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8강 진출 노리는 제주국제대 주장의 공약은?

[스포츠니어스|고성=조성룡 기자] 몇 번을 넘어졌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서 도전한다. 이제 또 한 번의 재도전이 시작되려고 한다. 8강 진출에 도전하는 제주국제대의 이야기다.

제주국제대는 21일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훈련으로 다음 날 경기를 준비했다. 분위기는 밝았다. 하지만 언뜻 비쳐보이는 긴장감은 숨길 수 없었다. 22일 제주국제대는 큰 도전에 나선다. 상지대를 상대로 선수단 중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국대회 8강 진출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제주국제대는 그동안 전국대회에서 16강까지 진출한 경험은 꽤 있지만 8강 경험은 없다시피 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에이스의 역할이다. 제주국제대는 그 누구보다 책임감이 막중한 선수가 있다. 바로 팀의 주 득점원이자 주장인 김수현이다. 4학년인 그는 대학 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좋았다. 춘계연맹전에서 생애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만점 활약을 선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8강 진출만큼 기분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일전을 하루 앞둔 21일 고성 스포츠파크 제주국제대 훈련장에서 <스포츠니어스>가 김수현을 만났다. 한없이 밝고 맑아보였던 김수현은 이제 새로운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부담감 역시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금부터 그와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더불어 이 인터뷰에서 그는 선수단을 향해 8강 진출 공약을 걸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네 골이다. 원래 득점력이 좋은가?
사실 전국대회에 나가 이렇게 득점력이 올라온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동계훈련 기간 때 감독님이 요구했던 부분에 충실히 맞춰서 이행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대회에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게다가 첫 경기인 전주대전에서 세 골을 넣었다. 첫 해트트릭이었다. 그리고 칼빈대와의 예선 3차전에서 한 골을 추가하며 네 골을 기록했다.

애초에 세운 목표는 두 가지였다. 조별예선에서 두 골을 넣는 것과 토너먼트 라운드에서는 매 경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목표는 달성했다. 200% 초과 달성이다. 그런데 지난 32강전에서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다가오는 16강전에서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팀 승리에도 기여하고 내 목표치도 조금이나마 달성하려고 한다.

첫 해트트릭이라니 축하한다.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 공식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처음 기록해봤다. 대학 생활뿐 아니라 축구 인생 첫 해트트릭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순간 기분이 묘하다. 이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뭔가 새로워진 느낌이었다. ‘아 나도 해트트릭이라는 것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었다. 음… 포켓몬이 진화할 때 이런 기분이 들까?

주장인 만큼 책임감이 클텐데 이를 이겨내고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물론 내가 4학년이고 팀의 주장이기 때문에 선수들도 잘 이끌어야 하고 내게 주어진 몫도 해야한다는 점은 쉽지 않다. 책임감이 따른다. 하지만 부담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조금 힘든 점이 있었다. 그렇지만 코칭 스태프들도 최대한 나를 도와주려 하고 동료들도 이제 잘 따라오는 편이다. 주장이라는 책무 또한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편이다.

그래도 말 안듣는 후배들은 꼭 있기 마련이다.
딱 두 명 있다. 이제 3학년이 되는 강원빈과 전효석이다. 평소에는 잘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심하게 장난도 치면서 내게 까불고 있다. 주로 내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놀린다. 피부가 비교적 검은 편인데 한국인 아니라고 할 때가 많다.

사실 두 친구가 머리가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말싸움을 잘 못하는데 두 명은 말로 날 이기려고 한다. 가끔은 한 대 쥐어박고 싶어도 “이건 아니지” 하면서 적반하장으로 들고 일어난다. 쉽게 관리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내가 정말 화가 나면 표정이 바뀐다. 그걸 또 금새 알아채고 그 때는 건드리지 않는다. 약아빠졌다. 나를 다룰 줄 아는 후배들이다. 나중에 정말 큰 사람 될 것 같다. 뭐 개인적으로도 두 명이 큰 사람 됐으면 좋겠다.

