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버드에 ‘데얀’과 ‘전세진’ 이름이 울려 퍼지다니


데얀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데얀은 여전히 어색하다. ⓒ수원삼성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인생은 모르는 거다. 오늘(30일) 수원삼성 축구만 봐도 그렇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라이벌 팀의 원수 같은 선수도, 불과 한 달 전까지 배신자 소리를 듣던 선수도 ‘내 팀’ 선수가 될 수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삼성과 탄호아(베트남)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보니 드는 생각이다. 수원삼성 팬들이 단 한 번도 크게 외쳐보지 않을 것 같은 이름이 빅버드에 울러 퍼졌다.

K리그 역사상 가장 ‘핫’한 이적의 주인공인 데얀은 아직까지도 푸른색 수원삼성 유니폼이 익숙하지는 않다. 라이벌 FC서울에서 뛴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다른 팀으로 갈 수는 있어도 수원삼성으로 갈 가능성은 ‘0’이라고 생각했다. 푸른색 유니폼의 데얀이 눈에 익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수원삼성 팬들도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데얀이 푸른색 유니폼을, 그것도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원삼성 팬들은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나탄의 이적을 몹시 아쉬워했었다. 하지만 이적시장이 진행되는 동안, 탄호아와 경기를 하는 동안 조나탄을 그리워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빅버드에서 데얀의 이름이 크게 울려 퍼졌다. 경기 전 선수 소개 때부터도 유독 큰 박수를 받았던 데얀은 후반 40분 수원삼성에서의 데뷔골을 뽑아냈다. 그러자 수원삼성 서포터스석에서는 그의 이름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데얀. 데얀. 데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데얀의 이름이 빅버드에서 울려 퍼지는 건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슈퍼매치에서 비신사적인 행동을 해 수원삼성 팬들에게 욕을 먹을 때 뿐이었을 것이다. 데얀의 푸른색 유니폼도 어색하고 수원삼성 팬들이 데얀의 이름을 외쳐주는 것도 아직은 어색하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삼성 홈 경기 때면 장내 아나운서 특유의 호응 유도를 한다. 득점을 기록하고 장내 아나운서가 “골을 넣은 선수의 이름은?”이라고 외치면 관중이 다같이 득점자의 이름을 외쳐준다. 여기에서 데얀의 이름이 나올 줄도 몰랐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1년 전에 이 모습을 봤더라면 차라리 꿈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수원삼성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가장 먼저 또 한 번 데얀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빅버드가 아니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일어날 일들이 빅버드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전세진
전세진(맨 오른쪽)은 논란 끝에 수원삼성에 입단했다. ⓒ수원삼성

전세진도 수원삼성 팬들에게는 논란의 중심이었다. 수원삼성 유소년 팀인 매탄고 졸업 예정자인 전세진은 임의로 해외진출을 시도하다가 팬들의 반발을 샀다. 수원삼성의 지원을 받으며 축구선수 꿈을 꾸던 그가 논란 속에 해외진출을 시도하자 ‘배신자’라는 소리도 나왔다. 전세진은 논란 끝에 지난 9일에야 공식 입단을 발표했다. 수원삼성 선배들과 발을 며칠 맞추지도 못했다. 수원삼성 팬들은 전세진이의 입단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이 선수를 응원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논쟁을 펼쳤다. ‘런세진’ 또는 ‘턴세진’이라고 불렀다.

후반 12분 전세진이 교체 투입되며 수원삼성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자 관중석이 술렁였다. 곳곳에서는 야유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전세진에게 빅버드는 따뜻했다. 교체 투입 후 처음으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자 서포터스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전세진. 전세진. 전세진.”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이름 세 글자 온전히 불리지 못했던 선수의 이름은 빅버드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전세진은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과 함께 서포터스석으로 가 인사를 보냈다. 전세진을 향한 팬들의 마중은 따뜻했다.

빅버드에서 이 두 선수의 이름이 이렇게 크게 울려 퍼지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라이벌팀의 에이스 데얀과 팀을 배신했다는 이야기를 듣던 전세진이 이렇게 수원삼성 팬들의 따뜻한 환호를 받는 모습을 보니 정말 영원한 적은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언젠가 이 둘이 골을 넣고 수원삼성 엠블럼에 입맞춤이라도 한 번 보내면 그땐 다른 선수의 세리머니 때보다도 더 큰 환호가 터질 것이다. 영원한 건 아무 것도 없다. 그게 축구다.

footballavenue@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ltzDh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