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l 곽힘찬 기자] 토트넘 홋스퍼는 2일 0시(한국시간)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펼쳐진 EPL 31라운드에서 첼시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30분, 첼시의 알바로 모라타에게 헤더골을 허용하면서 0-1로 끌려갔지만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환상적인 중거리포와 델레 알리의 멀티골에 힘입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양 팀 모두에게 이 경기는 ‘승점 6점’짜리 경기였다. A매치 데이 종료 후 이루어지는 첫 리그 경기를 기분 좋게 출발해야 했고 무엇보다 리그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를 위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한판 승부였다.

# 짜릿한 28년 만의 승리

스탬포드 브릿지는 토트넘에 ‘악몽’과 같은 곳으로 여겨져 왔다. 토트넘이 첼시 원정에서 승리한 마지막 기억을 되새겨보면 EPL로 개편되기 전인 1990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테리 베나블스가 이끌던 당시 토트넘은 데이비드 하웰스와 게리 리네커의 득점에 힘입어 존 범스테드가 만회골을 기록한 첼시를 2-1로 격파했다.

이후 토트넘은 무려 28년 동안 첼시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했으며 그동안 9무 18패를 기록했다. 같은 런던을 연고지로 두고 있는 팀으로서 매우 처참한 기록이 아닐 수 없으며 토트넘 팬들에게는 어쩌면 ‘영원한 라이벌’ 아스날보다 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토트넘은 이번 승리로 계속 따라다니던 ‘무승’ 꼬리표를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28년 만에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승리했고 이에 대해 선수단 전체가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토트넘의 1군 선수단은 리그 내에서도 젊은 편에 속한다. 1990년 2월 이후 출생자가 손흥민, 케인, 알리를 포함해 17명에 달한다. 선배들이 깨지 못했던 징크스를 자신들이 해냈다는 점은 젊음과 패기로 뭉친 이들에게 새로운 ‘승리 DNA’를 심을 수 있게 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까워진다

31라운드까지 치른 토트넘, 첼시는 이제 리그 7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축구는 알 수 없는 스포츠이지만 첼시가 토트넘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 토트넘은 올해 리그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토트넘이기에 남은 경기에서 착실하게 승점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

각종 데이터 또한 토트넘의 높은 챔피언스리그 진출 확률을 대변해준다. ESPN은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확률을 3%, 토트넘의 확률을 99%로 봤다. 축구팬들을 뒤로 넘어가게 할 정도로 놀라운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소위 말하는 빅 클럽들에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란 무엇일까? ‘명예’다. 유럽 최고의 팀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함으로써 금전적 보상 및 수준 높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빅 클럽’이라는 위치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공격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알리와 에릭센 ⓒ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흐뭇한 포체티노, FA컵에 자신감이 생긴다

첼시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포를 보여준 에릭센이 올 시즌 토트넘에서 말이 필요 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전방의 공격진들에게 기회를 창출하고 있는 에릭센은 올해 토트넘의 리그 무패 행진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또 EPL 데뷔 이후 패널티박스 밖에서 총 16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기간 1위에 해당한다.

첼시전이 자신의 EPL 100번째 출전 경기였던 알리는 멀티골을 폭발시키며 더욱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알리는 지난 시즌에 비해 득점력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알리를 빼놓고 토트넘을 논할 수는 없다. 빈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좋은 알리는 2선과 3선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토트넘 공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또한 수비 가담과 크로스에 이은 헤더 능력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토트넘 공격 선택지를 증가시킬 수 없는 멀티 자원이다.

이와 같이 첼시전에서 보여준 에릭센과 알리의 활약은 포체티노를 흐뭇하게 했을 것이다. 토트넘은 스토크 시티 원정을 시작으로 맨체스터 시티, 브라이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A컵 4강전)와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오는 22일에 치러지는 맨유와의 FA컵 4강전은 사실상 ‘단두대 매치’다. 패배하는 팀은 올 시즌을 무관으로 끝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축 선수들의 지속적인 활약은 토트넘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제 토트넘은 중위권에서 맴도는 그저 그런 팀이 아니라 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발돋움 했다. 보다 안정적으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노릴 수 있게 된 토트넘은 그동안 지독하게 따라다녔던 ‘무관’ 꼬리표를 떼어버리기 위해 FA컵 우승에 도전한다. 상대는 쉽지 않은 맨유다. 하지만 토트넘은 자신감이 넘친다. 과연 그들은 ‘스탬포드 브릿지 무승 징크스’를 보란 듯이 깨버렸던 것처럼 보란 듯이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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