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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남해=조성룡 기자] 안산그리너스에 아프리카 선수가 입단했다.

지난 1월 24일 안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라이베리아 출신의 공격수 세쿠 코네를 영입했다"라고 밝혔다. 창단 2년차 안산의 또다른 도전이다. 안산은 지난 시즌 남수단 유소년 선수들을 데려와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는 아예 즉시 전력감으로 아프리카 선수를 데려온 것이다.

1984년 현대 호랑이 축구단에 조지 알 핫산(가나)이 최초의 아프리카 K리거로 입단한 이후 아프리카 선수들은 많지 않지만 조금씩 한국의 문을 두드렸다. 성공한 사례도 있었고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 부천SK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다보는 말리 출신이었고 2009년 대구FC에 입단했던 카메룬 출신 음밤바는 아직도 대구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영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제 안산과 코네는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선다.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코네는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팀에서 자신을 보여주겠다는 의지 하나는 굉장히 강해 보였다. 낯선 곳에서도 그는 밝은 표정으로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해 전지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코네를 <스포츠니어스>가 직접 찾아가서 만났다.

만나서 반가워.

아, 춥다…

아무리 추워도 22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라이베리아 선수라 추위를 많이 타는 거야?

뭔 소리야? 너도 지금 벌벌 떨고 있는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기는 상당히 따뜻했어. 그런데 너희들이 온다니까 갑자기 추워지더라. 그리고 내가 라이베리아 사람인 것은 맞지만 추위는 꽤 익숙해. 나는 네덜란드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서 최근에는 미국 유나이티드 사커 리그(USL)에서 뛰다 왔어. 네덜란드도 미국도 겨울이 있는 곳이야. 그러니까 내가 추운 이유는 너희들 때문이라고 해두자.

한국에서의 첫 전지훈련은 어때?

아주 좋은 것 같아. 몇 주 전부터 전지훈련에 와서 가열차게 훈련하고 있지. 코칭스태프들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어. 내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전지훈련 기간이야. 그런데 가끔은 힘들어. 라이베리아는 영어를 쓰거든. 그런데 선수들이 다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잖아?

이흥실 감독님은 영어를 조금 할 줄 아시는 것 같아. 가끔 영어로 내게 말을 거시거든. 그런데 서로 뜻이 잘 전달되지 않을 때도 있어. 그럴 때는 스마트폰을 가져와서 글자를 적어서 보여주거나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즘은 어플을 쓰고 있어. 네이버 파파고는 신세계야. 한국이 IT 강국이라더니 맞는 말인가봐.

한국은 IT도 강하지만 박지성, 손흥민, 김연아, 정현, 김치, 불고기, 강남 스타일, 추신수, 뽀로로, e스포츠, 평창, 류현진, 이세돌, 한글의 나라라는 것 또한 알아줬으면 좋겠어.

뭐 이리 많아? 아직 한국에 온지 한 달도 되지 않았어. 나도 천천히 한국을 배워야지. 물론 일단 전지훈련이 끝나고 나서부터 고민해볼게.

그런데 김치? 그 매운 채소 음식 맞지? 그건 정말 힘들어. 도저히 먹을 수가 없겠더라. 처음 전지훈련장에 와서 밥을 먹는데 이것저것 맛있는 게 많아서 좋았어. 그런데 한 쪽에 빨간 양념이 되어 있는 채소가 놓여져 있는 거야. 본능적으로 알았지. '아, 이거 매운 거구나.' 한 번 시도했는데 너무 매워서 포기했어.

사실 한국에 와서 음식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 편이야. 한국이 쌀이 주식인 것처럼 라이베리아에서도 쌀을 먹어. 그리고 각종 고기들은 맛있더라. 라이베리아에서도 그렇고 내가 어릴 적부터 살던 네덜란드에서도 매운 음식은 잘 먹지 않았어. 그러다보니 김치는 입맛에 맞지 않더라. 대신 쇠고기 많이 먹고 가끔 치킨도 먹어.

벌써 치킨을 먹어봤다고? 한국 사람 절반은 다 됐네. 치킨은 맥주와 먹어야 맛있는 것도 알아?

