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유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 | 곽힘찬 기자]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3번째(1부 리그 5번째) 우승을 목전에 둔 맨체스터 시티가 코 앞에서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 오늘 오전 1시 30분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맨시티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우승하게 되면 맨유 팬들을 위해 경기 후 원정 출입구를 미리 개방 하겠다”고 하는 등 여유를 보였지만 176번째 맨체스터 더비의 승리를 맨유에 내주게 됐다.

‘들러리가 되기 싫다’ 맨유의 극적인 역전승

오늘 경기는 맨시티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이 경기를 이긴다면 6경기를 남겨두고 ‘EPL 최단기간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종전 기록은 2000/01 시즌 당시 맨유가 5경기를 남겨두고 달성한 우승이었다. 또한 역사상 처음으로 맨체스터 더비에서 우승을 결정해 지역 라이벌 앞에서 우승 세레머니를 할 절호의 기회였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맨시티의 우승은 거의 확실해 보였다.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맨시티는 맨유에 단 한 개의 슈팅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또한 공격, 중원, 수비 모든 부분에서 맨유를 압도하며 빈센트 콤파니의 강력한 헤더와 일카이 귄도간의 환상적인 터닝 슈팅 득점에 힘입어 2-0으로 앞서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전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전반과 180도 달라진 경기력을 보인 맨유는 폴 포그바의 연속 멀티골과 크리스 스몰링의 역전골을 묶어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맨유의 의지가 맨시티의 발목을 잡아버린 것이다. 기록이 맨유의 반등을 잘 말해주고 있다. 맨시티는 후반전에 단 1개의 유효 슈팅만을 성공시켰지만 맨유는 4개의 유효 슈팅을 성공시켰고 그 중 3개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맨유는 볼 점유율과 패스 횟수에서 압도당했지만 효율성에서 앞서며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도대체 하프타임 시간에 맨유 락커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기를 관전하러 온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락커룸을 방문해 헤어 드라이기라도 사용했던 것일까? 이처럼 믿을 수 없는 경기 양상에 해설하던 중계진조차 말을 잇지 못했다.

역시 마틴 앳킨슨 주심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잘 알겠지만 맨유는 이번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찝찝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바로 심판의 판정 때문이다. 물론 맨시티의 라힘 스털링이 몇 차례 찾아온 득점 찬스를 날려버린 것도 있지만 오늘 경기의 주심이었던 마틴 앳킨슨의 판정 역시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 유명한 ‘제라드 46초 퇴장’의 장본인 앳킨슨은 매 시즌마다 논란이 되는 판정을 적어도 하나씩 하는 주심으로 악명이 높다. 아무래도 앳킨슨은 이번 시즌 판정 논란 경기를 176번째 맨체스터 더비로 정한 듯하다. 오늘 경기에서 논란이 될 만한 판정은 3가지였다.

① 애슐리 영 핸드볼 파울

영은 전반 초반 맨시티가 시도한 땅볼 크로스 상황에서 넘어지며 공을 걷어냈다. 분명 손에 닿았지만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한 앳킨슨은 PK를 선언하지 않았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맨시티 입장에서는 복장 터질 일이었다.

② 세르히오 아게로를 향한 영의 태클

영의 다리가 아게로 정강이를 향해 있다. ⓒ SPOTV 중계 캡쳐, 스포츠니어스

맨시티에 가장 아쉽고 억울했을 만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영의 다리가 공을 건드리는 것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공을 맞고 발이 올라가 아게로의 정강이를 찼다. 아무리 고의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PK가 선언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앳킨슨 주심은 그 어떠한 판정도 내리지 않았다.

③ 포그바의 태클

후반 80분 포그바는 니콜라이 오타멘디를 향해 강력한 백태클을 시도했다. 그리고 몸을 털고 일어나 자신의 반칙에 대해서 쿨하게 인정했다. 맨시티의 역습을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시도한 포그바의 태클은 다이렉트 퇴장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반칙이었다. 하지만 앳킨슨은 옐로카드를 꺼내들었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 맨시티 선수들과 팬들은 분노했다.

영의 다리가 아게로 정강이를 향해 있다. ⓒ SPOTV 중계 캡쳐, 스포츠니어스

이날 경기의 주연을 꼽으라면 멀티골을 터뜨린 포그바가 아닌 앳킨슨 주심을 선택하고 싶다. 맨시티의 패배가 100% 앳킨슨의 탓은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 앳킨슨은 충분히 경기 결과에 큰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다. 덕분에 맨유는 약간의 득을 본 셈이 되었고 그들이 말하는 ‘시끄러운 이웃들’의 우승 파티를 망치며 최소한의 자존심을 챙길 수 있었다.

맨시티의 우승 매직 넘버는 다시 ‘2’가 되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우크스부르크를 4-1로 격파하고 리그 6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조기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 그 영광을 잠시 미루게 되었다. 맨시티는 오는 11일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UEFA) 8강 2차전에 이어 15일 웸블리로 토트넘 홋스퍼 리그 원정을 떠난다.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 앞에 몇 개의 산이 더 남아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직 그들의 우승 가능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emrechan1@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