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남북 축구 단일팀에 찬성하는 이유


남북 축구
남과 북은 1990년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친선 경기를 펼쳤다.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맞붙은 남과 북 선수들의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정책방송원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1월 아산무궁화 최익형 코치를 만난 적이 있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궁금한 게 많았기 때문이다.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남북 단일팀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그라면 당시 논란이 많았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관해 가장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최익형 코치는 당시 여러 에피소드를 전해주며 “경기장 안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단일팀 경험을 토대로 진솔한 조언을 해줬다.

최익형 코치는 당시 많은 추억을 쌓았다. 이후에도 당시 북한 선수들을 만난 적은 없지만 지금도 그들의 소식을 궁금해 했다. 북한 선수단이 대한민국을 방문해 경기를 할 때면 관계자들을 찾아가 당시 팀 동료들의 근황을 묻기도 했다. 남북 단일팀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추억이었다. 물론 그는 2018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라는 예민한 주제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의 입장을 나타낸 건 아니다. 남북 단일팀이 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나타냈을 뿐이다. 나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최익형 코치와 대화를 나눈 뒤 그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김현회] 1991년 남북 단일팀 주전 골키퍼에게 듣는 조언 (기사 보러가기)

단일팀은 병역 혜택에 문제 생긴다는 위험한 주장
2018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남과 북이 축구 단일팀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부분이 부정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나는 남북 축구 단일팀 구성에 찬성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지만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 선수들이 보여준 감동을 잊을 수 없고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인 축구라면 응당 남북 화해 무드에 도움을 크게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절차상으로도 전혀 문제가 될 것도 없다. 공정한 과정을 통해 남북 축구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이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응원을 보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남북 축구 단일팀 구성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의 병역 혜택이 걸려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군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금메달 가능성도 낮아지고 병역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놀라우면서도 서글픈 이야기다. 병역 혜택은 어디까지나 보너스 개념이다. 나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메달이 국위선양과는 관계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개인의 영달일 뿐 메달이 국가 이미지 재고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에서 쿠바와 중국이 아무리 많은 금메달을 따도 우리가 그들을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멀리 내다보면 메달을 땄다고 병역 혜택을 주는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그냥 그 자체로의 영예면 충분하다. 더군다나 메달을 따면 우리나라에서는 평생 돈까지 준다.

단일팀을 구성하면 금메달 가능성이 낮아져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르니 단일팀을 구성하지 말자는 주장이 그래서 더 놀랍고 슬프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은 미필 선수들이 군대를 빼기 위해 존재하는 대회가 아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선수들의 활약이나 성적보다는 병역 문제가 더 먼저 회자된다. 일부에서는 “손흥민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병역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아시안게임이 스포츠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개념보다는 한 선수의 군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한 선수 개인의 영달을 위해 단일팀을 반대한다는 건 놀라운 주장이다. 요새는 언론에서도 단일팀이 병역 혜택을 원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대단히 위험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대단히 멀리 내다보고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우리는 분단된 나라에서 살면서 억지로 군대에 가야 한다. 그런데 만약 남북이 화합하고 통일이 된다면 이렇게 억지로 군대에 끌려가지 않아도 된다. 남북 단일팀은 남북 화합의 상징이다. 이게 잘돼 남과 북이 화합하고 통일을 이룬다면 훗날 이 땅에서 뛸 어린 선수들은 자연스레 군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 몇몇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아야 한다면서 남북 화해를 이끌 수 있는 일을 반대하는 게 얼마나 근시안적인 생각인가. 몇몇 선수들은 메달을 따고 군대에 안 가 개인의 영달을 더 이루면 그만이지만 이 군대 문제를 원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남과 북이 화해 무드로 돌입하는 것이다. 병역 혜택을 위해 남북 단일팀을 반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남북 공동 입장
남과 북이 평창올림픽 남북 공동 입장 등에 대한 합의를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통일부

과정이 공정하면 문제될 게 없다
내가 이렇게 단일팀 찬성 의견을 주장하는 건 사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이 병역 혜택을 위한 대회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여론이 단일팀 반대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욕을 먹더라도 내 의견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일팀을 한다고 평화가 오는 게 아니다”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금메달 따고 병역 혜택을 받아야 하니까 단일팀 구성하지 말자”고 하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은 이렇게 군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차라리 그럴 바엔 성적이 조금 미치지 못하더라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대회가 되는 편이 더 낫다. 그리고 단일팀을 구성하면 못 딸 금메달을 우리끼리만 나가면 딸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내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반대했던 이유는 과정 자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선수단이 다 구성된 상태에서 단일팀이 급하게 출범하며 누군가는 대표팀에서 짐을 싸서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며 땀 흘렸던 선수 중 누군가나 피해를 입었다는 건 공정하기 못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조금 다르다. 아직 선수단 구성도 마무리되지 않았고 누가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을지도 결정된 게 없다. 이미 선수단 최종 명단 발표가 된 상황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현재는 그 누구도 아시안게임 티켓의 주인으로 결정된 상태가 아니다.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위해서는 아직도 4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6월 월드컵이 끝나야 본격적인 체제가 시작된다.

