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FC1995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경남FC는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놀라운 행진을 이어갔다. 개막 후 무려 18경기 연속 무패(12승 6무)의 놀라운 행보로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3월 개막 이후 지난해 7월 수원FC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일찌감치 독주를 시작한 경남FC는 이후 2위와의 경쟁에서 멀찌감치 도망치며 여유 있게 K리그1 승격을 확정지었다. 7월 무렵 이미 우승으로 인한 자동 승격은 경남FC 차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만큼 경남의 독주는 대단히 인상적이었고 부산의 추격도 힘겨웠다.

지난 시즌 초반 경남은 운이 꽤 좋았다

그런데 올 시즌 K리그2에서 부천FC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개막전 승리 이후 4연승이다. 누군가는 시즌 초반 4연승을 가지고 왜 호들갑을 떠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 흐름이 지난 시즌 경남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천의 이 흐름이 올 시즌 K리그2 순위 경쟁의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4연승이 아니라 부천의 최근 상승세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즌 초반에 예측을 했다가 크게 빗나갈 수도 있어 조심스럽지만 어쩌면 부천은 지난 시즌 경남 같은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믿는다.

경남의 지난 시즌을 살펴보자. 시즌이 끝나고 최종 성적에서는 2위 부산아이파크에 무려 승점이 11점이나 앞서며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이 정도로 2위권과의 격차가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아산무궁화와의 개막전에서는 경기 내용이 다소 밀렸지만 말컹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고 부산아이파크 원정에서도 경기력은 밀렸지만 1-1 무승부로 소기의 성과를 냈다. 특히나 경남 초반 상승세의 가장 중요한 경기는 지난해 3월 26일 열린 대전시티즌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경남은 후반 35분 한 골을 먼저 내준 뒤 연이어 3분 사이에 두 골을 뽑아내며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김종부 감독도 당시에 “운이 좋았다”고 했다. “대전이 경기를 잘 하고도 우리한테 역전패를 당하면서 침체기를 겪은 반면 우리는 이 기세를 잘 탔다.” 경남이 이 초반 살얼음판 승부에서 한 번만 미끄러졌더라도 사상 초유의 1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독주를 이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김종부 감독의 지도력도 있고 선수들의 투혼도 있지만 적지 않은 운도 분명히 따랐다. 늘 이렇게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에서는 운과 흐름도 한 가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김종부 감독은 “초반에 비길 경기를 이겼고 질 경기를 비겼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경남의 독주를 말컹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경남은 말컹을 앞세워 독주를 이어간 끝에 승격에 성공했다. ⓒ 경남FC

원정 8연전, 그리고 홈 10연전

그런데 올 시즌 부천의 행보가 지난 시즌 경남의 모습과 굉장히 비슷하다. 부천의 올 시즌 개막전 대전 원정과 이후 안양 원정에서의 승리는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3라운드 광주 원정은 경기력에서 적지 않게 밀렸지만 부천이 골 결정력을 발휘하며 2-1 승리를 따냈다. 패하거나 비겼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건 없는 내용이었다. 4라운드 수원FC전 역시 전반 2분 만에 얻어낸 포프의 페널티킥 골을 잘 지키며 1-0으로 이겼다. 공민현이 퇴장 당해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가까스로 수원FC의 막판 공세를 잘 막아냈다. 그렇게 4연승을 거뒀으니 여기에는 실력은 물론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경기력 못지 않게 분위기도 중요하다. 사실 분위기를 타면 기대한 경기력 이상이 나오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부천은 올 시즌 제주도 전지훈련 당시 휴식을 꽤 많이 부여했다. 눈이 오면 눈이 온다고 쉬고 일요일이면 일요일이라고 쉬었다. 중간에 휴가를 사흘이나 주기도 했다. 정갑석 감독은 “우리는 시즌 개막 전부터 분위기가 좋았다”며 웃었다. 시즌 초반 좋은 분위기에 적지 않은 행운까지 곁들여져 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 지난 시즌 경남과 꽤 많이 닮았다. 압도적인 경기력이 아니어도 그들은 그렇게 승점을 챙기며 경쟁에서 조금씩 우위를 점했다.

