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상무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상주상무
군대는 일찍 가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제도적으로는 이제 조금 더 늦춰줄 필요도 있다. ⓒ상주상무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상주상무가 위기에 놓였다. 가뜩이나 네이밍 스폰서 문제 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상무는 괌 전지훈련 도중 소속 선수인 김병오가 성폭행 혐의까지 받아 흔들리고 있다. 김병오는 괌에 남아 재판이 진행 중이고 한국으로 돌아온 선수들도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훈련에 집중하지 못한 채 일반병과 비슷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상무는 물론 K리그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병역 문제에 직면한 선수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질 수도 있다. 언젠가는 고민했어야 할 문제였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 상무가 가야할 길에 대해 공론화되길 기원한다.

상무가 K3리그에 가면 해결될까?
나는 여러 차례 밝혔듯이 군경팀이 프로에 있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경팀이 없어지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거 무슨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선수들의 병역을 해결해주는 팀이 없었더라면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보며 선수로서의 생활도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고 초대형 병역 비리도 터졌을 것이다. 군경팀은 한국 축구에 대단히 고마운 존재다. 그런데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하는 이런 팀이 프로 무대에서 다른 프로팀과 경쟁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 많은 이들이 내 의견에 동의하고 군경팀을 K3리그로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주장한다. 그렇게만 되면 문제는 간단하다. 군경팀을 프로에서 쫓아내듯 내보내면 일이 쉽게 끝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상무 선수들은 지금껏 군인 신분으로 너무나도 과도한 혜택을 받아오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 상무가 K3리그로 내려간다고 해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프로 무대에서 개판 치는 선수들이 K3리그에서 군인 정신으로 똘똘 뭉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보는 눈이 적어진 곳이라면 상무 선수들은 더 나태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매 경기 13-0의 점수차로 상대를 이기는 것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근본적인 고민을 해봐야 한다. 불침번도 안 서고 외곽 근무도 서지 않고 혹한기 훈련도 받지 않으면서 공만 차는 혜택을 누리는 게 과연 군인의 임무일까. 지금처럼 K리그에서, 혹은 K3리그에서 계속 원정경기를 치러야 한다면 선수단 군기를 잡을 수가 없다. 말이 군인이지 그냥 사생활이 조금 통제되는 일반인 정도다.

군경팀의 문제점은 더 있다. 한해에 고작해야 국군체육부대와 경찰대학에 20명 남짓한 선수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합격과 탈락의 격차가 어마어마하다. 합격하면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편한 생활이 보장돼 있고 프로선수로서의 길도 열려 있다. 하지만 군경팀에 지원해 탈락하면 선수 생활은 사실상 끝이다. 군경팀에 가지 못하고 일반병으로 입대한 뒤 프로 무대에서 재기에 성공한 이들은 역사상 손에 꼽는다. 대학 무대에서 프로까지는 어찌어찌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군대 문제 앞에서 선수들의 격차는 확 벌어진다. 합격과 탈락이라는 이 단어 하나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간극이 있다. 군경팀은 프로 무대에서도 상위 10%에게나 주어지는 혜택일 뿐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하버드대학교 같은 곳이다.

상주 김병오
상주 김병오가 전지훈련지인 괌에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김병오는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상주상무

소수만 받는 특별한 혜택, 보편적 기회 돼야
한해에 고작 20명 남짓한 선수만 받는 혜택은 결국 독이 됐다. 선수들은 무늬만 군인이었고 이 한 겨울에 따뜻한 해외에서 성 관련 사고까지 일으켰다. 상위 10%만 누리는 혜택을 70%의 선수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축구선수라고 다 군경팀에 보내달라고 주장하려는 건 당연히 아니다. 여기에 내가 주장하는 건 축구선수들이 ‘일반병에 가까운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위 10%만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고 호텔에서 휴대전화를 쓰며 생활하지 말고 축구선수의 70%가 생활관에서 생활하고 유격 훈련, 혹한기 훈련 다 받으면서도 축구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90%는 프로 물이 들어있는 10%짜리 군인이 아니라 40%만 축구선수라고 생각하고 60%는 군인인 이들을 키워야 한다.

축구선수라고 상무에서 받는 혜택은 없애야 한다. 일반병으로 보내 일과를 다 마치면 저녁 휴식시간을 이용해 훈련하면 된다. 이런 선수들이 1군 사령부 대표, 2군 사령부 대표, 해병대 대표 등으로 뽑히면 된다. 국방부에서는 이런 선수들을 관리만 해주고 지속적으로 만나서 교류하며 뛸 수 있는 리그만 만들어 주면 된다. 어차피 숙식은 다 해당 부대에서 제공하고 통제도 해당 부대가 하면 된다. 불침번도 다른 병사들과 똑같이 세우고 휴가도 똑같이 보내자. 내 말이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프로 무대에서 뛰다가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고 K3리그에서 활약한 이들 상당수는 낮에는 주민센터에서 근무하고 밤에만 운동해도 잘만 뛰더라. 낮에 주민센터에서 생활보호대상자들한테 쌀만 잘 배달해주고 밤에는 패스도 잘 배달해 주더라.

