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홈 개막전, 원작보다 나은 후속작 나왔다

[스포츠니어스|안산=조성룡 기자] 안산 그리너스가 영화보다 더 짜릿한 홈 개막전을 선보였다.

11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안산 그리너스와 대전 시티즌의 경기에서 안산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장혁진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대전을 3-2로 꺾고 올 시즌 첫 승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안산은 두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경기를 뒤집으며 엄청난 경기를 만들어냈다.

퇴장과 실점, 지옥으로 향하던 안산의 전반전

정말로 지옥과 천당을 오간 안산이었다. 경기 시작 직후 안산은 좋은 경기력으로 홈 개막전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단 5분 만에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프로 데뷔전에 나선 박진섭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관중들은 장탄식과 함께 심판을 향해 항의하기도 했다. 그렇게 안산의 홈 개막전은 속칭 ‘망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이것이 드라마의 시작일 줄은.

4분 뒤 안산은 페널티킥을 내주며 첫 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3분 만에 동점골을 넣었다. 이 때만 하더라도 사라진 기대감이 다시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한 명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안산은 상당히 잘 뛰었다. 대전을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았다. 당연히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축구에서는 10명이 11명을 이기는 경우가 그래도 꽤 많다.

하지만 전반전 추가시간 다시 한 번 절망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퇴장이었다. 대전 고민성을 향해 신일수가 거친 태클을 했다. 주심은 VAR 판독까지 한 끝에 신일수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그렇게 마지막 희망은 꺼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는 10명이 아니라 9명이다. 그것도 전반전에만 두 명이 퇴장 당했다. 여기서 안산이 이길 가능성은 굉장히 적어 보였다.

90분 동안 두 번의 퇴장과 한 번의 페널티킥 허용을 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안산은 그것을 무려 45분 내에 다 보여줬다. 관중들은 ‘우리 팀’ 대신 심판을 원망할 수 밖에 없다. 제종길 안산시장도 그랬나보다. 전반전이 종료되고 심판진은 심판 대기실로, 제 시장은 하프타임 행사를 위해 그라운드로 향하던 중이었다. 중앙 사이드라인에서 둘은 엇갈렸다. 그 때 제 시장은 고개를 돌려 멀어져가는 심판진의 뒷모습을 한참 쳐다봤다.

와~스타디움에 함성이 와~하고 터졌다

이렇게 안산 홈 개막전이라는 잔칫상은 계획과 완전히 달리 흘러가고 있었다. 안산시 관계자도 구단 관계자도 불만이 상당해 보였다. 후반 7분 코네의 자책골마저 터지자 안산 와~스타디움의 분위기는 싸해졌다. 무서울 정도였다. 만일 이대로 안산이 패한다면 관중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해보였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란 걱정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물론 안산이 아니라 대전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 명의 수적 우위를 점했다는 것은 이겨야 한다는 기대감 섞인 시선 또한 더 많이 받게되는 것이다.

ⓒ 안산 그리너스 제공

하지만 그 때부터 안산의 드라마는 하이라이트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수적 열세를 딛고 역습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그리고 후반 22분 박준희의 동점골이 터졌다. 부심의 깃발은 오프사이드라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일수를 그라운드 밖으로 내보낸 VAR이 이번에는 안산의 골을 선언했다. 그렇게 안산은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사실 이렇게 경기가 끝나도 어느 정도 만족감은 주어졌을 것이다. 9명이서 11명과 접전 끝에 2-2 무승부를 거둔다 하더라도 선수들을 비난할 사람은 거의 없다. ‘잘 싸웠다’고 박수를 받을 만한 경기다. 시간이 갈 수록 경기는 그렇게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정도면 홈 개막전을 찾은 관중들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안산은 이상했다. 9명, 아니 골키퍼를 제외한다면 8명이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산은 틈만 나면 역습을 전개했다. 포탄이 정신없이 떨어지는 전장 속에서 홀로 ‘약진 앞으로’를 외치는 모습이 연상됐다. 이희성 골키퍼가 대전의 맹공을 막는 동안 안산의 선수들은 불과 수 초 사이에 수비수에서 공격수를 정신없이 오가는 모습이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단 두 가지였다. 이러다가 안산이 추가 실점을 하며 아쉬운 2-3 패배로 끝나거나 대전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2-2 무승부를 거두는 것이었다. 8명이라는 숫자는 공격을 하기에도 수비를 하기에도 부족했다. 경기는 박진감 넘치게 진행됐다. 그렇다고 안산에 희망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뭘 해도 안산은 부족해 보였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안산에 딱 어울렸다. 두 명의 공백은 시간이 갈 수록 상당히 커보였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안산에는 장혁진이 있었다. 박준희의 골을 도우며 공격 포인트를 올린 장혁진이 다시 한 번 번뜩였다. 역습 상황에서 최호주가 넘겨준 크로스를 그는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것으로 극장은 완성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음장같이 차가웠던 경기장은 순식간에 뜨거운 용광로로 변했다. 와~스타디움에 정말 함성이 와~하고 터졌다. 이럴 줄 알고 경기장 이름을 그렇게 지었던 것일까.

원작 이기는 후속작을 안산은 들고 나왔다

그렇게 안산은 3-2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전반전 두 명의 퇴장과 페널티킥 실점을 이겨내고 경기를 뒤집었다. 대전 고종수 감독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고 안산 이흥실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관중과 관계자들은 물론 선수들도 감독들도 예상할 수 없었던 한 판이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결말은 안산의 해피엔딩이었다.

ⓒ 안산 그리너스 제공

한동안 여운이 짙게 남을 것 같은 경기였다. 안산은 홈 개막전에 찾아온 5,000여명의 관중을 지옥에 빠뜨렸다가 다시 천당으로 인도했다. 한 게임의 표현대로 심장에는 썩 좋을 것 같지 않은 한 판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짜릿함은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2017 시즌 홈 개막전에서도 안산은 대전을 상대로 극장골을 기록, 2-1 승리를 거뒀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시나리오를 들고 왔다. 영화에서는 흔히들 ‘원작 이기는 후속작’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안산은 원작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후속작을 가지고 2018 시즌 홈 개막전에 나섰다.

안산은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쳤다. 퇴장을 당하고 페널티킥을 내주고 자책골까지 기록하면서 사람들을 울렸다. 그러더니 10명이서 동점골을 만들고 9명이서 다시 한 번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에 역전골을 넣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안산이었다. 덕분에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홈 팬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을 것이다. 물론 안산 제 시장 역시 흡족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났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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