가끔 감독님이 치킨을 시켜줄 때가 있어. 그 때 처음 먹어봤지. 한국 치킨이 꽤 맛있더라. 다들 맥주와 먹어야 한다는 얘기는 하더라. 치킨과 맥주를 같이 먹으면 '치맥'인데 이게 환상적이라고. 그런데 아쉽게도 내가 술을 잘 못마셔서 치맥은 한 번도 못해봤어. 최고의 조합이라는데 그 점은 조금 아쉽지.

배고파지는 얘기는 그만하자. 먼저 라이베리아 얘기를 좀 해보자. 역시 라이베리아 하면 조지 웨아 아닐까?

당연하지. 조지 웨아를 소개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야. 1995년에 아프리카인 최초로 발롱도르를 받았고 AC밀란,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 유럽 명문 구단에서 뛰었던 선수지. 은퇴 후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이야. 조지 웨아는 훌륭한 축구선수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라이베리아인인 셈이지.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해.

우리나라의 전설이자 영웅이 곧 조지 웨아야. 얼마 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뉴스는 한국에서도 아는 것 같던데? 다들 물어보더라고. 그 전까지는 수많은 라이베리아 선수들의 롤 모델이었지만 이제는 라이베리아 전 국민들의 롤 모델이 된 셈이야. 조지 웨아는 세계 축구에서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이제는 라이베리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

라이베리아 사람들이 조지 웨아가 롤 모델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아프리카 사람들이 조지 웨아를 동경하고 있겠지. 나도 조지 웨아를 한 번 만나봤어. 2015년 6월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예선에 내가 출전했어. 그 때 토고와의 원정경기였는데 그 경기에 조지 웨아가 토고까지 와서 응원을 했던 거야. 정말 동경하던 사람을 만나니까 기분이 좋더라.

사실 한국 사람들은 라이베리아 축구를 잘 몰라.

라이베리아? 다들 조지 웨아 같이 성공한 선수를 꿈꾸면서 축구를 하지. 라이베리아에서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야. 어릴 때부터 열심히 축구를 해서 해외에 나가는 걸 꿈꾸지. 나 같은 경우는 상당히 운이 좋은 상황이었어. 어릴 때 가족들이 다 같이 네덜란드로 떠나서 거기서 자랐고 프로 생활도 네덜란드에서 시작했거든.

아직 성인 대표팀의 경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본선에도 쉽게 진출하지 못할 때도 있어. 하지만 점차 나아질 거라 믿어. 다들 조지 웨아 같은 선수를 꿈꾸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해. 실제로 꽤 많은 라이베리아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서 뛰고 있어.

라이베리아나 주변 아프리카 국가 선수들의 가장 큰 장점은 뭐야?

다들 신체적인 조건을 많이 얘기하더라. 유연하고 탄력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해. 하지만 나는 그런 신체적인 조건보다 다른 것을 장점으로 꼽고 싶어. 아프리카 선수들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해. 과거 해외에서 뛰었던 아프리카 선수들도 그렇고 리버풀에서 뛰는 사디오 마네(세네갈)도 그렇다고 생각해.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족 때문이야.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은 대부분 가족의 가장들이야. 온 가족이 그 선수 하나만 바라보면서 살아.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한 동기부여가 있어. 그래서 굉장히 훈련도 열심히 하는 편이고 경기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해. 이런 부분이 아프리카 축구의 수준을 높이는 또다른 비결이라고 할 수 있지. 사실 아이러니해.

그렇다면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이곳 안산은 어떻게 오게 된 거야?

2016시즌에 미국 USL에 있는 베들레헴 스틸에서 뛰었어. 그리고 자유계약 선수로 풀려 있는 상황이었지. 그 때 영입 제의가 많이 오긴 했어. 유럽에서도 뛰어볼 생각 없냐는 제의가 들어왔지. 안산도 그 중 하나였어. 그런데 유럽에서 들어온 오퍼는 사실 그렇게 진지하지는 않았어. 반면 안산은 내게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왔지.

팀을 옮길 때 나는 연봉이나 여러 조건도 맞아야 하지만 일단 구단과 협상 과정에서 느낌이 제일 중요해. '아, 이 팀에서 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 팀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 안산이 그런 팀이었어. 비록 내가 한국도 처음이고 아시아도 처음이지만 안산과 이야기하면서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별로 망설이지 않고 결정할 수 있었어.

