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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순천=홍인택 기자] 임민혁(22)은 프로 3년 차다. 수원공고 졸업 후 바로 프로로 직행했다. FC서울에서 악몽 같은 데뷔전을 치렀지만 아픔을 딛고 월드컵에서 기니를 상대로 골을 기록하는 등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대표팀에서 소속팀으로 복귀한 후 서울에서 주축 미드필더들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 시즌 광주FC로 이적하면서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순천에서 이번 시즌을 위해 담금질 하는 임민혁을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훈련은 힘들지 않나요?

동계훈련 중이죠. 1차 동계훈련은 체력 위주로 했어요. 지금은 경기도 뛰고 하지만 되게 힘들었어요. 근데 기분 좋게 힘들어요. 몸이 힘드니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장 처음의 기억부터 시작할까요? 축구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수원시 대표로 육상 대회를 나갔어요. 800m 경기에서 우승을 했는데 그때 스카우트분이 저를 눈여겨보셨어요. 그땐 축구하는 걸 보여준 것도 아닌데 빠르고 잘 뛴다고 축구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렇게 축구를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죠.

수원공고 시절부터 워낙 좋은 선수라는 평이 있었어요. 특히 2015년 JS컵에서 수원공고 이학종 감독이 극찬했던 게 기억나요.

감독님께서 절 믿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어요. 선수 입장에서는 쓴소리도 되게 좋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절 칭찬해주셨잖아요. 어린 선수들은 칭찬을 받으면 100% 실력이 120%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볼을 잘 찬다고 저에게 계속 인지를 시켜주셨죠. 자신감도 심어주시고 예뻐해 주셨어요.

실제로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 무대로 진출했어요. 하지만 2016년 FC서울 데뷔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았을 것 같아요.

축구 하면서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어요. 저 나름 월드컵에도 나가보고 친선대회도 나가보고 했지만 데뷔전이 가장 떨렸던 것 같아요. 프로 첫 시작점이라 큰 의미가 있었어요.

데뷔전 당시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는데 두 번째 경고가 오심이었잖아요.

그때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였는데 제 수비 위치가 좀만 더 좋았으면 그런 경우도 안 생겼을 거에요.

작년 8월 강원FC 상대로는 3-1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었죠. 그때 적응 기간이 오래 걸렸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FC서울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적응하기 되게 힘들었어요. 그때 (김)정환이가 힘이 많이 됐죠. 저랑 동갑이기도 하고요. FC서울 입단하고 괌으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아는 선수들이 한 명도 없는 거예요. 정환이 없었으면 엄청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때 많이 서로 의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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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에서 뛰면서 U-20 월드컵도 경험했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일단 관중들의 응원에 소름이 끼쳤어요. 그렇게 많은 국민이 응원해준다는 게 되게 신기했어요. 애국가가 나올 때는 엄청 소름이 돋았죠. 서울 관중들도 특별했지만 또 다르게 국가적으로 응원을 받는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해외 선수들과 부딪혀본 경험도 특별했을 것 같아요.

다른 팀은 몰라도 잉글랜드전이 기억나요. 잉글랜드 선수들이 축구를 되게 쉽게 하더라고요. 거기서 차이를 좀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좀 충격이었죠. 포르투갈 선수들은 저돌적이고 기술이 뛰어났어요. 나라마다 성향이랑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기니 전에서는 골도 넣었죠. 그때 기분은 어땠나요?

엄청 좋았죠. 끝나고 축하 메시지도 많이 왔어요. 부모님도 되게 좋아하셨어요.

U-20 월드컵에서 특히 넓은 시야를 가진 선수로 주목을 받았어요. 선수들 움직임을 보는 비결이 있나요?

패스할 때 받는 선수가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움직임은 못 보더라도 볼 받기 전에 선수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먼저 보는 편이에요. 어디로 움직일지 생각해두면 좀 더 편하죠.

보통 그런 선수들은 축구 지능이 좋다고 표현하는데요.

제가 제 입으로는 차마….

알았어요. FC서울이 팀 리빌딩에 들어가면서 팀에 남을 거란 예상이 많았어요. 바이백 조항과 함께 광주로 왔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어느 팀이 먼저 제안했는지는 몰라요. 바이백 조항은 서울에서 먼저 제시를 했어요. 선수를 위해서 보내줬다고 생각해요. 제가 서울에서는 주축선수라기보다 기회를 받는 시기였잖아요. 서울에서도 저의 미래를 생각해줬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바이백 조항 때문에 광주 팬들과 서먹하진 않을까요?

그런 건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광주 팬들이 따뜻하시더라고요. 전지훈련 경기에도 여기 순천까지 사진 찍으러 오셨어요. 제가 서울에 있을 때 중계화면으로 봤던 광주 팬분들이 있어요. 실제로 경기장에서 낯익은 분들이 보이니 고맙고 반가웠어요.

광주 선수들과는 많이 친해졌나요?

엄청 친하죠. 나잇대가 다들 어린 편이에요. 장난을 쳐도 형들이 받아줘요.

평소에 장난기가 많은가 봐요. 서울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어요?

선수들끼리의 관계? 조금 더 팀으로 뭉치는 것 같아요. 서울도 분위기는 좋았는데 선배들과 나이 차가 많이 나다 보니까 약간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게 있었어요. 후배로서는 다가가고 싶어도 어려운 점이 있었죠. 여전히 막내이긴 하지만 광주는 좀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훈련할 때도 편하게 해주세요.

