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리그 명칭 바꾸는 게 이리도 쉬운 일인가?


K리그
이제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라는 명칭 대신 K리그1과 K리그2로 불러야 한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프로축구연맹이 22일 보도자료를 보냈다. “2018 시즌부터 기존 ‘K리그 클래식’을 ‘K리그1’으로, ‘K리그 챌린지’를 ‘K리그2’로 명칭을 변경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제8차 이사회에 따른 결정이다. 리그명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2018시즌에 한해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클래식)’,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챌린지)’, ‘K리그1 (클래식)’, ‘K리그2 (챌린지)’와 같이 기존 명칭을 병기하기로 했지만 이제 점차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라는 명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아직도 시행착오 중인 K리그
이로써 지난 2013년 만들어진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라는 리그명은 5년 만에 폐기될 상황이다. 새로운 리그명이 뭔지는 별로 크게 중요하지 않다. 몇 년 지나면 또 입에 붙을 테고 익숙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정말 아쉬운 건 5년 동안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왔던 걸 한 순간에 이리도 쉽게 포기한다는 점이다. 5년 동안 열심히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이름을 불러줬지만 이건 시간 낭비였다. 작명 수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 정든 이름이었는데 이제는 보내줘야 한다. 이름이라는 건 오랜 시간 고민해 지어야 한다. 한 번 정해지면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K리그는 숙고해 지은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를 이렇게 5년 만에 갈아치웠다.

애초에 ‘K리그’라는 명칭 자체부터가 잘못됐었다. 과거 칼럼에서도 주장했지만 원래 ‘K리그’는 ‘K리그’가 아니었다. 1983년 프로팀인 할렐루야와 유공, 코리안리그(실업) 1부의 포항제철, 국민은행, 대우 등 5개 팀으로 출범한 프로축구의 정식 명칭은 ‘슈퍼리그’였다. 1986년 명칭을 ‘축구대제전’으로 변경한 프로축구는 이 해에 프로팀들만 참가하는 ‘프로축구선수권대회’도 분리해 신설했다. 이어 1993년부터 1995년까지는 ‘하이트배 코리안 리그’가 정식 명칭으로 사용됐고 1996년과 1997년에는 ‘라피도컵 프로축구대회’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쓰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1993년 일본 J리그가 탄생해 큰 인기를 끌자 일부 국내 언론사 기자들이 제 멋대로 우리의 소중한 프로축구 명칭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탄생한 게 바로 ‘K-리그’다. 당시 기사에는 ‘K-리그(프로축구 코리안리그) 경기에서는…’이라는 식으로 괄호를 통해 정식 명칭을 썼지만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괄호 속의 정식 명칭도 사라진 채 ‘K-리그’만 남게 됐다. 1996년 들어 기자들이 만들어 낸 신조어 ‘K-리그’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자 이를 제대로 바로 잡아야 할 프로축구연맹은 오히려 여기에 은근슬쩍 묻어갔다. 아무런 고민 없이 1998년 정식 명칭을 ‘현대컵 K-리그’로 바꾼 것이다. 물론 프로축구연맹은 어떻게 K-리그라는 이름이 생겼는지 정확히 설명한 적도 없고 이를 정식으로 공표한 적도 없다. 단순히 줄여쓰기 좋아하는 일부 기자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를 정식 명칭으로 바꿨다.

우리는 지금 K리그라는 브랜드를 잘 성장시키고 있을까. (이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연관이 없습니다.) ⓒ 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K리그’는 애초에 ‘J리그’의 아류였다
더 큰 문제는 ‘K-리그’가 ‘J리그’의 아류작이라는 것이다. 이는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출범한 한국 프로축구는 한 순간의 실수로 J리그의 아류가 됐다.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슈퍼리그(축구대제전)’가 왜 한 순간에 ‘K-리그’가 되어야 하는가. 비약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한국 프로축구의 창씨개명을 한 셈이다. 스스로가 만든 굴욕이다. ‘K-리그’ 이후 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우리를, 엄밀히 말하자면 J리그를 따랐다. 중국 프로축구는 C리그로, 호주 프로축구는 A리그로, 싱가포르 프로축구는 S리그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파벳 리그는 아무런 의미도, 아무런 개성도, 아무런 역사도 내포하지 못한 창피한 명칭이다.