코네의 첫 아시아 커리어는 안산그리너스다 ⓒ 안산그리너스 제공

사실 아까도 말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는 것이 많아. 안산 경기는 유튜브로 몇 번 봤어. 그리고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탔지. 10시간 정도 걸렸어. 다행히 환승은 안하고 직항편으로 왔어. 그래도 힘들긴 하더라. 도착해서 수도권에서 이틀 정도 머무르고 바로 전지훈련장에 왔어. 안산이나 서울이 좋은 도시라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아직 제대로 가보질 못했으니 전지훈련 끝나면 도시 구경도 좀 해보려고.

한국, 그리고 아시아로 처음 오는 건데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어?

음… 많이 걱정하지는 않았어. 어차피 축구선수는 축구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는 것이 숙명이니까. 그리고 내 나이가 이제 22세거든. 그래도 성인이잖아. 가족들 입장에서는 이제 내가 성인이니 이런 결정은 내가 알아서 하라고 맡기는 편이야. 가족들이 걱정 하더라도 내가 좋으면 여기 오고 다 그런 거 아니겠어?

향수병 걱정은 조금 하는 것 같던데 큰 상관은 없어. 나는 지난 시즌에 미국에서 뛰었거든. 그렇게 고향이 그립고 그러지는 않더라. 그래도 내가 여기 안산에 자리 잡으면 가족들도 한국에 와서 같이 살 예정이야. 집도 구하고 해야지. 구단에서 신경 많이 써주고 있어. 내가 훈련에만 전념하도록 집을 구한다던가 은행 계좌 개설이라던가 이런 것들은 구단에서 최대한 도와주고 있어.

팀 동료들은 어때?

다들 좋은 것 같아. 아직은 친하다고 하기 보다는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아직 한국말은 모르는데 다들 말할 때마다 "습니다, 습니다" 하더라. 그래서 한국 선수들 앞에서 "습니다"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어. 물론 내가 더 친해지려면 한국말도 배우고 같이 경기에서 뛰기도 해야겠지.

지금은 라울과 제일 친해. 사실 라울이 전지훈련장에서 내 룸메이트야. 같은 방을 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그리고 라울은 지난 시즌 한국에서 굉장히 잘 했잖아? 많이 배우고 있어. 물론 말은 잘 통하지 않아. 우루과이는 스페인어를 쓰고 라이베리아는 영어를 쓰거든. 그럴 때는 뭐 다시 번역 어플 꺼내 들면서 얘기하는 거지.

사실 그런 얘기는 들었어. 내게 라울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일단은 라울에게 배우면서 라울의 경쟁자가 되는 것보다 라울의 팀 동료가 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나는 라울보다 훨씬 어려. 그리고 한국에서의 경험도 적고. 라울을 넘어서는 것보다는 라울과 호흡을 잘 맞추는 좋은 동료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라울 말고도 한국 선수들과 빠르게 친해지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맞아. 사실 한국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어. 몇 개 아는 거라고는 대부분 축구에 관련된 것들이야. 대표적으로 박지성. 한국 선수들은 이름 외우는 게 쉽지 않아.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도 유니폼과 얼굴을 보면 누군지 알아. 근데 이름을 아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없어. 예를 들면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는 7번(손흥민). 이름 진짜 어렵더라.

적어도 새로운 나라에서 축구를 하려면 새로운 동료들과 친해지고 그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나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왔으니 공부를 해야겠지. 근데 아까 네가 강남 스타일 얘기하던데 설마 그거 한국 노래야?

당연하지, 서울 강남에 가면 말춤 동상까지 있어. 꼭 가보렴.

세상에나… 내가 한국에 대해 아는 게 하나 더 늘었네. 사실 나도 강남 스타일은 알고 있었어. 유럽에서도 유명했어. 유튜브 영상으로 뮤직 비디오 보고 그랬어. 그런데 그게 한국 노래였다는 건 몰랐지. 사실 중국 노래인 줄 알았어. 한창 유행할 때 유럽에서 네가 말한 '말춤'도 춰보고 했었지. 그런데 진짜 충격이다. 나는 지금까지 중국 노래인 줄 알았어. 이게 한국 노래였다니 놀랍다.

안산은 봉사활동을 많이 가니까 말춤 더 연습해놓으면 쓸 곳이 많을 거야. 앞으로 한국에서의 네 모습을 기대할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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