2018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달리 아직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과정도 문제가 없다.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나선 이들은 1991년 5월 서울에서 평가전을 치른 뒤 곧바로 평양에 가 두 번째 평가전을 했다. 그리고 탈락한 선수들은 기차를 타고 평양을 떠나 개성을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평가전에서 살아남은 이들만 평양에 남아 대회를 준비했다. 유상철도 당시 선발전에서 탈락해 눈물을 머금고 평양을 떠나야 했다. 이런 경쟁은 잔인한 일이지만 과정 자체가 공정하면 문제가 없다. 대한민국 선수들끼리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위해 경쟁해도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탈락한다. 단일팀이 구성되면 그 경쟁이 더 치열해 지는 것일 뿐이다.

한광성 칼리아리
한광성은 이탈리아에서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 칼리아리 제공

북한 선수들, ‘정치쇼’ 들러리 수준 아니다
물론 대표팀 최종 명단이 발표된 이후라면 거기에서 누군가를 떨궈내고 새롭게 단일팀을 구성하는 건 절차상 큰 문제가 있다. 1991년 남북 단일팀은 5월 초에 처음 만나 대회를 치르고 6월 말에 해단식을 했다. 대회를 준비한 건 한 달 남짓이었다. 아시안게임이 4개월이나 남은 현 상황에서라면 공정한 절차를 거쳐 대회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절차가 공정하면 단일팀에 반대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지 않을까. 또한 북한 선수들이 남북 평화 정치쇼에 들러리 정도로 참가하는 것도 아니다. 유벤투스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한광성(페루자)은 몸값만 약 200억 원으로 책정돼 있을 정도로 대단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남북 축구 전체를 통틀어도 손흥민과 기성용 다음으로 가장 잘나가는 선수다.

현재 보여주고 있는 기량만 보더라도 한광성은 대한민국의 또래 선수들보다도 앞서면 앞섰지 뒤지지 않는다. 실력에서 밀리면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공정하게 경쟁해 실력으로 단일팀을 선발한다면 지금보다 경기력이 떨어질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페루자에서 뛰는 최성혁도 재능 있는 선수다.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이 손흥민과 함께 뛰는 모습이 기대된다. 왜 꼭 단일팀을 지금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라고만 생각할까. 물론 화합을 한다고 남과 북이 동일한 수의 선수를 뽑겠다고 하면 그건 반대다. 실력으로만 놓고 단일팀을 선발하자. 그러면 “북한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받아들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보여주기식 단일팀을 구성게 필요 이상의 많은 자리를 북한 선수들에게 내준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공정하게 경쟁해 단일팀을 구성하는 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축구는 우리에게 조금 특별한 스포츠다. 남과 북 전력 차이가 심하거나 열기의 차이가 심한 종목이 아니다. 그리고 남과 북 모두가 가장 사랑하는 종목이다. 야구가 못하고 농구나 배구가 못한 걸 축구는 할 수 있다. 서울과 평양은 분단되기 전부터 축구 때문에 싸웠고 축구 덕분에 감동을 느꼈다. 남과 북이 화합하려면 스포츠와 문화 교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스포츠와 문화 교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정치적으로는 서로 부딪힐지 몰라도 스포츠와 문화는 큰 거부감이 없다. 지금처럼 남북 예술단이 서로 오가며 문화의 벽을 허무는 건 대단히 잘하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스포츠에서 남과 북이 교류를 해야 한다면 그건 축구가 가장 앞서서 해야 한다. 축구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산 최익형 코치
1991년 남북단일팀 직후 북측 체육 기자와 남측 선수 이태홍, 북측 탁구 선수 리분희, 최익형이 함께 찍은 기념 사진.

메달? 메시지와 감동만 전달돼도 충분하다
단일팀도 하고 더 나아가 경평전도 부활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과 북 프로팀이 여러 번 만나고 그러다가 프로축구가 통합리그를 운영했으면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벽이 허물어 지면 남과 북이 어느덧 하나로 뭉쳐져 있지 않을까. 서울 팬들이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원정 응원을 가는 게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되면 그게 바로 진정한 평화 아닐까. 축구는 남과 북 화해를 위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종목이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은 건 남북 단일팀이 한 번의 정치적 이벤트로 끝날 게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지속적인 교류를 위한 시작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일회성 이벤트라고 생각해서 반대했지만 이번에도 지속적으로 단일팀을 추진한다면 이 연속성에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단일팀 문제를 조금 더 유연한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반대 의견도 충분히 존중하지만 병역 혜택을 위해 단일팀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없었으면 한다.

지금은 남과 북이 단일팀을 구성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북 단일팀이 강해질 수 있느냐를 고민해 볼 시기가 아닐까. 그렇게 고민해 보다가도 안 되면 그때 가서 단일팀을 포기해도 된다. 대한민국은 지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팀이고 북한은 은메달을 딴 팀이다. 단일팀이 꼭 우리 선수들의 병역 혜택을 방해한다는 생각을 접고 접근해 봤으면 한다. 아시안게임은 몇몇 선수의 병역 혜택보다도 더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그리고 또 단일팀으로 나가 금메달을 좀 못 따면 어떤가. 때론 메달보다도 더 큰 메시지와 감동을 전국민에게 전달하기만 해도 아름다운 일 아닌가. 손흥민과 한광성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는 우리 스포츠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될 것이다.

footballavenu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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