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니라 ‘상하이 선화’입니다

ⓒ 상하이 선화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수원 삼성과 상하이 선화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H조 경기를 취재하고 왔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상하이 선화는 압박의 무게를 미드필더와 수비진에 두었다. 수원은 공격했지만 이기제의 골 이후로 추가골이 없었다. 결국 양 팀은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

수원의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였기에 경기 후 기자회견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상하이 선화를 이끄는 우징위 감독은 대체로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반면 수원 서정원 감독과 염기훈의 표정은 어두웠다. 오로지 결과에 의한 분위기였다. 수원의 경기력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골이 부족했다. 데얀이 기회를 잡았을 때, 혹은 세트피스에서 놓쳤던 기회들을 생각한다면 ‘아쉬움’보다도 ‘아까움’이 느껴졌다.

그 ‘아까움’의 기분을 느끼기 힘들었던 이유는 상하이 선화 선수들의 시간 지연 행위였을 것이다. 상하이 선화 선수들은 꽤 여러 번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는데 그걸 본 국내 취재진이나 수원 팬들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경기 후에 관련 질문이 나왔다. 상하이 선화 우징위 감독을 향해 한 번, 그리고 염기훈을 향해 한 번. K리그에서는 자주 보지 못했고 또한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기에 질문이 나올 법도 했다.

사실 지난 7일(수) 기사를 올리면서 관련 질문을 지울지 말지 고민했다. 그러나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싶었다. 현장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알리고 싶었다. 상하이 선화 감독은 조별리그 3전 3무를 기록하면서도 16강 진출 가능성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이야기를 더 전하고 싶었는데 하필 입맛이 당기는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상하이 선화 우징위 감독(좌) ⓒ 스포츠니어스

“경기 막판 선수들이 쓰러지는 장면이 많았는데 미리 준비한 전술인가요? 아니면 상하이 축구의 문화인가요?”

“기자들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광저우 헝다의 경기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납니다. 중국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질문은 ‘상하이 선화’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우징위 감독은 ‘중국’이라고 대답했다. 우징위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염기훈에게 던져진 질문은 이랬다.

“중국의 시간 끌기를 자주 경험했을 텐데 선수들이, 뭐라고 해야 하나, 말린 것 같은데요. 미리 준비를 못 하신 건지 아니면 예측하지 못하신 건지…”

“지금까지 중국과 경기하면서 오늘 유독 심했다고 느꼈습니다. 경기를 떠나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중국 축구에 실망했습니다.”

이번에는 질문자도 염기훈도 ‘상하이 선화’가 아닌 ‘중국’이라고 표현했다.

일단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염기훈은 저 질문에 대한 답 이외에도 “공격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그럼 공격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골”이라고 대답했다. 염기훈이 옳다. 수원이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넣었다면 이른바 ‘안티풋볼’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상하이 선화의 시간 지연 행위도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팀과 비교하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경기를 주도한 만큼 앞서갔어야 했다. 상하이 선화 선수들이 정말 의도적으로 쓰러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원이 골로 앞서갔다면 상하이 선화 선수들이 쓰러져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을 것이다. 염기훈의 “중국 축구에 실망했습니다”라는 말을 인용해 ‘중국 축구를 향한 일갈’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투정에 불과하다. 현장에 있던 중국 기자들은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피식하고 웃었다.

이제 본론을 꺼내려고 한다.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국가대표 경기가 아니다. 그들은 팀의 엠블럼을 달고 뛰지 그들의 국기나 축구협회 엠블럼을 달고 뛰지 않는다. 만약 수원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건이 시간을 끌었다면 똑같이 수원을 ‘한국’이라고 표현했을까? 현장에 있던 중국 기자들은 그런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상황이 역전되었다면 그들도 ‘수원’을 ‘한국’이라고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징위 감독은 ‘수원’이라는 표현과 ‘한국’, ‘중국’이라는 표현을 섞어가며 말했으니까.

ⓒ 스포츠니어스

정말 단순한 얘기다. 물론 수원 축구가 ‘안티풋볼’을 지향하지 않는 건 알고 있다. K리그 어떤 팀에서도 그런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정말 가끔 승리가 절박하고 승리가 목전에 있을 때 우리나라 대표팀이나 클럽팀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K리그 팀의 한 감독이 같은 질문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표현을 했다면? 중국 선수가 “한국 축구에 실망했다”라는 표현을 했다면? 이 기자회견의 내용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축구 팬들이 더 많을 것이다.

아시아 무대에 진출한 팀이 각 ‘나라’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난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리그의 팀들이 자웅을 겨뤄보기 위해 대륙 경기에 나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특정 팀이 각 나라에 ‘위치한’ 리그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난 시즌 K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4개 팀이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섰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팀들도 대륙컵 경기에 나왔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서 뛰는 게 아니라 ‘지역’과 ‘팀’을 위해서 뛴다. 그들의 ‘팬’을 위해 뛴다.

상하이 선화를 이끄는 감독의 입에서 “중국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표현이 나온 점은 아쉽다. 그의 인터뷰 내용은 중국 축구를 바라보는 국내 축구 팬들의 중국 축구 혐오와 인종차별을 확산시킬 것이다. “중국 축구는 다 그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편견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차라리 “팀의 승점을 위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전하거나 아예 “수원 선수들이 거칠었다”라고 표현했으면 나을 뻔했다.

그래서 상하이 선화 선수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향해 “중국의 시간 끌기”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옳지 않다. 정확하게 팀 이름을 말해 주는 게 맞다. 상하이 선화가 중국을 대표하는 팀인가? 상하이 선화는 2011년 ACL에 참가해 조 최하위로 아시아 무대 도전을 마쳤고 7년 만에 조별 리그에 참가했다. 그들을 향해 ‘중국’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옳지 않다. 실제로 국내 기자들은 ACL에 참가하는 K리그 팀들을 향해 ‘한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팀의 이름을 지우는 건 옳지 않다. ‘한국’ 이 아닌 ‘수원 삼성’이며 ‘중국’이 아닌 ‘상하이 선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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