부천의 희망적인 부분은 4연승을 모두 원정경기에서 거뒀다는 점이다. 부천은 홈 경기장 보수공사 문제로 원정 8연전을 치러야 한다. 시즌 초반 분위기가 대단히 중요한 상황에서 개막 후 줄곧 8경기 동안 원정만 다녀야 한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다. 하지만 부천은 원정 8연전 중 절반을 돈 시점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남은 4연전을 모두 져도 4승 4패로 꽤 괜찮은 승점을 따낸 것인데 요즘 부천의 경기력이라면 이 8연전 중 6승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더군다나 원정경기를 몰아서 치른 부천은 오늘 4월 28일부터는 홈 10연전을 펼친다. 날이 무거워져 체력적인 부담이 큰 시기에 이동 없이 안방에서만 경기를 치른다는 건 대단한 이점이다.

지난 시즌 경남은 말컹을 앞세워 독주를 이어간 끝에 승격에 성공했다. ⓒ 경남FC

부천의 서울E 원정 징크스

부천이 원정경기를 계속 치르며 4연승을 거뒀다는 건 승점 12점 이상의 성과다. 남은 원정 4연전만 슬기롭게 넘기면 지난 시즌 경남 같은 질주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물론 올 시즌 부천이 지난 시즌 경남과 다른 부분도 있다. 경남에는 압도적인 공격수 말컹이 있지만 부천은 이 공격 부담을 여러 명이 나눠 맡는다. 말컹 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어도 포프와 공민현의 플레이는 위협적이다. 오히려 공격 루트가 다양하다는 건 지난 시즌 경남보다도 유리한 측면이다. 반대로 경남은 최재수와 조병국, 배기종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포진한 반면 올 시즌 부천은 이런 부분에서 좀 약하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돼 경험은 다소 부족할 수 있다.

부천이 지난 시즌 경남 같은 질주를 펼칠 수 있느냐의 고비는 앞으로 치러질 두 경기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라운드 원정경기 상대는 서울이랜드다. 지난 시즌 10개 팀 중 8위에 머문 서울이랜드는 올 시즌 네 경기를 치른 현재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무 2패에 머물러 있고 경기력도 신통치 않다. 하지만 부천은 유독 서울이랜드 원정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서울이랜드 원정 6경기에서 단 한 번도 못 이겼다. 지난 시즌 마지막 라운드 서울이랜드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면 4강 플레이오프 가능성을 살릴 수 있었지만 이 경기에서 2-2로 비기며 5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등 유독 서울이랜드 원정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닐손주니어도 지난 수원FC전 1-0 승리 이후 이 사실에 대해 지적했다. “부천이 서울이랜드와 잠실에서 맞붙어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 경기날이 내 생일인데 꼭 잠실에서 서울이랜드를 한 번 잡아보고 싶다.” 하지만 문제는 올 시즌 포프와 함께 최전방을 구성하고 있는 공민현이 수원FC전 퇴장으로 서울이랜드전에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정갑석 감독은 포프를 최전방에 배치하거나 제로톱 전술을 쓰는 것 등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주축 공격수 없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적지로 떠난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다. 그리고 이 다음 경기는 모든 K리그2 팀들이 ‘승격 후보’라고 지목하는 아산무궁화 원정이다. 부천이 지난 시즌 경남처럼 독주하려면 이 두 경기에서 패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여기에서 2승을 거두면 더할 나위 없다.

지난 시즌 경남은 말컹을 앞세워 독주를 이어간 끝에 승격에 성공했다. ⓒ 경남FC

부천은 지난 시즌 경남이 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두 경기 결과에 따라 부천은 올 시즌 남은 경기를 수월하게 치를 수도 있고 다시 순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이 두 경기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팀들도 선두와 격차가 벌어지면 추격할 힘을 잃는다. 올 시즌 판도에 있어 부천의 다가올 두 경기는 대단히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원정 4연전에서 모두 승리한 부천의 행보가 놀랍다. 그래서 이들의 다가올 원정경기가 더 궁금해진다. 부천은 과연 지난 시즌 경남처럼 질주할 수 있을까. 비록 부천에 말컹은 없지만 다가올 원정경기의 고비만 잘 넘긴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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