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스페인으로 보냈다. ⓒ 스포르팅 히혼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가 자국 선수들을 스페인으로 유학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어린 선수들이 아닌 대표급 선수들을 반 시즌 동안 임대로 보낸 것이다.

<가디언>에 칼럼을 기고한 존 듀어든은 "아마도 스페인 팀은 그들이 영입한 선수 국적이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것에 단순히 흥분했거나, 혹은 그 선수가 정말로 누구인지 전혀 모를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해외로 이적하는 경우는 드물다. 종교적 환경과 고액 연봉이 이유로 꼽힌다. 그래서 더 이례적인 사건이다. 알 샤밥에서 뛰었던 압둘라 알 함단은 스포르팅 히혼으로 임대됐으며 파하드 알 무왈라드는 레반테와, 야히야 알 셰흐리는 레가네스와 계약을 맺었다. 이들을 포함한 총 9명의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스페인으로 향했다.

사우디 정부가 선수들을 부랴부랴 스페인으로 보낸 이유는 다가올 러시아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6개월 단기 임대 계약을 맺었다. 사우디 스포츠청 투르키 알 샤이크 청장은 "선수들이 스페인에서 진정한 프로가 되는 것을 배우고 경험을 얻길 원한다. 해외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잘 알릴 수 있기를 원한다"라면서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그들을 해외로 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이 경험을 통해 사우디 선수들의 유럽 이적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알 샤밥 디렉터 마이크 뉴웰도 맞장구를 쳤다. 그는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좋은 선수들이 있으며 그들에게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다"라면서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여러 면에서 그들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우디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해외에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그들 중 누군가가 성공한다면 사우디 축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 관계자, "대부분은 뛰지 못할 것"

물론 비판점이 존재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성인 선수들의 '늦깎이 유학'은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사우디 당국은 스페인 클럽에 돈을 쥐여주며 자기 선수들과 계약을 맺도록 했다. 임대 기간 동안 사우디 선수들의 원소속팀에서 급료도 지불하기로 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성인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왜 하필 국가대표급 선수였을까. 그런데 심지어 이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스페인 축구팀의 스카우트들 마음에는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0월 포르투갈에 훈련 캠프를 차렸고 이 캠프장에 다수의 스페인 스카우트들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카우트들은 이들 중 누구에게도 관심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의 선수들을 빼앗긴 사우디 축구팀에서는 불만 섞인 말들이 오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들은 전혀 뛰지 못할 것이며 언젠가는 문제점으로 떠오를 것이다"라면서 "모두가 사우디 선수들이 해외로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방식은 안된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참 시즌 중에 선수들을 보낸 타이밍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알 샤이크 스포츠청장은 클럽에 "국가대표팀을 위한 대승적 차원"으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선수협회 측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경제적 측면을 앞세우며 스포츠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선수들의 진흥과 발전을 뒤로하고 사업을 선호하고 있다"라며 라 리가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듀어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을 설명하며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한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 진출을 도왔다"라면서도 "그러나 박주영의 경우도 존재한다. 그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리그에서 단 7분을 뛰었다. 아스널이 2012년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라며 "스페인과 사우디아라비아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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