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케.이.리.그.원’이라고 불러주자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과거 실업축구 내셔널리그는 N리그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칭해졌던 적이 있었다. 실업축구연맹에서도 “N리그가 아닌 내셔널리그라고 불러달라”는 보도자료까지 냈을 정도다. 그래도 줄여 쓰기 좋아하는 매체들은 끝까지 N리그를 고집했다. 팬들 중에도 내셔널리그를 N리그라고 부르는 이들이 꽤 많았다. 그럼에도 내셔널리그가 줄곧 리그 명칭 바로 잡기를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은 내셔널리그를 N리그라고 부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지금도 N리그라는 명칭을 고집한다면 한국 축구를 잘 모른다는 걸 인증하는 것과 다름 없다. N리그라는 명칭은 ‘축잘알’과 ‘축알못’ 판독기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은 내셔널리그를 N리그라고 부르면 ‘꼰대’ 소리 듣기에도 딱 좋다.

‘케이원’과 ‘케이투’가 돼 가는 K리그
K리그 1부리그와 2부리그 명칭이 바뀌었다. 꾸준히 밀어오던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라는 명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익숙해 지고 브랜드의 값어치가 생기고 있는데 또 다시 리그 명칭을 바꿔 몇 년 간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었다는 건 안타까운 대목이다. 그래도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라는 명칭에 이제 애착을 갖게 됐는데 우리는 특색 없는 K리그1과 K리그2로 이름을 또 다시 바꿨다. 아마 이 특색 없는 리그 명칭에 애착을 갖기 위해서는 또 다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마치 익숙한 친구가 개명을 해서 그 친구의 개성까지도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현장에 나가니 많은 이들은 ‘K리그1’이나 ‘K리그2’를 ‘케이리그원’, ‘케이리그투’로 칭하지 않았다. 다들 편하게 ‘케이원’, ‘케이투’라고 했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프로축구가 이종격투기나 등산복 브랜드와 겹치는 모습은 싫다. 나는 연맹이 리그 명칭 변경을 공지했을 때 곧 사람들은 ‘케이리그원’이나 ‘케이리그투’가 아니라 줄여 부르기 쉽게 ‘케이원’ ‘케이투’가 될 것이라고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 가보니 많은 감독과 선수들은 이미 ‘케이원’과 ‘케이투’로 부르고 있었다. 어떻게 자리 잡은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인데 10년 전 승강제를 처음 준비할 당시에도 유치해서 쓰지 말자던 ‘케이원’ ‘케이투’ 시대가 됐다.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 이 상황을 막아야 한다. ‘케이리그원’ ‘케이리그투’라고 명칭을 똑바로 불러주기 운동을 펼치면 어떨까. 명칭 변경 초반에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그대로 ‘케이원’과 ‘케이투’는 굳어진다. 시간이 흐르면 이걸 제대로 바꿀 수 없다. 과거 ‘J리그’를 따라해 언론에서 ‘K리그’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을 쓰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거나 바로 잡자는 말을 하지 않았더니 어느덧 ‘K리그’는 우리 프로축구의 공식 명칭이 됐다. 지금 ‘케이원’ ‘케이투’로 부르기 쉽게 줄이는 게 습관이 되면 이것도 손 쓸 새 없이 굳어진다. 특색 없는 ‘케이리그원’이나 ‘케이리그투’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걸 또 줄여 ‘케이원’ ‘케이투’라고 부르는 건 정말 싫다.

경주한수원
N리그가 될 뻔했던 내셔널리그 ⓒ내셔널리그

정식 명칭 바로 잡아야 한다
연맹에서 대대적인 교육을 해 의도적으로라도 당분간은 선수와 감독 등이 인터뷰나 언론 접촉시 정확히 ‘케이리그원’, ‘케이리그투’라고 쓸 수 있도록 해야한다. 팬들도 누군가 주변에서 ‘케이원’이나 ‘케이투’라고 하면 “정식 명칭은 ‘케이리그원’이야”라고 바로 잡아줘야 한다. 내셔널리그가 그래서 N리그가 되는 걸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는 N리그라고 표기하는 매체에 공문도 보내 N리그가 아닌 내셔널리그로 표기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하기도 했다. 이건 누구 하나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 K리그 구성원 전체가 노력해야 할 일이다. 번거롭더라도 몇 개월만 의식적으로 쓰다보면 입에 붙는다. ‘케이원’이나 ‘케이투’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기분 나쁘지는 않게 자꾸 지적해 주자.

