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훌륭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잠실=홍인택 기자] 철퇴 축구다. 비록 골은 나오지 않았지만 고려대의 선 굵은 축구는 분명히 성과를 거뒀다. 여러모로 얻은 게 더 많았던 경기였다.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4라운드에서 서동원 감독이 이끄는 고려대는 서울이랜드FC를 승부차기 3-1 결과를 얻으며 32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를 마친 고려대 서동원 감독은 "K리그2 프로팀을 상대로 대학팀으로서 경기 하게 된 것도 영광이다. 이렇게 좋은 경기장에서 프로 선수들과 경기했다. 사실 시즌 중이라 베스트 멤버로 선수단을 꾸릴 순 없었다"라고 전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프로팀과 대등한 경기를 했다. 배울 수 있어서 가슴 깊이 좋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선수비 후역습의 형태를 취했다. 분명 경기가 시작할 때에는 4-3-3 포메이션으로 싸웠다. 중반부터 4-4-2와 4-1-4-1 형태를 취하더니 매우 두꺼운 수비로 서울E의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수비만 하지는 않았다. 고려대는 서울E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빠른 속도로 공격을 전개했다.

고려대는 전통적으로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한다. 그러나 이날 최전방에 있었던 공격수들의 신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대신 박상혁, 신재원, 공민혁이 끊임없이 서울E의 측면 깊이 빠르게 파고들었다. 고려대의 공격 작업은 결실은 보지 못했지만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탄탄한 수비로 역습을 노리는 모습은 고려대식 철퇴 축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동원 감독은 "오늘 과연 프로팀을 상대로 우리 수비력이 어느 정도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라며 "결과보다는 대학 선수들이기 때문에 아직 더 발전해야 한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어떻게 계속 이끌어낼 수 있을지 중점을 뒀다"라고 전했다.

이어 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았다. 프로팀을 상대로 서로 커버하고 밀집하고 압박하는 모습들이 유기적으로 잘 조화를 이뤘다. 상대에게 부담을 줬다"라면서 선수들을 칭찬했다. 고려대식 철퇴 축구의 전술 실험이 잘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고려대는 지난주 U리그 개막전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벌 연세대를 만나며 0-2로 패배했다.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는 40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여러모로 시즌 초반이 불안했던 게 사실. 그러나 이번 FA컵에서는 32강에 진출하면서 프로팀에 굴욕을 선사했다. 고려대로서는 매우 큰 자산으로 남았을 경기다.

서동원 감독은 "지난주 U리그 시작으로 스쿼드도 많이 부족했다. 부상 선수도 있고 FA컵을 따로 준비하기보다 현재 가동할 수 있는 인원으로 최대한 프로팀에 부담을 주도록 노력했다"라며 경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한 시즌 4~5패 정도를 겪는 팀이다. 그런데 벌써 두 번이나 패배했다. 대학리그를 선도하는 팀이라는 책임감이 있다. 감독으로서도 대학 무대에서는 상위권을 책임져야 한다"라며 "이 책임감으로 부담으로 느끼지 않으려 한다. 선수 가동 인원이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정상권에 근접한 팀으로 운영하겠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서 감독은 "프로팀과의 경기 자체가 도움이 된다. 또한 지도자로서 프로팀을 상대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지, 공격은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 무대가 된다"라며 "큰 배움의 장이 된다. 학생들과 함께 나도 열심히 준비해서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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