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조민국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통영=홍인택 기자] 통영 산양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제54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춘계연맹전) 16강 청주대와 광운대 경기는 청주대가 광운대를 2-0으로 잡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청주대는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의 간격을 촘촘하게 엮었다. 굉장히 수비적인 운영이었다.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했던 광운대는 득점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광운대는 빠른 속도로 빌드업하며 경기 템포를 올렸다. 득점 찬스도 몇 차례 있었고 프리킥 찬스가 골대를 맞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청주대의 뒷문은 단단했다. 결국 청주대는 후반 25분 또 한 차례 역습에 성공하며 김인균이 득점을 올렸다. 청주대가 광운대를 2-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한 순간이었다.

대학축구 무대의 묘미는 벤치의 작전 지시다. 감독과 코치진들은 끊임없이 선수들의 간격과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소리친다. 압박 타이밍, 수비 라인의 조율 등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과 코치진도 경기 내내 진땀을 뺀다.

광운대 벤치에는 점잖게 차려입은 오승인 감독이 목이 터질 것처럼 작전을 지시하고 있었다. 청주대 쪽을 바라보니 아무리 찾아봐도 조민국 감독은 없었다. 그 새 감독님이 물러나셨나 하고 여기저기 검색해봐도 소식이 없다. 선수 대기실 쪽을 보니 조 감독은 그쪽에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조민국 감독을 찾았다. 조 감독은 이른 득점에도 "광운대 상대로 한 골 차이는 조금 불안했다. 두 번째 골이 결승 골이 됐다"라며 흡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선수들도 같이하고자 하는 모습이 90분 내내 잘 보이는 것 같다. 관중들과 학부모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선수들의 의지는 객관적으로 봐도 다른 학교보다 나은 것 같다. 다 같이 함께 하고자 하는 생각 자체가 큰 힘이 된 것 같다"라며 승리의 원동력을 전했다.

벤치를 코치들에게 맡기고 선수들과 함께 있는 모습에 대해 물어보니 "선수들 실수할 때마다 뒤통수 한 대씩 때리려고"라는 농을 던졌다. 선수들은 불편해하지 않는지 물으니 "아니, 그, 저… 웃으면서 앉아 있다"라며 둘러댔다.

조 감독은 이내 다시 진지함을 되찾고 자신이 선수대기실에 있었던 이유를 말해줬다. 그는 "감독 생활은 할 만큼 한 것 같다. 제자 지도자들의 경험을 위해 기회를 주는 편이다"라면서 "작년에는 성적이 안 좋았다. 코치들이 교훈으로 삼은 것 같다. 올해는 큰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것에 코치들을 칭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 역할은 다음에 들어갈 선수들 정도 얘기해주고 들어가서 그의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다. 선수들의 동기 부여는 코치들이 잘 시키는 것 같다"라며 "코치들도 내 제자들이지 않나. 감독은 아니지만 감독 역할을 하라는 임무를 줬다"라고 전했다.

조 감독은 또한 자신의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신수진 코치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사실 내가 신 코치를 많이 나무란다. 잘 할 때 너무 내려서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상대방한테 킥을 많이 내줘 위험 상황을 자초할 수 있다. 위기 시에 공격적으로 압박하면 상대방이 당황스러워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알려주곤 한다"라고 전했다.

사실 청주대는 이를 갈고 있다. 저번 여름에 열린 제48회 추계연맹전과 제53회 춘계연맹전에서는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겼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제주도로 동계 훈련을 떠났다. 조민국 감독과 코치진들은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력했다.

조 감독은 "청주대가 인원은 많지만 조금씩 부족한 면이 있다. 이틀에 한 번씩 경기하는 모의 전을 제주도 동계훈련에서 경험했다. 그래서 선수들 호흡이 좋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제 청주대는 24일(토) 인천대를 만난다. 인천대는 초당대를 4-0으로 꺾고 올라와 기세가 등등하다. 인천대 공격수 표건희는 해트트릭도 기록했다. 그러나 청주대도 이번 대회는 만만치 않다. 공격적인 광운대를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청주대의 도전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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