다. 위건의 패턴은 항상 이랬다. 시즌 막바지까지 최하위에서 머물다가 귀신같이 강팀들을 꺾고 극적으로 잔류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11/12 시즌이다. 당시 위건은 31라운드까지 18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33, 34라운드에서 맨유와 아스날을 격파한 것을 시작으로 뉴캐슬, 블랙번, 울버햄튼을 연달아 잡으며 15위로 잔류를 확정지었다. 이때 맨유-아스날을 상대로 연속으로 승리를 따낸 팀은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생존왕’ 위건은 재정적 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며 2012/13 시즌을 마지막으로 EPL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위건은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FA컵 결승에서 맨시티를 1-0으로 이기고 우승컵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2013/14 유로파리그(UEFA) 출전권을 획득했다. 챔피언십 소속팀이 유럽대회에 나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일단 2012/13 시즌을 끝으로 위건의 ‘생존왕’ 스토리는 잠시 휴재 중이다. 최근 위건은 리그1 강등, 챔피언십 승격을 반복하며 ‘동네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올 시즌 챔피언십 승격이 유력하지만 ‘생존왕’ 위건의 스토리가 다시 시작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포츠머스 FC (EFL 리그1 7위) -> 예상 : 리그1 잔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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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부터 EPL을 지켜봤던 팬이라면 포츠머스의 전성기를 기억할 것이다. 2003/04 아스날이 무패 우승을 달성할 때 유일하게 이기지 못했던 팀이 포츠머스였다. 해리 래드냅이 이끄는 포츠머스는 러시아 석유 재벌의 자본을 등에 업고 은완코 카누, 니코 크란차르, 솔 캠벨, 설리 문타리, 라스 디아라 등 이름 있는 선수들을 계속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투자의 효과는 2007/08 리그 8위와 69년 만의 FA컵 우승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하지만 래드냅이 토트넘으로 떠나면서 포츠머스는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저메인 데포, 피터 크라우치, 라스 디아라, 실버 디스탱 등 선발 선수 대부분을 이적시킨 탓이었다. 전력이 급격하게 약해진 포츠머스는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며 2010/11 시즌을 끝으로 EPL에서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심각한 재정 문제로 챔피언십, 리그1에 이어 리그2까지 강등된 포츠머스의 몰락은 끝이 없었다. 리그2에서 5부 리그이자 아마추어 리그인 컨퍼런스 리그로 강등될 뻔 했으며 지난 시즌 리그2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해 리그1으로 다시 복귀하는 데에 무려 4년이나 걸렸다.

# 독일

■ 1. FC 카이저슬라우테른 (독일 2. 분데스리가 18위) -> 예상 : 3부 리그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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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의 우승을 이끌었던 주장 프리츠 발터와 ‘오토 대제’ 오토 레하겔이 몸 담았던 팀이자 독일의 전통 강호로 이름을 날렸던 팀이 카이저슬라우테른이다. 카이저슬라우테른은 1951, 1953 독일 챔피언십 우승(분데스리가 전신)을 차지한 이후 1990년대에 와서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다.

1990년 DFB 포칼 우승과 1990/91 분데스리가 우승은 카이저슬라우테른의 시대를 알렸다. 1996년 부임한 레하겔 감독은 카이저슬라우테른과 함께 진기한 기록을 세웠다. 1996년 포칼 우승을 차지했지만 1995/96 2부 리그 강등을 당했다. 하지만 레하겔은 1996/97 2부 리그 우승과 1997/98 분데스리가 우승을 연속으로 달성해 내는 기염을 토했다. 2부 리그 우승을 경험한 승격팀이 이듬해 바로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기록은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초였다.

그러나 이러한 카이저슬라우테른의 영광에 발목을 붙잡은 것은 몰락한 다른 클럽들도 그랬듯 재정 문제였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주축 선수들을 지킬 수 없게 된 카이저슬라우테른은 결국 2004/05 시즌에 강등되고 말았다. 2010/11 시즌에 다시 분데스리가 복귀에 성공했지만 1년 만에 다시 강등당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현재 2부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카이저슬라우테른은 16위 하이덴하임에 승점 6점차로 뒤져있어 3부 리그 강등이 유력한 상황이다.

# 이탈리아

■ 파르마 칼초 1913 (세리에 B 5위) -> 예상 : 세리에 A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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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AC밀란, 인터밀란, 유벤투스, AS로마 등과 함께 세리에 7공주로 불렸던 파르마는 1천억 원에 가까운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2015년에 세리에 D로 강등되었다. 칸나바로, 바조, 튀랑, 크레스포, 부폰 등이 뛰며 코파 이탈리아 3회, UEFA 컵 2회, 위너스 컵 1회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바 있는 명문이었기에 파르마의 세리에 D 강등은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잊혀 가고 있던 파르마가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 지난해 파르마는 알렉산드리아와의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며 세리에 B 승격에 성공했다. 한 단계 앞선 기량으로 하부 리그를 평정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조금씩 되찾아 오고 있는 파르마는 5시즌 만에 세리에 A 복귀를 노리고 있다.

파르마의 부활을 언급하는 데에 있어서 주장 알레산드로 루카렐리를 뺄 수 없다. 재정 파탄으로 공개 경매로 나왔던 파르마는 인수할 투자자를 찾지 못해 강등당하며 소속 선수들이 모두 FA로 풀렸다. 루카렐리 역시 FA로 이적할 수 있는 팀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팀을 버리지 않았다. “심장이 시키는 대로 팀에 남았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2008년 파르마 이적 이후 약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팀을 이끌어왔다.

# 프랑스

■ AJ 오세르 (프랑스 리그2 11위) -> 예상 : 리그2 잔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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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축구팬들에게 오세르는 정조국이 뛰었던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오세르는 프랑스에서 잔뼈 굵은 팀이었다. 1961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44년을 오세르를 이끈 루 감독의 지휘 아래 1995/96 리그1 우승과 1996/97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2004/05 컵 대회 우승 등의 위업을 달성했다.

오세르는 2009/10 시즌 리그 3위를 기록하는 등 루 감독 사임 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거짓말처럼 부진하기 시작하면서 2011/12 시즌 리그 최하위로 강등되고 말았다. 그 뒤 오세르는 팬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갔다. 여전히 2부 리그에서 머물고 있으며 리그 1로 승격할 가능성은 크게 없어 보인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그게 바로 스포츠의 세계다. 지금 유럽 축구를 호령하고 있는 팀도 언제 추락할지 모를 일이다. 위에 열거한 팀들 역시 전성기 시절에는 이렇게 하부리그를 전전하는 팀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이 속절 없이 추락한 것처럼 또 언젠가는 다시 모든 이들의 박수를 받는 더 큰 무대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영광은 찾아올 수 있을까.

emrechan1@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