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보이지만 착한 형.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 쿠비는 올 시즌 가장 유쾌하고 다이나믹한 선수 중 한 명이다. 경기 내내 경쾌한 돌파를 선보이며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골 세리머니를 할 때도 누구보다도 동료의 골에 기뻐한다. 인천 관계자 역시 “쿠비가 팀에서 가장 흥이 많은 선수”라면서 웃었다.

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전남드래곤즈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5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쿠비는 여전히 유쾌했다. 이날 경기에서 인천은 수적 우세 속에서도 결국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며 2-2 무승부로 경기가 마무리 됐지만 쿠비는 긍정적이었다.

쿠비는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상대가 수적으로도 부족했고 우리가 경기를 주도하기도 했다”면서 “중요한 경기였는데 이기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이게 축구다. 다음에는 더 나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쿠비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 출장해 후반 27분 교체됐다. 이기형 감독은 “쿠비에게 풀타임을 소화시킬 계획이었지만 쿠비가 코 부상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교체했다”고 밝혔다.

경기 후 만난 쿠비는 큰 부상이 아니라며 웃었다. “경기 도중 상대 수비수에게 팔꿈치로 얻어맞아 코를 다쳤다”고 말한 그는 “경기 도중에는 코뼈가 부러졌다고 생각했는데 팀 닥터가 응급처치를 잘해줬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쿠비는 “인천유나이티드에 힘을 보태고 싶다. 골이나 도움을 기록해 우리가 상위 스플릿에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올 시즌 쿠비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오른쪽 윙포워드로 출장해 종횡무진 측면을 누비는 활약으로도 사랑받고 있고 흥 넘치는 모습으로 경기장 밖에서도 동료들과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전북전에서 문선민이 결승골을 뽑아내자 가장 먼저 달려가 기뻐한 것도 쿠비였고 지난 서울전에서 송시우가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하자 가장 먼저 그에게 다가가 함께한 것도 쿠비였다.

하지만 쿠비는 골 세리머니 때마다 왕따(?)가 됐다. 문선민은 전북전 당시 BJ감스트의 ‘관제탑 세리머니’를 준비했고 송시우도 서울전에서 손목시계를 가리키는 ‘시우타임’ 세리머니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영문을 모르는 쿠비는 같이 기뻐하려고 하다가 졸지에 세리머니를 펼치는 동료들을 방해하는 선수가 됐다. 송시우는 서울전 당시 “‘시우타임’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는데 쿠비가 다가와 디발라 세리머니를 같이 하자고 했다”는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송시우는 “쿠비가 나보고 디발라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하면서 골을 넣으면 손가락 두 개를 편 뒤 얼굴을 가리는 디발라 세리머니를 같이 하자고 했다”면서 “그래도 내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 ‘쌩깠는데’ 사실 미안하기도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쿠비에게 이 이야기를 건네자 그는 “괜찮다”고 웃으며 “다음에 같이 세리머니를 하면 된다.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아마 다음에는 그 친구들이 나를 세리머니에 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어느덧 쿠비는 이렇게 인천 어린이들의 왕이 됐다. 경기가 끝난 뒤 한참이 지난 뒤의 장면이다. ⓒ스포츠니어스

쿠비는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지만 사실 그가 영입 당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건 아니었다. 일단 경력 자체가 그리 화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호주와 뉴질랜드 이중국적인 쿠비는 2012/13시즌 웨스턴 시드니 입단을 시작으로 웰링턴 피닉스, 센트럴 코스트 등 호주 A리그에서 활약한 게 전부였다. 공격수지만 득점 기록도 변변치 않았고 6시즌 동안 임대를 전전한 선수였기 때문에 쿠비 영입을 바라보는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그저 그런 외국인 선수 실패 케이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쿠비는 올 시즌 함께 영입된 무고사, 아길라르 등과 함께 팀의 주축 선수 역할을 확실히 해내고 있다. 쿠비에게 시즌 초반 자신의 영입을 반기지 않았던 대체적인 분위기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괜한 이야기를 전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다. 쿠비는 “나는 한글을 잘 모른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정말 그런 반응이 있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당신이 처음 인천에 입단할 때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이들이 이제는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고 하자 이를 쿨하게 받아들였다. 쿠비는 “그런 일로 나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관심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내가 처음에 인천에 입단할 때 나에 대해 기대하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내가 동기부여를 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에는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쿠비는 긍정적이고 유쾌했다. 쿠비는 “축구는 늘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한다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뛰는 선수들도 비난을 받는다”면서 “나에게 사과하는 대신 그 마음으로 인천을 더 크게 응원해 달라”는 말을 남긴 채 믹스드존을 떠났다. 그가 인터뷰를 마치고 가장 마지막으로 선수단 버스에 오르려 하자 인천의 꼬마 팬들은 쿠비를 둘러싸고 환호를 보냈다. 쿠비는 이미 인천 어린이 팬들의 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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