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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잠실=홍인택 기자] 서울이랜드FC의 주장 골키퍼 김영광이 부야의 페널티킥을 막았던 상황을 전했다. 김영광은 "날 보고 찰 거 같은 폼을 잡더라"라며 "운이 좋게 가운데로 와서 잘 잡았다"라고 전했다.

서울E는 24일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4라운드에서 광주FC와 0-0으로 비겼다. 서울E는 후반전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 VAR로 감한솔의 페널티킥 파울이 선언된 것. 시즌 초반 네 경기 중 벌써 세 번의 페널티킥이다. 지난 대전 시티즌에서는 페널티킥 한 골을 내줬으나 1라운드였던 수원FC전과 이날 광주FC를 상대로 선방하며 팀의 패배를 막아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김영광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김영광은 "홈 경기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 해서 팬들에게 죄송하다"라며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 진짜 노력 많이 한다. 그 어느 시즌보다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경기는 못 이기고 있지만 이게 진짜 팀이구나 싶을 정도로 한마음으로 뛴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그래서 더 아쉽다. 초반에 변수들이 자꾸 생겨서 안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나중엔 또 잘 될 거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영광은 이번 시즌 초반부터 페널티킥을 가장 많이 내주고 있다. 네 번의 경기에서 벌써 세 번째 페널티킥이다. 그런데 실점은 또 단 한 번 대전 시티즌 페드로에게만 내줬다. 수원FC 키커로 나섰던 백성동은 골대를 넘겼고 광주FC 부야는 파넨카 킥을 시도했지만 김영광이 그대로 슛을 잡아내며 막았다. 서울E와 광주의 경기를 지켜보던 경기기록관은 "김영광을 물로 봤네"라며 혀를 찼다.

부야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김영광은 "부야가 나를 보고 차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움직이는 걸 보고 판단해서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려고 했을 것"이라며 페널티킥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부야가 몸이 크지 않나. 저런 선수들은 대부분 강하게 차는 스타일인데 갑자기 뭔가 보고 찰 거 같은 폼을 잡더라"라며 "저도 한 템포 기다렸는데 운이 좋게 가운데로 와서 잘 잡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서로 심리 싸움을 한 거 같다. 부야가 마지막에 당황해하더라. 내가 넘어지려고 하다가 순간 기다리니까 당황하면서 찬 거 같다"라며 위와 같이 말했다. 김영광은 "아무래도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까 선수들이 어떻게 찰 거 같다는 감이 오는 게 사실"이라며 "많은 경기를 통해서 얻는 게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알아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축구라는 게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네 경기를 치렀는데 벌써 세 경기 째 페널티킥이다. 인창수 감독의 마음도 타들어 가겠지만 김영광이야말로 킥을 막아야 하는 당사자 위치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처럼 보인다. 김영광은 "세 번의 페널티킥 중에 하나만 실점해서 그래도 다행"이라며 "선수들로서는 아쉬워서 판정에 항의하는 거다. 워낙 VAR이 정확히 보고 있다. 선수들도 수긍하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영광은 "어쩔 수 없다. 정정당당하게 하는 수밖에"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의 대답에는 연륜이 묻어났다. 그 모습은 경기장에서도 드러난다. 울산 현대에 있을 때나 국가대표에서 보여줬던 김영광의 저돌적인 모습과는 또 다른 노련함이다. 김영광은 "이런저런 경험들을 어렸을 때 해봤으면 어떨까 싶다. 아쉬워서 후배들에게 지금 느끼는 점을 많이 얘기한다. 나중에 많이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나도 어렸을 땐 못 느꼈다. 지금에 와서야 느끼니까 너무 아쉬워서 자꾸 얘기하게 된다. 그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최대한 많이 얘기해주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팀 동료들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 본인들에게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와 순간이 중요하다. 잘 받아들이는 선수들이 성장도 잘 하더라"라며 "3~40명 한 사람 한 사람 마음 맞추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진짜 어렵다. 가장 힘든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영광은 어려움 속에서도 가장 좋은 점을 찾아낸다. 그는 "다행인 건 이번 시즌 팀 동료 모두가 서로 잘 이끌어가려고 한다. 경기는 못 이기지만 진짜 팀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라며 "한 번 분위기만 타면 쭉 이어갈 수 있다. 그 분위기를 타는 시점이 오늘이고 싶었다"라며 일말의 아쉬움을 전했다.

서울E의 다음 리그 상대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부천FC1995다. 팀의 주장으로서, 골키퍼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 그럼에도 김영광에겐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부천도 운이 많이 따르고 있는 경기들이 있더라. 결국은 기회가 왔을 때 골을 넣느냐 못 넣느냐의 차이"라며 약간 도발 섞인 말을 꺼냈다. 이어 "어쨌든 부천은 1위 팀이다. 우리가 잘 준비해야 한다"라면서 "상대적으로 우리가 부천에 강한 면모가 있다. 우리도 충분히 분위기를 탈 수 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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