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균도 이제 K3리거다. ⓒ전남드래곤즈

[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하태균이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빅버드의 주인인 수원삼성 유니폼이 아니라 전남드래곤즈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4년 만에 빅버드에 선 하태균은 모든 게 어색했다. 하태균은 2014년 이후 수원삼성을 떠났지만 여전히 아직까지도 수원삼성의 푸른 유니폼이 더 어울리는 선수다. 2007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슈퍼매치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신인왕까지 올라 더 그랬던 것 같다.

2007년 수원에 입단해 2012년까지 꾸준히 수원 공격수로 나섰던 하태균은 이후 상주상무에 입단해 2년을 보낸 뒤 수원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하태균은 2014년 수원 복귀 후 세 경기만 나서고 팀을 떠났다. 그의 새로운 무대는 중국이었다. 하태균은 2015년 옌볜 창바이산으로 임대된 뒤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이적 첫 해 갑급리그(2부리그)에서 26골을 넣으며 팀을 1부리그로 이끈 하태균에게 옌볜 팬들은 그의 성을 따 '하신(河神)'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하태균은 이후 중국 프로축구 2부리그 바우딩 롱다를 거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 전남드래곤즈로 이적했다. 4년 만의 K리그 복귀였다. 하태균은 곧바로 전남 선수단에 합류해 다가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것도 운명이었을까. 전남의 개막전 상대는 하필 그의 친정팀인 수원으로 결정됐다. 게다가 수원 원정이었다. 하태균은 K리그 복귀전을 정든 빅버드에서 치르게 됐다. 하태균은 경기 전부터 적지 않은 부담감과 설렘을 느꼈다.

하태균은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개막전 수원과 전남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어색하지만 그는 수원 골문을 겨냥하는 상대팀이 돼 있었다. 빅버드 방문은 2014년 10월 1일 수원-인천전에서 후반 36분 산토스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이후 처음이었다. 하태균은 이게 빅버드에서 수원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일 줄은 몰랐다. 전남전은 하태균이 무려 1,248일 만의 빅버드에 방문하는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선발로 출장한 하태균은 비록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시종일관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친정팀을 위협했다. 슈팅은 한 개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최전방에서 격렬한 몸 싸움을 이겨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33분 교체될 때까지 날카로운 움직임을 선보였다. 하태균이 경기장을 빠져 나갈 때 수원 팬 중 일부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전남은 적지에서 수원을 2-1로 제압하며 개막전 승리와 함께 올 시즌을 산뜻하게 시작했다. 하태균에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경기였다.

2007년 신인 하태균의 모습 ⓒ수원삼성

경기 후 만난 하태균의 표정은 밝았다. 무엇보다도 팀이 부담스러운 원정경기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개막전 승리도 4년 만이었다. “우리 팀이 지난 시즌 마지막까지 14경기 연속 무승 중이었다고 들었다. 개막전 승리도 요즘 들어서는 없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오늘 이기게 돼 만족스럽다. 2개월 동안 동계훈련을 열심히 했는데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다. 오늘 승리를 거둬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하태균에게나 전남에나 값진 승리였다.

하태균은 복귀전을 빅버드에서 치른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었다. 긴장감도 적지 않았다. “하필이면 복귀전이 빅버드라 긴장도 됐고 설레기도 했다. 내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뛴 팀이고 가장 오래 뛴 팀을 상대팀으로 만나게 돼 감회가 새롭다. 수원을 떠난 뒤 상대팀으로도 빅버드를 방문한 것도 처음이었다. 거기에다 K리그 복귀 후 첫 경기라 힘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도 많다. 하지만 일단 이겼다는 것에 크게 만족한다.”

경기가 끝난 뒤 하태균이 믹스드존에 들어서자 수원 프런트가 밝은 표정으로 하태균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태균도 웃으며 화답했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반갑게 했느냐”고 묻자 하태균은 “한국에 잘 돌아왔다는 환영 인사를 해주셨다”고 웃었다. 4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빅버드는 변한 게 없고 그를 반기는 프런트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하태균의 가슴에 붙은 엠블럼에 용이 달려 있다는 것 뿐이었다.

“친정팀을 상대로 했는데 혹시 골을 넣으면 준비한 세리머니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쑥스러운 듯 답했다. “예전 팬들을 존중하는 마음에 세리머니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골을 못 넣었지만 다음 수원전도 마찬가지다.” ‘유효 기간’을 묻자 “언제까지일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일단 골을 좀 넣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올 시즌 안 다치고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면 득점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K리그 신인왕 출신인 그는 어느덧 고참이 됐다. 전남에서는 그보다 나이 많은 선수가 딱 둘 뿐이다. 하태균은 이제 책임감을 막중한 베테랑이 됐다. “(최)효진이 형과 (이)지남이 형 다음으로 내가 나이가 많다. 팀에 오고 나서 알았다. 나도 나이를 먹었고 우리 팀은 유독 젊다. 이렇게 고참일 줄 몰랐는데 와 보니 내가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 위치다. 고참으로서 생활에서도 본보기가 되려 한다.” 2007년 빅버드에서 화려하게 날아올랐던 ‘신인’ 하태균은 이제 베테랑이 됐다. 빅버드에서의 인터뷰를 마친 그는 원정팀 버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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