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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남기일 감독은 시민구단 전문 감독이다. 2011년부터 광주FC 코치를 하다가 2013년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지도자로서 활약을 인정받아 2015년부터는 광주의 정식 감독이 됐다. 남기일 감독은 광주를 2017년 8월까지 이끌다가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사퇴 과정에서 광주팬들에게 남겼던 손편지는 여전히 광주 팬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반년간의 휴식기. 남기일 감독을 둘러싼 소문들이 무성했다. U-23 감독을 비롯해 일본 J리그에서 감독직 제안이 왔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러나 남기일 감독은 쉽게 팀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작년 12월 6일. 성남FC는 박경훈 감독의 뒤를 이어 새 사령탑에 남기일 감독을 선임했다. 시민구단에서 또 다른 시민구단으로 옮긴 것이다.

시민구단의 선수단 운영은 쉽지 않다. 기업구단도 마찬가지겠지만 감독으로서도 욕심이 있다.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환경이 기업구단보다 제한되는 것은 사실. 그래도 성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알차게 선수단을 꾸렸다. 에델, 무랄랴를 데려왔고 서보민, 문상윤까지 영입하며 시즌을 시작했다. 선수단이 대거 재편된 상황에서 시즌 초반 네 경기 1승 3무다. 남기일 감독의 역량은 광주에 이어 성남에서도 조금씩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상황이 어려웠던 광주를 1부리그로 승격시킨 남기일 감독이다. 1부리그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주며 생존해왔다. K리그1 구단도 그를 노리고 있었고 J리그도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기일 감독은 다시 시민구단과 손을 잡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더 좋은 지원을 받고 더 큰 보상을 받길 원한다. 그는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다.

남기일 감독은 이번에도 시민구단과 손을 잡은 이유로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성남시와 구단의 발전 가능성을 봤다. 우리가 잘 하면 시민구단의 모범이 될 수 있다"라며 "자긍심을 느꼈다. 더 좋아질 수 있다"라며 성남 감독 계약서에 사인한 이유를 밝혔다.

남기일 감독은 "광주에 있을 때도 팬들이 워낙 좋게 봐주셔서 좋았다. 성남에도 있을 건 다 있더라"라며 씨익 웃었다. 공과 선수만 있으면 된다는 뜻인지 물으니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 그는 "내가 선수복이 많은 것 같다. 매 시즌 좋은 선수들이 2~3명, 많게는 5명 정도 나오더라.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더 좋은 팀으로 이적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남기일 감독은 "솔직히 구단이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도 인정한 부분이다. 성남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성남FC 운영 예산 70억 원 전액 삭감을 결정하고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기를 겪었다. 이후 29일 본회의에서 15억 원 반영으로 가결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성남 측은 일단 15억 원으로 급한 불을 끈 뒤 예산안 추가 편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성남은 작년에도 시 예산 40억 원 확보 후 추가경정을 통해 15억 원을 더 받았다.

게다가 남기일 감독을 선임한 이석훈 대표는 지난 5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21일 전 분당구청장 윤기천 대표가 성남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남 감독은 "윤 대표 선임 후 회식도 했다. 편하게 해주시더라. 구단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분이다"라며 신임 대표를 향한 기대와 믿음을 드러냈다.

이어 "광주에서도 좋은 선수들과 함께 시즌을 치르다가 시간도 지나왔던 거 같다"라면서 "지금은 성남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날이었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다고 했다. 팀만 생각해도 벅차다고 한다. 그런 남기일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홈 승리다. 지난 24일 있었던 안산 그리너스 전은 0-0으로 비기면서 아직 홈 승리가 없다. 남 감독도 "서포터즈 분들이 작년에 너무 슈팅이 없었다고 하더라"라며 "아직 홈 승리가 없다. 다음 FA컵과 아산 무궁화전을 통해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은 오는 28일 대전 시티즌과 FA컵, 다음 달 1일 아산 무궁화와 홈에서 리그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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