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괜찮아, 다음 거 가자


한국 국가대표팀
ⓒ중계 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한국 시각 지난 24일 오후 11시 대한민국 남자 축구국가대표팀과 북아일랜드의 평가전이 있었습니다. 박주호의 놀라운 어시스트에 권창훈이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갔지만 세트피스, 폴 스미스의 골로 실점하며 1-2로 패배했습니다.

국가대표 경기가 끝나면 으레 그랬던 것처럼 이런저런 말이 오갑니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고, 누구를 빼야 하고, 누구 대신 누구를 넣어야 하고… 경기 내용만 새로웠을 뿐 나오는 담론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좋았던 경기 내용만큼이나 결과까지 얻었다면 좋았겠지만 패배가 아쉬워 그랬겠지요. 저도 기자이기 전에 축구팬이기에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글은 칼럼입니다. 팩트를 기반으로 사견을 풀어 놓는 형식의 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지면을 빌려 제 개인적인 사견을 풀어놓으려 합니다. 국가대표 선수들과 신태용 감독이 제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저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잘된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 말하는 것보다 지금 시점에서 격려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 사견을 조금만 더 보태려 합니다. 장현수는 후반 역전골의 빌미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수 없습니다. 장현수는 최근까지 보여줬던 그의 경기 중에서 그 어느 경기보다 훌륭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북아일랜드의 공격 흐름을 계속 차단했고 많이 뛰어다녔으며 하프라인 위까지 올라와 공격 빌드업을 도왔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장현수도 일본에서 먼 거리를 이동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체력 문제와 그라운드의 상태, 심판의 묘했던 판정 기준을 생각하면 그는 충분히 잘 해줬습니다. 최근까지 그를 향한 악플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기성용이 후반 교체로 나올 때 그의 주장 완장을 장현수에게 전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장현수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동료들의 신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팀의 ‘넘사벽’ 주장 기성용은 일말의 주저 없이 그의 책임을 장현수에게 맡겼습니다. 그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우리는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한 중계를 들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제 직업은 문제를 진단하고 가끔은 따끔하게 쓴소리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 위원은 “때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질책하고 비판해야 할 때가 있고 격려하고 감싸줘야 할 때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위원은 “지금은 격려해줘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이 위원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운동은 아니었지만 청소년 시절 중창 대회에 나간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물론 매번 좋은 성적을 거둘 순 없었죠. 매번 1등만 했다면 저는 기자가 아니라 성악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았을 때 실망도 컸습니다. 그러나 중창은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서 화음을 내는 팀 음악입니다. 그래서 동료들의 실망도 함께 전해져 옵니다. 그래도 저와 동료들은 서로 “괜찮아. 우린 잘 했어”라며 격려했습니다. 누가 음을 틀렸고, 누가 악상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질책하면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알았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다음’을 노렸습니다.

작년 여름 태백에서 열린 추계대학축구연맹전이 기억납니다. 저는 그때 서울대의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서울대는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이 함께 모여 팀을 이룹니다. 그래서 이기는 날은 매우 드물고 지는 날이 더 많았죠. 그때도 울산대를 상대로 0-5로 졌습니다. 그런데 운동장에 있는 22명의 선수 중 그 누구보다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서울대 수비라인을 지키며 선수들을 계속 독려하는 4학년 김종아였습니다. (그때가 4학년이었으니 지금은 졸업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실점은 골키퍼뿐 아니라 수비수에게도 큰 부담입니다. 그러나 그는 계속 고개를 떨구는 서울대 선수들을 향해 손뼉을 치며 외쳤습니다. “괜찮아! 다음 거 가자!” 그의 한마디에 서울대 선수들은 다시 고개를 들더군요.

그래서 격려해주려고 합니다. 지금은 말이죠. 3월 평가전에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게 배울 점이 더 많을 겁니다. 후회도 될 거고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지’, 혹은 ‘이런 부분이 잘 됐으니 다음에도 그렇게 해야지’라며 고민할 겁니다. 지금 하고 있는 치열한 고민이 그들에게 좋은 자산이 되길 바랍니다.

국가대표팀. 장현수. 김신욱. 괜찮아요. 다음 거 합시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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