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하석주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통영=홍인택 기자] 대학 무대 감독들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그중 하석주 감독을 향한 부러움 섞인 시선이 화제다.

20일(화) 광주대와 배재대의 경기. 낯익은 얼굴이 찾아왔다. 아주대 하석주 감독이다. 하 감독은 아주대를 이끌면서도 다른 학교 선수들을 챙겼다. 기술위원회 임원도 겸직하고 있는 그는 면밀하게 선수들을 살폈다.

하 감독은 주요 선수들을 메모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면서 무심한 듯 한마디를 던졌다. "와 이 선수들은 다들 키가 크고 힘이 좋네. 우리 팀은 다 땅꼬마들인데…"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던 아주대였기에 하 감독의 걱정은 이해됐다. 앞으로 있을 토너먼트 경기에서 패배하면 바로 짐을 싸고 돌아가야 했다. 게다가 32강 상대는 강호 영남대였다.

한편 광주대와 배재대의 경기 전반전이 마무리되자 다음 경기를 치르기 위해 용인대 이장관 감독이 선수단을 이끌고 경기장을 찾았다. 이장관 감독에게 경기는 잘 준비됐는지 물으며 하 감독의 볼멘소리를 살짝 건넸다.

이장관 감독은 '허허'하고 장난스레 웃었다. 이 감독은 "그분은 맨날 앓는 소리 하신다. 선수들도 굉장히 좋다"라며 "하 감독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이장관 감독은 이날 김해대를 4-1로 꺾으며 16강에 진출했다.

광주대와 배재대 경기를 뒤로하고 광운대와 숭실대 경기를 본 뒤, 다시 하석주 감독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영남대와 경기를 마친 하 감독에게 "어떻게 됐냐"고 물으니 "1-0으로 이겼다"라고 했다. 이장관 감독의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하석주 감독의 볼멘소리는 엄살일까.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다음 날(21일) 훈련에 매진하던 설기현 감독을 만났을 때도 하석주 감독과 이장관 감독의 말을 전했다. 약간은 무뚝뚝했던 설 감독의 표정도 살짝 풀렸다. 설 감독은 "하 감독님 그런 면이 많이 있다. 그러면서 경기하면 꼭 이기신다"라며 "아주대 선수들도 아주 좋다. 하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라며 웃었다.

성균관대 설기현 감독 ⓒ 스포츠니어스

대학 감독들의 진실 공방, 확인을 위해 아주대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결국 22일(목) 아주대와 한양대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을 찾았다. 일단 눈에 들어온 선수 중에는 작은 선수들도 있었지만 힘이 좋아 보이는 선수들도 있었다. 주변에는 각 프로팀 구단의 옷을 입은 관계자들도 많이 보였다. 한 축구 관계자는 "아주대 선수들이 좋다"라며 경기장에 온 이유를 밝혔다.

경기는 거칠게 진행됐다. 여기저기서 파울이 일어났다. 결국 기세를 잡았던 한양대가 전반 42분 선제골을 넣었다. 스로인 공격이 공격수 이건희의 머리를 맞았고 공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이시바시 타쿠마가 헤더로 골을 득점했다. 타쿠마의 2경기 연속 득점이었다. 거친 경기에 아주대 선수들은 당황하면서 파울을 범하기 시작했다. 하석주 감독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닌 듯 보였다.

그러나 후반전 시작 후 대반전이 일어났다. 후반 11분 엄원상이 오른쪽 측면에서 파괴력을 보여주더니 결국 자신에게 오는 공을 왼쪽 골대 안쪽으로 꽂아 넣었다. 1분 후 하재현이 강력한 중거리 슛을 때리더니 공은 골대 위쪽을 맞고 골문 안쪽으로 튕겨져 내려왔다. 부심의 결정은 골이었다. 기세를 몰았던 아주대는 결국 후반 29분 류승범이 오른쪽 구석으로 골을 넣으며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무기력했던 아주대는 매우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를 마친 하석주 감독은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듯 보였다. 그는 "한 경기 할 때마다 부상자가 생긴다"라며 "토너먼트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석주 감독은 "한양대도 저학년 선수들이 많지만 우리도 저학년이 많아서 겁을 냈던 것 같다. 축구가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는데 선수들에게 지더라도 하고 싶은 축구를 하라고 지시했다"라며 분위기 반전을 이끈 마법의 주문을 전해줬다.

끝으로 본인 확인 들어갑니다

이제 본인의 생각을 들을 때였다. 아주대의 1학년 수비수 심원성 같은 경우는 키가 190cm다. 체격도 아주 좋았다. 하석주 감독의 볼멘소리에 "그러시면 안 된다"라고 했던 용인대 이장관 감독과 성균관대 설기현 감독의 말을 전해줬다.

하석주 감독은 당황하지 않고 넉살 좋게 받아들였다. "고학년 선수들이 많이 나가니까 그런 말씀을 하신다"라면서 "수도권 팀들은 주력 선수들이 계속 나가니까 점점 더 힘들어진다. 다들 힘들어하니까 그게 걱정인 것 같다"라며 후배들을 챙기는 '대인배'의 면모를 풍겼다.

아주대는 대학 축구 강자 영남대를 1-0으로 잡고 강호 한양대마저 3-1로 꺾었다. 이번 춘계연맹전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자신감이 생길 법도 했다. 그러나 하 감독은 우승이라는 말에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우승은 크게 욕심부리지 않는다. 좋은 기회가 오면 좋은 거다. 다가오는 경기에만 집중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말을 듣고 확신이 생겼다. 이장관 감독과 설기현 감독의 말이 맞았다고.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