그렇군요. 임민혁 선수는 프로축구와 아마축구의 차이점을 실수의 차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어린 선수들이 좀 더 도전적으로 임하기 때문에 실수가 잦게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요?

맞는 것 같아요. 감독님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지시하시는 거 보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거든요. 어린 선수 입장에서는 자주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어린 선수들은 공을 못 차더라도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고 생각하고 뛰는 편인 것 같아요.

프로에서 어린 선수들은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인가요?

기술적으로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팀을 위해서 미친 듯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K리그 규정이 개정되면서 고등학생들도 K리그 데뷔가 가능해졌어요.

저도 뭐 마찬가지죠. 자기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확실히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색깔이 선수마다 있어야 하는 게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어떻게 보면 프로인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해요. 임민혁 선수는 어린 나이지만 다양한 감독을 만나는 것 같아요.

안익수 감독님 밑에서는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배웠어요. 기초부터 강조하셨어요. 수비는 솔직히 저 스스로 하는 게 아니고 정해져 있는 거잖아요. 공격은 창의적으로 하는 거지만. 그런 부분을 어렸을 때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황선홍 감독님은 묵직한 편이세요. 장난기도 많이 없으시고. 황선홍 감독님은 패턴 플레이, 약속된 플레이를 많이 강조하시는 편이에요.

신태용 감독은 어땠나요?

신태용 감독님은 같이 훈련했던 선수들은 다 알 거예요. 돌려치기라고. 패스 플레이를 강조하세요. 수비에서 볼이 들어가면 옆으로 돌려놓는 플레이를 강조하시는데 성공하면 되게 좋아요. 분위기는 완전 풀어주시죠. 특히 신태용 감독님은 본인이 직접 분위기를 띄워주세요. 연령별 대표팀이라 감독님이 더 그렇게 하시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시즌 개막은 안 했지만 박진섭 감독은 어때요?

축구를 쉽게 잘 가르쳐주세요. 쉽게 설명해주시는데 이게 다 맞는 말인 거에요. 선수들이 받아들이기가 편해요. 하나의 과제가 완성되면 다음 걸로 진행하시는 스타일이세요. 지금은 볼 소유를 강조하고 계세요. 가장 강조하시는 부분은 빌드업이에요. 골키퍼부터 빌드업하시길 강조하시죠. 배우면서도 재밌어요.

저도 덩달아 광주 경기가 기대돼요. 광주 이적 보도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머리는 왜 그렇게 밀었나요?

모든 분들이 생각하시다시피 새 출발 하는 기분으로 밀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아직 그렇게 잘 된 게 아니라서… 한참 멀었죠. 새 출발이라는 생각으로 밀었는데 하필이면 유니폼이 노란색이라 소림축구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저도 생각을 좀 하긴 했는데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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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족이 한 명 늘었어요. 대구FC에서 아산 무궁화로 입대한 김선민이 매형이죠? 어떻게 친누나를 소개해줄 생각을 했나요?

저도 둘이 그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김)선민이형을 제가 되게 좋아해요. 성격도 저하고 잘 맞아서 소개해 줬어요. 결혼하고 저한테 더 잘해줘요.

이쯤 되면 누나가 축구 전문가 아닌가요?

누나는 동생이 축구선수니까 축구에 대해 많이 알아서 남편한테도 배려를 잘 해주고, 또 남편이 축구 선수니까 동생이랑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아요. 서로 얘기가 잘 통하죠. 보통 축구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랑은 공감도 힘들고 설명하기도 힘든데 누나는 아무래도 축구 집안에 속한 사람이다 보니까 이야기가 잘 통해요.

서울에서 대구를 상대로 뛰었을 때도 그렇고 매형은 아산으로 입대하면서 K리그2(챌린지)에서 또 마주치게 될 것 같은데 누나 입장은 난처할 거 같아요.

서울에서 대구와 경기했을 때도 누나만 온 게 아니고 가족들도 왔어요.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한 명만 경기를 뛰면 그 팀을 응원하는데 저랑 (김)선민이 형이 같이 뛰었을 때는 정말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작년 8월 대구 원정에서 매형한테 태클 심하게 하지 않았나요?

그때 누나한테 잘하라고 속된 말로 '맥였'죠. 끝나고 미안하다고 했어요. 매형도 이해해줬어요.

매형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은 있나요?

매형이 결혼하고 군대에 갔잖아요. (김)선민이형 입장에서는 누나한테 미안할 거 같아요. 결혼하고 한참 달달해야 할 땐데 군대에 갔으니까 미안해할 것 같아요. 누나는 제가 또 축구 선수다 보니까 이해를 많이 해줘요. 제가 이어줬으니까 누나한테 좀 더 잘하라고 전해주고 싶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이번 시즌 목표는요?

일단 잘해야죠. 보여줘야 하고. 승격해야죠.

광주FC에서 새 출발을 다짐하는 임민혁은 당찬 모습이었다. 어린 선수로서 자신감과 함께 겸손이라는 무기를 갖췄다. 한창 멋을 부릴 나이에 삭발을 하고 다시 한번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 프로 3년 차 임민혁은 축구를 중심으로 뭉친 그의 가족과 함께 축구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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