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부천FC와 역사를 함께 한 선수가 있다. 바로 공민현이다. 공민현의 역사가 곧 부천의 역사다. 2013년 부천의 프로화 선언 당시 프로 무대에 입성한 공민현에게 부천은 특별한 곳이다.
청주대를 졸업한 공민현은 2012년 12월 강원FC 입단 테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당시 공민현에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부천에서 공민현을 우선지명 했다는 소식이었다. 부천FC는 2007년부터 K3리그 속했지만 프로축구연맹은 부천이 프로화를 선언한 2013년을 프로 원년으로 인정하고 있다. 당시 신규 창단한 부천과 안양은 신인 선수 우선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강원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던 공민현으로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부천에 입단해야 했다.
하지만 공민현은 반겼다. “부천도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팀에 합류했다.” 당시 부천은 1순위로 임창균을 지명하는 등 8명을 뽑았고 안양은 10명을 선발했다. 우선지명 드래프트는 신생구단 1팀일 경우 15명, 2팀일 경우 10명, 3팀 이상 창단 시 8명으로 신생구단 수에 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당시 부천과 안양 2개 팀이 창단하면서 팀당 10명의 인원을 선발하게 됐다.
공민현은 부천에 합류한 뒤 첫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게 아직은 열악했다. “막 대학 선수들을 모아 놓은 느낌이었어요. 숙소에서도 6명이 한 방에서 생활했죠.” 이제 막 프로화를 선언한 부천의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공민현은 첫 시즌 28경기에 출장해 7골을 뽑아내며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이듬해에는 31경기에 나서며 4득점 2도움으로 2년차 징크스를 무색케 했다.
공민현은 부천을 상징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에는 36경기에 출장해 6골 1도움을 기록했다. 이후 안산무궁화에 입대해 2년을 뛴 뒤 지난 시즌 다시 붠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부천 창단 멤버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2012년 12월 우선지명을 맺었던 임창균과 송치훈, 김신철, 박재홍, 이후권, 최인창은 모두 팀을 떠났다. 유일하게 부천에 남은 건 당시 8순위로 가까스로 뽑힌 공민현 뿐이다.
제대 후 돌아온 공민현은 부천의 초기부터 현재까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선수다. 6인 1실을 쓰던 숙소는 여건이 개선됐고 이제 공민현은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이제는 정말 프로 같다. 처음 부천에 왔을 때는 대학 선발팀 같았는데 이제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창단 초기에는 인조잔디에서 훈련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천연잔디에서 훈련을 한다. 여건도 좋아지고 나도 출퇴근을 하다보니 이제는 진짜 프로가 된 것 같다.”
올 시즌 공민현은 개막 후 두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군 복무 두 시즌 동안 더 성장한 공민현은 개막전 광주FC와의 원정경기에서 한 골을 뽑아냈고 안양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두 골을 기록했다. 두 경기에서 벌써 3득점 1도움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기세가 무섭다. 단순히 유일하게 남은 창단 멤버여서 주목을 받는 게 아니라 활약 자체로도 K리그2에서 가장 돋보인다. 부천은 공민현의 활약으로 2연승을 내달리며 늘 염원하던 승격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안양전에서도 두 골을 넣은 공민현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동료들이 나에게 맞춰주려고 한다. 나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 집중하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경기가 끝난 뒤 정갑석 감독은 내심 공민현이 국가대표까지 뽑혔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정갑석 감독은 공민현에 대해 “스피드와 공 소유 능력, 결정력을 모두 갖춘 선수다. 어지간한 외국인 공격수보다도 활용 가치가 더 높다”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더 주목해 봐야할 친구다. 좋은 선수로 성장할 충분한 능력을 지녔다. 오늘 같은 경기를 계속 펼친다면 대표팀에 승선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웃었다.
공민현은 올 시즌 꼭 승격을 이루고 싶다. “팀이 우승을 해서 K리그1 무대에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주위에서도 많이 도와주니 이럴 때 득점왕도 한 번 해보고 싶다.” 공민현은 부천FC가 막 프로의 꿈을 꾸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 그 꿈을 키워왔다. 과연 부천의 유일한 창단 멤버인 공민현은 이 드라마틱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일단 시작은 좋다. 공민현은 경기가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어쩌다 보니 원년 멤버 중에는 유일하게 팀에 남게 됐다. 나도 부천에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다. 부담감도 있지만 자부심을 느낀다. 팬들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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