알파벳 ‘K’와 숫자의 조합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 다 점령했다. ‘K1’은 종합격투기 단체였고 소총의 명칭이다. ‘K2’는 등산복 브랜드이면서 유명한 산이기도 하다. ‘K3’는 자동차이면서 기관총이다. ‘K4’도 군사용 무기이고 ‘K5’는 꽤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다. ‘K9’까지도 이미 다른 분야에서 다 쓴다. ‘K9 자주포’는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여러 번 들어봤을 것이다. 승강제를 9부리그까지 연결하고 알파벳 ‘K’와 숫자의 조합을 계속 쓴다면 촌스러울 것 같다. 알파벳 ‘K’와 숫자의 조합은 전혀 참신하지도 않고 아류의 느낌만 든다. 그래서 리그 명칭을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에서 K리그1, K리그2로 바꾼다고 했을 때 너무 특색 없는 이름이라 반대했던 바 있다.

그래도 이왕 바꿨으니 우리 프로축구가 종합격투기 단체나 등산복 브랜드처럼 불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마음에 드는 이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 부를 거 제대로 된 명칭을 불러주는 게 맞다. ‘케이리그원’이라는 다섯 글자를 ‘케이원’으로 줄여 부른다고 칼로리가 훨씬 덜 소모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외국 축구선수 이름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얀 페네호르 오프 헤셀링크’로 긴 이름도 친절히 불러주는데 ‘케이리그원’이나 ‘케이리그투’라고 정확한 명칭을 불러주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케이리그원’이나 ‘케이리그투’를 ‘케이원’이나 ‘케이투’라고 부르는 게 국내 축구에 관심이 없거나 존중하지 않는 이들만의 인증이 됐으면 좋겠다. 그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 리그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꼭 ‘케이리그원’, ‘케이리그투’라는 정식 명칭을 부르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

K리그
이제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라는 명칭 대신 K리그1과 K리그2로 불러야 한다.

K리그 명칭 똑바로 불러주기 캠페인을 벌이자
하나 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연맹은 올 시즌 ‘K리그1(클래식)’과 ‘K리그2(챌린지)’를 혼용해 쓸 수 있도록 하는데 이 표기 자체도 아쉬움이 남는다. 정확한 명칭은 ‘클래식’이 아니라 ‘K리그 클래식’이고 ‘챌린지’가 아니라 ‘K리그 챌린지’였다. 나는 기사 제목을 쓸 때도 길다고 그걸 줄여 ‘클래식’이나 ‘챌린지’라고 쓰지 않는 편이다. 적어도 리그 명칭은 제대로 표기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목에도 ‘K리그 클래식’이나 ‘K리그 챌린지’라고 꼬박꼬박 썼다. 우리 기자들이 쓰는 <스포츠니어스> 기사 본문에도 “클래식에 승격하고 싶다”거나 “챌린지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으면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하고 싶다”거나 “K리그 챌린지에서 우승하고 싶다”로 수정했다.

정식 명칭은 ‘클래식’과 ‘챌린지’가 아니라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였기 때문이다. 입과 손에 익어야 한다면서 늘 우리 기자들에게 잔소리처럼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맹의 혼용 표기는 다소 아쉽다. 정확한 혼용 표기는 ‘K리그1(클래식)’과 ‘K리그2(챌린지)’가 아니라 ‘K리그1(K리그 클래식)’과 ‘K리그2(K리그 챌린지)’여야 한다. 어차피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는 사라질 명칭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라도 보다 정확한 표기법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편의상 막 줄여 부르라고 지은 명칭이 아닌 이상 정확한 표기를 해줘야 한다. 뭐 이 부분이야 대단히 큰 문제는 아니지만 리그 정식 명칭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잠깐 언급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각설하고 이제 ‘케이원’이나 ‘케이투’가 아니라 ‘케이리그원’이나 ‘케이리그투’로 제대로 불러주자. 우리 리그 명칭 똑바로 불러주기 캠페인을 제안한다. 지난 주말 현장에서 만나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이대로 가만 있다가는 ‘케이리그원’이라고 써 놓고 ‘케이원’이라고 읽는 게 금방 굳어질 것만 같다. 그러다보면 K리그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이 J리그를 따라 굳어져 버린 것처럼 공식 표기도 그냥 ‘K1’ ‘K2’가 되는 건 시간 문제다. 촌스럽고 개성도 없는 이런 명칭만은 꼭 막고 싶다. 조금만 신경 쓰다보면 습관이 될 수 있다. 번거롭더라도 우리가 지은 리그 명칭을 제대로 불러주는 게 리그 사랑의 시작 아닐까. 우리가 하는 건 링 위에서의 격투기나 등산복을 입는 게 아니라 축구다. ‘케.이.리.그.원’과 ‘케.이.리.그.투’라고 정확히 불러주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그깟 공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K리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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