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아산=조성룡 기자] "내가 여기서 할 게 뭐가 있겠어"
7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아산 무궁화와 부천FC1995의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부천 정갑석 감독은 대뜸 이 말부터 던졌다. 요즘 부천은 그야말로 '잘 나가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막 후 5연승이다. 게다가 모두 원정 경기에서 거둔 승리다. 이만큼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럴 수록 정 감독의 할 일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렇게 다들 잘하는데 내가 선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게 뭐가 있겠어? 내가 뭔가 조언을 해주려고 해도 그것보다 자신들이 이 흐름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데 선수 스스로가 컨디션 조절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현재 부천의 주전 스쿼드는 그야말로 '이상 무'다. 부상이나 징계로 결장하는 선수가 하나도 없다. <스포츠니어스>에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해줄 말이 지난 경기와 다를 게 없다"라며 웃은 정 감독은 "경기 흐름이 이렇게 잘 유지되고 있는데 내가 건드릴 수가 없다. 여기서 갑자기 변화를 준다면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부천은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2 개막 전 세간의 평가를 뒤집는 결과다. 기분은 좋을 수 있겠지만 감독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조심스럽게 "부담스럽지 않냐"라고 물어보니 정 감독은 특유의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당연히 부담은 되지. 그런데 우리가 언제 이렇게 부담스러워 본 적이 있어."
"선수들에게도 항상 말하지. '지금 우리는 5연승이다. 연승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즐기자. 언제 이런 관심을 받아보고 언제 이런 좋은 성적으로 즐거운 축구를 했던 적이 있는가. 마음껏 즐기자'라고 강조했지. 요즘 많은 관심 받아서 참 기분 좋아." 말을 하는 정 감독의 표정은 싱글벙글이었다.
물론 언젠가 부천은 패배를 겪게 되고 고비 또한 찾아올 수 있다. 그 때를 이겨낸다면 부천은 정말로 꿈에 그리던 K리그1 승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고비가 올텐데 걱정되지 않나"라고 물어보니 그는 딱 한 마디를 던졌다. "다 생각이 있지." 공민현이 없을 때도 서울 이랜드에 전반전 2실점을 할 때도 그는 그랬기 때문에 무언가 믿음이 가는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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