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추락에 아직 날개는보이지 않는다 ⓒ대전 시티즌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지난 11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안산 그리너스와 대전 시티즌의 경기, 안산 구단은 이 경기를 '미친 경기'라 표현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표현이었다. 이날 안산은 두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3-2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봐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안산의 팬들은 더욱 짜릿했을 것이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안산이었다. 하지만 경기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대전은 어쩌나…'

자신감 얻으려다 잃고 간 대전

지난 안산전에서 대전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2-3이라는 스코어가 나왔다. 11명이 9명을 상대한 결과다. 집중력을 잃고 안일하게 대처해 역전을 허용한 수비진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공격이었다. 사실 대전이 기록한 두 골 중에서 대전이 스스로 만들어낸 득점 장면은 없었다. 한 골은 페널티킥이었고 한 골은 상대의 자책골이었다.

공수 전반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비를 이겨내는 힘이 보이지 않았다. 2-2가 되고나서 대전은 거세게 공세를 펼쳤다. 득점까지 가능한 장면을 몇 차례 만들어냈다. 하지만 안산 이희성 골키퍼의 선방과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으로 고개를 숙였다.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여기서 대전이 득점을 했다면 경기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고 감독은 계속해서 자신감을 화두로 꺼냈다. 경기 전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해라. 실수해도 자신있게 실수해라"는 것이 그가 선수단에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경기 후 자신감 회복은 커녕 오히려 남아있던 자신감도 잃을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고 감독 역시 "선수단의 분위기가 상당히 가라앉아 있다. 다음 경기까지 이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다음 경기가 중요해졌다. 여기서 선수단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부진에 빠질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의 원동력은 자신감이다. 하지만 대전은 두 경기에서 원동력을 전혀 얻지 못했다. 다가오는 서울 이랜드와의 경기에서 승점을 따내지 못한다면 그 다음 경기는 부산 아이파크전이다. 3월에 승점 1점도 따지 못하는 악몽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시즌 초반 감안해야 하지만 대전에 변화가 필요하다

초보 감독 고종수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있다 ⓒ 대전 시티즌 제공

최근 대전은 안팎으로 시끄럽다. 구단 수뇌부와 서포터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구단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도 터져 나왔다. 그 중에는 선수단에 대한 의혹도 있다. 50명이 넘는 초대형 선수단을 구성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에 대한 논란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대전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선수단이 구단 수뇌부와 서포터스의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초대형 선수단이나 외국인 선수에 대한 논란은 그들이 조금이나마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말로 할 수 없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적어도 대전의 경기력, 또는 성적이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면 의혹을 제기하는 측을 설득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조직력이 벌써부터 완벽할 수 없다. 고 감독 또한 이제 프로에서 두 경기 지휘봉을 잡았을 뿐이다. 하지만 안산전 패배는 그저 아쉬움으로 끝날 정도의 모습은 아니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대전이다. 그러나 변화는 외부에서 만들어줄 수 없다. 내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결국 선수단 스스로가 이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셈이다. 따라서 고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프로축구계에서 수많은 사건이 터져왔다. 그 때마다 선수단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경기력으로 보여주겠다,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 대전은 현재 이런 말도 쉽사리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의혹에 대한 확신을 더욱 키워버리는 한 판을 보여줬다. 안산전을 관람하고 나오는 김호 대표이사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대전에는 갓 프로에 발을 내딛은 사람들이 많다. 초보 감독 고종수도, 데뷔한 수많은 신인 선수들도 그렇다. 그들에게 프로의 세계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전이 보여주고 있는 초반 행보는 실망스럽다. 과연 그들은 현재의 부진을 이겨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봤을 때는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축구특별시'는 점점 머나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