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이랜드FC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인창수 감독은 서울 이랜드FC를 압박의 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

4일(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와의 경기를 준비하던 인창수 감독을 만났다. 이날 인창수 감독의 드레스코드는 정장이 아닌 트레이닝 복이었다.

개막전을 어떻게 준비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의 복장처럼 "편안하다"라고 대답했다. 큰 부담은 없다고 했다. 선수들은 잘 준비되어있었고 선수들끼리 자신감에 차 있다고 전했다.

김병수 감독의 서울E는 꽤 섬세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서울E에 축구와 전술에 대한 '욕심'을 심었다. 높은 전술 이해도를 요구하는 바람에 시즌 초반부터 난관에 처했다. 시즌 중반부터 효과가 발휘되며 상승세를 탔다. 당시 팀의 주장 김영광은 "경기를 치를수록 내용이 좋아진다"라고 했다. 검증된 골잡이의 존재와 부상 선수들의 이탈이 적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인창수 감독은 서울E의 축구를 좀 더 쉽게 바꿨다. 가장 눈에 띄었던 변화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슈팅이었다. 수원FC에 뒤지지 않는 54%의 점유율과 14개의 슈팅, 그리고 8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경기는 비록 수원FC에 0-1로 패배했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선수들에게 생동감이 느껴졌다. 일단 '어려운 축구를 한다'는 이미지는 씻어냈다.

인창수 감독은 어린 시절 아르헨티나에 이민을 가 많은 시간을 '아르헨티나 사람'으로서 보냈다. 마르셀로 비엘사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비엘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비엘사, 포체티노, 시메오네의 가장 큰 특징은 압박이다. 압박을 위해 더 많이 뛰어야 한다. 비엘사는 "수비에 관한 나의 축구 철학은 아주 단순하다. 계속 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체티노가 이끄는 토트넘 홋스퍼도 그렇고 시메오네가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그렇게 뛴다.

인창수 감독이 서울E 선수들에게 원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인 감독은 "개인적인 견해"라고 운을 띄우며 "잘 하는 선수들은 2m의 공간만 있으면 모두 '리오넬 메시'가 된다"라고 밝혔다. 이는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 실수가 발생하며 그 실수를 이용해야 한다는 의미와도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인창수 감독은 확답을 경계했다. 시즌 초반이고 그의 축구가 실현되려면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인 감독은 "축구는 항상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른다"라면서 "팀이 처음부터 조직적인 움직임을 완전히 실현할 수는 없다. 원하는 부분을 계속 연습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E의 팀 사정상, 그리고 그의 축구 철학과도 맞물리면서 시메오네와의 비교가 불가피해졌다. 시메오네는 비교적 몸값이 낮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로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는 감독이다. 서울E의 숙원도 K리그1 승격이기에 구단이 인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 중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향해 보여주는 격렬한 퍼포먼스와 소신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시메오네를 향해 '상남자'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인창수 감독의 인상은 꽤 부드러웠다.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취재진과 마주했다. 시메오네와 '상남자'에 관해 묻자 인 감독은 씨익 웃으며 "부드러울 땐 부드러워도 강할 땐 강하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선진축구를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처음 예상보다 선수들이 조직적인 면에서 더 잘해주고 있다"라고 전하며 "축구 스타일은 계속 유지하려 한다. 수비도 공격적으로 하려 한다. 경기를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비록 경기는 0-1로 패배했지만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인창수 감독과 시메오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시메오네는 꽤 굵직한 어록을 남기면서도 심판 판정에 인정할 부분은 시원하게 인정하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원FC와의 경기에서 서울E는 후반 2분 안지호가 자기 팀 진영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인플레이가 선언됐지만 K리그1에 이어 K리그2에도 비디오 판독(VAR)이 적용되며 페널티킥으로 판정을 바로잡았다. 인창수 감독도 시메오네처럼 '쿨'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양 팀에게 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는 일이다. 다음엔 우리도 페널티킥 판정을 얻을 수 있다"라면서 "형평성을 고려하면 괜찮은 제도"라고 대답했다.

인창수 감독의 압박 축구가 실현되고 결과까지 얻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골 결정력 문제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숙제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인 감독은 '상남자'답게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좋은 선수들이 있다. 골 결정력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의 소신 있는 발언에 시메오네를 겹쳐 보아도 될까. 서울E는 '강적' 수원FC에 이어 또 하나의 강팀 부산 아이파크를 만난다.

시즌은 길다. 이제 첫 걸음이다. 수 개월 후 서울E의 리그 순위는 어디에 있을까. 그의 축구는 어떻게 평가받을까.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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