이런 편한 분위기는 전북 현대의 레전드인 서혁수 감독이 만든 것인가?
우리 감독님은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모든 선수가 서 감독님이 전북의 레전드였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일부만 안다. 나도 사실 모르고 있다가 과거에 전북 SNS를 보고 알았다. 당시 전북이 SNS에 과거 선수 명단을 보여주거나 옛날 이야기를 소개했다. 거기에 꼭 서 감독님이 있더라. 게다가 우리 감독님은 K리그에서 300경기 이상 출전하신 분이다. 레전드 맞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긴장감이 넘칠 법도 한데 비교적 훈련장이 밝다.
왜 긴장이 안되겠나. 우리는 한 번도 전국대회 8강 이상에 올라본 적이 없다. 선수단 모두가 16강전에서 좌절한 경험이 많다. 이번 경기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주장이자 공격수의 입장에서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정말 16강전은 최선을 다해서 준비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긴장하는 편이 아니다. 경기장에 들어가서도 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숙소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긴장한다. 게다가 우리 팀 숙소가 있는 고성에서 통영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 그럴 때는 걸그룹 동영상을 많이 보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경기에 대한 생각을 그 때만큼은 지우려고 한다.

어느 걸그룹이 가장 당신의 긴장을 완화시키는가?
블랙핑크. 진리다.

걸그룹 볼 줄 안다.
노래가 정말 좋지 않은가? 게다가 안무 또한 완벽하다. 나는 블랙핑크에서 제니를 제일 좋아한다. 말 하는 것마다 너무 예쁘다. 특히 노래 ‘마지막처럼’에서 하이라이트 부를 때는 최고다. 외모도 아름답다. 이것으로 설명은 충분할 것 같다. 요즘은 블랙핑크 뿐 아니라 트와이스도 자주 듣고 있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주장이 주구장창 블랙핑크와 트와이스 노래만 튼다면 선수들은 힘들 것 같다.
에이, 버스에서의 선곡권은 내게 없다. 선곡은 코치님이 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도 코치님께서 젊은 세대다. 우리들이 좋아하는 곡을 위주로 선곡하는 편이다. 플레이리스트에는 항상 최신곡을 넣어두신다. 사실 내가 볼 때 코치님 취향의 곡은 아니고 그냥 음악 어플에서 최신가요 TOP 100 받으시는 것 같은데 아무튼 우리는 잘 듣고 있다.

선곡권이 탐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선곡을 하면 안된다. 요즘 후배들은 개성이 강하다. 내가 나 듣고 싶다고 걸그룹만 틀면 후배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다. 물론 걸그룹 좋아하는 후배들도 있지만 후배들 각자 나름의 음악 취향이 있을 것 아닌가? 함부로 선곡권을 차지해서는 안된다.

후배들과 함께하는 대학 생활이 즐거워보인다.
같이 땀 흘리고 뛰어다닐 때는 물론 즐겁다. 하지만 공부는 쉽지 않다.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대학에서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하지 못하니까. 엄청나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어도 내가 선수단 내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학생일 것이다. 졸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교수님 말씀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학생이다.

마지막을 멋있게 장식하고 싶을 것 같다.
당연하다. 우리 팀은 올해 전국대회 4강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춘계연맹전에서 8강 안에 들고 올 시즌 U리그 왕중왕에 진출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그리고 내가 한 해 동안 15골 정도 넣어준다면 기쁠 것 같다.

대학 생활은 마지막일 수 있겠지만 또 나는 계속해서 축구를 하고 싶다. 대학생 김수현의 최종적인 목표는 프로 입성이다. 사실 2~3학년 때 부상도 있었고 노력도 부족해서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했다. 나태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나 자신도 노력했고 감독님께서도 나를 주장에 임명하며 믿음을 보여주셨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다치치 않고 올 한 해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내일 상지대를 정말 이기고 싶다.

당신의 꿈을 응원한다. 아, 마지막으로 주장인데 팀 동료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8강 진출에 당근 같은 것은 걸었는가?
그런 것 생각해본 적 없는데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안하면 후배들이 또 뭐라고 할 것 같다. 음… 만일 내일 상지대를 이기고 8강에 진출한다면 내가 사비로 팀 동료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도록 하겠다. 대학생이라 넉넉치 않으니 아이스크림 정도로 동료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마지막 질문이다. 아이스크림도 종류가 있다. 쭈쭈바, 하드와 같은 마트 아이스크림부터 배스킨라빈스같은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하다. 무엇을 사주겠다는 것인가?
집요하다. 함부로 대답한 내가 잘못이다. 다음부터 이런 질문에 절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왕 사줄 거면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사줘야 하지 않겠나. 8강에 간다면 정말 기쁘면서도 우리 후배들이 자랑스러울 것 같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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