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당 대표, “월드컵서 인종차별 당하면 선수들 파업해야”

인종차별 제스쳐를 취하는 콜롬비아 카르도나 ⓒ 중계화면 갈무리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영국 노동당 제레미 코빈 대표가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를 외치며 그 방법의 하나로 선수들의 파업을 제시했다.

코빈 대표는 “이번 여름에 열릴 러시아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인종차별을 당하면 파업해야 한다”라며 “그 방법이 인종주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코빈 대표는 지난 8일(영국 시각)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종차별에 레드카드를’ 행사에 참여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노동당 대표가 러시아 월드컵에서 인종차별이 일어날까 우려하고 있으며 경기장 등에서 인종차별적 행위가 있을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이 엄격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간청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어떤 선수든 ‘난 이 차별을 감당할 수 없다’라는 의미로 경기를 포기한다면 지지할 것이다”라면서 “월드컵이라는 축제가 인종차별의 그늘에 가려질까 우려스럽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월드컵은 올림픽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다. 전 세계 인구 절반이 이를 인지하고 어떤 형태로든 수십억의 시청자들이 보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 선수들이 어떤 형태로든 인종주의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와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심판들은 즉시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사람들을 경기장 밖으로 내보내고, 극단적으로는 경기를 중단해야 한다. 대회 처음부터 그런 조치가 취해진다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 인종주의에 저항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월드컵
ⓒFIFA 공식 트위터

러시아, 대표적 차별 국가로 자주 언급돼… 우리나라 선수들도 피해자 될 수 있다

코빈 대표의 우려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러시아는 최근 인종차별 문제에 수차례 노출됐다. 가장 최근에는 FC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서 브라질 선수의 훈련 영상을 구단 공식 트위터에 올리며 “초콜릿이 어떻게 녹는지 살펴보자”라는 코멘트를 달아 파문이 일었다. 리버풀 유망주 리안 브루스터는 “UEFA 주최의 유소년 리그에서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선수에게 수차례 흑인 비하 발언과 욕설을 들었다”라고 진술했다.

또한 러시아는 이미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소수자 집단을 차별한 사례가 있어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치 동계올림픽의 피해자는 성소수자들이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1년 전 러시아 의회는 ‘동성애 선전 금지법’을 제정하며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빼앗았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을 기점으로 성소수자들이 환영받으며 편안하고 안전하게 올림픽을 즐길 수 있었던 ‘프라이드 하우스’는 소치에서 금지됐다. 소수인종, 성소수자 등 러시아의 소수자 집단을 향한 차별 사례가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이번 여름에 열릴 러시아 월드컵에도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해외에서 소수자 집단에 속해있는 아시아인들도 인종차별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작년 11월 10일 열린 콜롬비아와의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콜롬비아 에드윈 카르도나는 기성용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행동으로 아시아인을 비하했다. 경기가 열린 장소는 해외도 아닌 수원월드컵경기장이었다.

작년 6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8강전에서는 우루과이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포르투갈을 상대로 득점한 이후 양손으로 자신의 양 눈가를 잡아당기며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행위를 범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우루과이 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에 선수단 전체가 찢어진 눈을 표현하는 사진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코빈 노동당 대표가 제안한 선수들의 ‘파업’ 행동은 이러한 인종주의에 저항하는 수단으로서 제안한 것이다. <가디언>은 작년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일어난 사례를 언급했다. 작년 4월 30일 칼리아리 칼치오와 페스카라 칼치오의 경기에서 페스카라 소속으로 경기에 나선 설리 문타리는 경기 도중 관중들로부터 흑인 비하 욕설을 들어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오히려 경고를 받았다. 이에 문타리가 경기장을 떠나면서 다시 경고가 추가되며 퇴장 처리됐다.

문타리는 이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종적인 폭언을 들으면서 경기장에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선수들이 파업해서라도 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똑같은 일이 벌어지면 또 경기장을 떠나겠다.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느낀다면 경기장을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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