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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2일 축구회관에서 3월 유럽 원정평가전(24일 북아일랜드, 28일 폴란드) 출장할 선수를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전북현대에서 뛰는 선수가 일곱 명이나 선발됐다는 점이다. 공격수 김신욱과 이재성을 제외하고 수비 라인에만 김진수, 홍정호, 김민재, 최철순, 이용 등 다섯 명의 선수가 뽑혔다. 전북의 포백 라인이 그대로 대표팀으로 옮겨 가는 수준 이상이다. 전북이 K리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는 터라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논란은 이후 벌어졌다. 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전북 최강희 감독의 발언 때문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전북이 실점률이 높아 걱정”이라고 했고 여기에 최강희 감독은 전북 선수들을 너무 많이 차출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팬들 사이에서도 두 감독의 이야기에 양쪽으로 편이 갈렸다. 신태용 감독이 K리그 특정 구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건 이 구단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그래 놓고도 그 팀 선수들을 그대로 뽑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표 선수들을 뽑았는데 소속팀 감독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점에 대해 최강희 감독을 질타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정확히 뭐라고 했을까

들어 보면 두 감독의 발언을 지적하는 양 쪽 말이 다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두 감독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할 말은 했을 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적지 않은 오해와 과장이 있다. 신태용 감독과 최강희 감독 모두 자신의 의견을 잘 이야기했고 이걸 가지고 싸울 이유도 전혀 없다. 누구를 겨냥한 가시 돋힌 발언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헐뜯는 의견도 아니었다. 일단 신태용 감독의 정확한 기자회견 내용을 들어봐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전북의 실점률이 높아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를 핵심적으로 한 게 아니라 “그럼에도 이 선수들의 능력이 좋아 대표팀에 뽑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정확한 내용은 이랬다. “(전북 선수들이)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뽑았다. 팀에서 꾸준하게 손발을 맞춰왔다. 지금 전북이 국가대표급 수비진을 구축하면서도 골을 많이 먹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 선수들이 내 눈에는 좋은 선수들이다. 대표팀에 꾸준히 뽑혀서 국제 경쟁력도 갖춘 선수들이다. 내 눈에는 우리나라 대표급 선수 중에 개개인의 기량으로는 가장 좋은 멤버다. 어느 특정 팀을 두고 뽑는 게 아니라 이 전북 선수들이 우리나라 대표급 선수들이기 때문에 뽑았다.” 전혀 문제될 게 없는 발언이다. 오히려 최근 소속팀에서의 실점률이 높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신뢰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앞뒤 다 자르고 “전북 실점률이 높은 게 걱정”이라고 하면 오해하기 딱 좋다. 이 말만 들으면 신태용 감독이 전북 수비진을 ‘디스’한 것처럼 보인다. 딱 봐도 자극적이다. 이 발언만 들으면 ‘그럼 다른 팀에서 뽑으면 되지 전북에서 다 뽑아놓고 뭘 그렇게 투덜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전문을 다 읽은 뒤에도 이게 전북 수비진을 향한 ‘디스’라고 느껴지는가. 오히려 전북 수비수들을 감싸는 인터뷰였다. ‘실점률 높은 전북 수비수들을 대거 대표팀에 뽑았다’고 언론과 여론이 들고 일어날 걸 미리 신태용 감독이 감쌌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전혀 문제될 게 없는 발언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소속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에 차출돼 고민에 빠졌다.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을 충분히 이해한다

반대 여론은 정상적인 차출 과정에 대한 최강희 감독의 볼멘소리를 지적한다. 최강희 감독이 수비진에서 다섯 명이나 국가대표에 뽑힌 걸 유감스럽게 이야기했다는 걸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 입장에서는 못할 말도 아니었다. A매치 기간에는 K리그가 열리지 않지만 전북은 폴란드와의 28일 경기를 치르고 사흘 뒤 상주상무와의 K리그 경기를 치러야 한다. 무려 일곱 명이나, 그것도 수비진에서 다섯 명이나 한꺼번에 빠져 버리면 타격이 어마어마하다. 폴란드전에 출장한 선수는 상주전을 쉬어야 할 상황이다. 신태용 감독이 수비 안정화를 위해 전북 수비수들을 대표팀에 대거 뽑은 만큼 이들은 폴란드전에도 출장할 가능성이 높다.

전북은 전력의 절반이 넘는 이들을 내줘야 한다.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소속팀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FM을 해본 이들은 잘 알 것이다. 애지중지 하는 선수가 대표팀에 갔다 돌아와 리그 경기를 앞두고 체력이 65%로 떨어져 있으면 아무리 컴퓨터 속 가상 세계라고 해도 욕부터 나온다. 그런데 한두 선수도 아니고 주전 수비수들이 전부 체력에 빨간 불이 떠 돌아온다면 어떨까. 아무리 전북 선수층이 두텁다고 하더라도 1군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 사이에서의 기량 차이는 존재한다. 인천에 일격을 당해 독주 체제가 위태로워진 전북으로서는 K리그에서 100%의 전력으로 임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더군다나 오른쪽 풀백은 두 명이나 차출됐으니 걱정이 없는 게 더 이상하다.

신태용 감독과 최강희 감독의 발언은 충돌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흑과 백으로 세상을 나눠 바라보는 이들이 이 두 발언을 마치 충돌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 선수들이 최고의 선수들이다”라고 했고 최강희 감독은 “다 뽑아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둘 사이에서 서로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나. 누구 한 쪽의 말이 옳으면 반대쪽 말이 틀린 게 아닌 사안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신태용 감독의 발언을 옹호하거나 최강희 감독을 지지하는 세력으로만 나눠져 있다. 두 감독 다 충분히 지도자로서는 할 수 있는 발언을 했는데 어느 쪽이건 한 쪽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바라본다.

둘 모두 할 수 있는 말 했을 뿐

차라리 신태용 감독이 “전북 실점률이 높은데 뽑을 선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뽑았다”고 했거나 최강희 감독이 “우리 선수는 몇 명 이상 뽑지 말라”고 했으면 논쟁이 좀 됐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정도는 돼야 ‘디스’나 ‘배틀’이다. 이 둘 모두 할 말을 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게 논쟁이 될 정도로 미묘한 것도 아니다. 누가 보면 신태용 감독과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 차출을 놓고 머리채라도 잡은 줄 알겠다. 세상에 싸울 일이 얼마나 많고 지적할 게 얼마나 많은데 이런 의미 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나. 싸우지 말자. 이 두 감독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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