결국 이런 식으로 많은 축구선수들이 축구선수 주특기로 일반 부대에 배치돼 일과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상위 몇%만 과도한 혜택을 누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내 제안처럼 이런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굳이 상무를 K3리그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그들만의 리그, 진짜 ‘군대스리가’를 창설하면 되기 때문이다. 1군 사령부와 2군 사령부의 라이벌전을 만들고 해병대와 해군 팀의 ‘마린더비’를 열면 된다. 그렇게 시즌을 운영하며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일과 시간 외에 훈련과 경기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게 바로 정말 올바른 길 아닐까. 군대가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자기 부대에 선수 한 명 전입 온다면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머리를 굴릴 것이다.

김원일
이 군인은 군대 축구를 제패한 뒤 K리그에서도 엄청난 역사를 쓴다. 물론 이런 일은 흔하지 않다. ⓒ김원일 제공

진짜 ‘군대스리가’를 만들자
부대별로 대표팀을 만들어서 그렇게 리그를 진행하면 된다. 프로에서 뛸 당시처럼 몸 상태를 100%로 유지할 수는 없더라도 군 생활 내내 70%의 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제대 후 복귀할 수 있는 무대만 만들어주면 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의 상무가 몇 명만을 키우는 ‘엘리트 체육’ 같았다면 내가 제안하는 건 군 부대 저변을 확장하는 ‘생활 체육’ 같은 개념이다. 군경팀 합격과 탈락으로 인생이 바뀌는 소수를 위한 지금의 제도는 불합리하다. 그리고 상무가 프로리그에서 떠나 K3리그나 하위 리그에서 깡패 노릇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상무 선수들은 일반 병사들과 다르게 너무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 제안이 영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닐 것이다. 단지 이 시기의 비난을 벗어보겠다고 K3리그로의 퇴출이나 정신 교육 정도로 넘어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래야 지금처럼 상무 선수들 통제가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모든 생활은 일반 병사와 함께 자대에서 하고 일과도 똑같이 하고 저녁에 사단 대표, 군단 대표인 선수들은 운동 시간만 보장해 주면 된다. “축구선수한테 일반 병사와 똑같이 생활하게 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하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정도만 되도 혜택이다. 일반 병사는 일과가 끝나고 저녁 휴식 시간이 되도 눈 오면 제설작업하고 비 오면 물골조에 투입된다. 미술 전공했다고 군대에서 일과 시간 끝나고 그림 그리게 배려해주는 것도 아니다. 휴식 시간에 운동 기회만 보장해도 엄청난 배려다. 군 제대 후 다시 축구선수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인데 하고 싶은 이들만 하게 해도 된다. 축구 잘하면 사단 대표도 되고 군단 대표도 하는 거다.

프로까지 경험한 뒤 일반 병사로 군대에 간 이들 말을 들어보면 지금도 군대에 이런 시스템은 꽤나 잘 정착돼 있다. 전군체육대회에 나가면 상대팀에 성남일화 출신, 대구FC 출신이 몸 풀고 있단다. 사단에서 날고 기던 애들도 본선 무대에 나가면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는 이들한테 영혼까지 털린단다. 지금도 사령부 대표팀 정도는 어지간한 실업팀 이상의 화려한 경력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조금만 잘 가다듬으면 상무 같은 ‘꿀 빠는’ 팀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현명하게 한국 축구의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되게 사회주의 같지만 그래도 축구에서는 상위 10%만 누리는 크나큰 혜택을 조금씩 나눠 70%가 누릴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지금은 ‘승자 독식구조’가 너무 심하다.

상무, ‘엘리트 체육’ 아닌 ‘생활 체육’ 형태로 가야
우리는 해외 시스템을 많이 도입했다. 연고지 개념도 자리 잡았고 승강제도 실시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의 좋은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 하지만 군경 팀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의 ‘롤모델’이 없다. 세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고 남자들은 3수를 하고 이후 대학을 졸업한 뒤 유통학 대학원을 갔다가 박사 과정을 밟고 군대를 미루는 게 아니라면 젊은 나이에 군대에 가야한다. 그 어떤 시스템도 우리가 참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처럼 프로 무대에 진출한 선수들 중에서도 소수의 몇 명만이 누리는 크나큰 혜택은 개선되어야 한다. 작심하고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늘 똑같은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한다. 까짓 거 ‘군대스리가’에서 승강제도 하자. 못할 거 뭐 있나. 이제는 상무 같은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군대도 ‘생활 체육’ 형태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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