그러던 중 중국 프로축구에서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했다. 1994년 리그를 출범하고 1부리그를 갑A리그, 2부리그 갑B리그로 정한 중국축구협회는 리그 정식 명칭을 중국 슈퍼리그(China Super League)로 바꿨다. ‘C리그’라는 정체불명의 리그 명칭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갑A리그, 갑B리그’가 팬들의 뇌리에 정착되지 못한 것도 리그 명칭 변경에 한몫했다. 2005년,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라는 명칭을 놓고 내부 논의를 했지만 1983년 프로축구가 시작되기 전에 실업대회 명칭을 ‘코리안리그’라고 사용 했던 만큼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K-리그’를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통성을 가진 건 ‘코리안리그’지 ‘K-리그’가 아니다. 왜 ‘K-리그’가 ‘코리안리그’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K-리그’는 J리그와 일부 국내 언론의 전통을 이어받은 부끄러운 이름이다. 차라리 그럴 바엔 그냥 ‘프로축구’로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후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를 ‘K리그’로 바꾸는 일을 했다. 지금은 ‘K리그’라는 명칭이 아예 굳어져 버렸다. 그러니 2013년 승강제를 출범시킬 때도 이 ‘K’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껏 나온 아이디어가 ‘K’ 다음에 숫자를 붙이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아예 잘못된 방향으로 엉뚱하게 지어진 리그 명칭은 이에 굳어져 바뀔 생각도 없고 지금까지도 속을 썩이고 있다.

5년 동안 우리는 무엇했나?
2013년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가 출범했을 당시 나는 그래도 나름대로 독창적인 명칭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클래식’은 이외에도 ‘일류의, 최고 수준의’라는 뜻도 있다. ‘K리그 클래식’, 참 발음하기에도 좋고 가볍지도 않으면서 세련된 느낌이 났다. K리그의 최고 팀들이 모인 상위 리그 개념으로 손색이 없었다. 애초에 ‘K’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래도 ‘K1’이나 ‘K2’ 같은 특색 없는 명칭보다야 ‘K리그 클래식’이 나아 보였다. 어색하긴 해도 자주 부르니 익숙해졌다. 이제는 일상 속에서 ‘캐클’ ‘캐챌’로 줄여 불러도 팬들은 다 알아듣는다. 바뀐 명칭을 온전한 우리 것으로 만드는 데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또 명칭을 바꾼단다. 아무런 공론화 작업 없이 이사회에서 뚝딱 결정해 5년 동안 기울여온 노력을 다시 원점으로 돌릴 예정이다. 더 황당한 건 이번에 채택된 ‘K리그1’과 ‘K리그2’가 이미 5년 전 리그 명칭 공모전 때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라는 명칭 신봉자는 아니다. 당시에 ‘K리그1’과 ‘K리그2’를 선정했어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속 그렇게 불러왔을 것이다. 그런데 5년 전에는 채택하지 않았던 명칭을 이제와 체계화 시키겠다면서 뒤늦게 채택하는 건 그야말로 주먹구구식 행정이다. 5년 전에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거다. 그때는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를 선정한 이유를 역설해 놓고 5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이렇게 바꿔서는 안 된다.

프라메라리가가 툭하면 이렇게 리그 이름을 바꾸지는 않는다. 프리미어리그도 출범 이후 이름이 바뀐 적이 없다. 그런데 ‘K리그’는 ‘슈퍼리그’로 시작해 ‘축구대제전’, ‘프로축구대회’, ‘코리안리그’를 거쳐 ‘K-리그’, ‘K리그’,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K리그1’과 ‘K리그2’로 계속 바뀌고 있다. 역사 속에 나올 법한 오래된 과거의 일도 아니다. 오늘 또 일어난 일이다. 이렇게 연속성을 지니지 못한 리그에서 어떤 역사를 쓸 수 있고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겠나. ‘축구대제전’이건 ‘코리안리그’건 100년, 200년 계속 이어가야 그 리그가 정통성을 지닐 수 있다. 무슨 리그 명칭 바꾸는 걸 게임 속 닉네임 바꾸는 것처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 이메일 주소는 20년째 안 바뀌고 있는데 그 사이 프로축구 리그 이름은 4번이나 바뀌었다. 내가 계속 주장하는 거지만 그냥 ‘프로축구 1부리그’ ‘프로축구 2부리그’로 하자.

K리그라는 브랜드의 정통성은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진은 오늘 칼럼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FC서울

리그 명칭 바꾸는 게 이리도 쉬운 일인가?
어떤 리그 이름을 정하더라도 그냥 쭉 밀고 나가는 게 필요하다. 이제 K리그는 ‘K리그1’과 ‘K리그2’로 불러야 한다. 이사회에서 또 다시 손바닥 뒤집듯 결정한 일인데 앞으로 이 리그는 정식 명칭대로 불리지 않을 것이다. ‘케이리그원’을 누가 이렇게 부르나. 앞으로 ‘케이원’이 될 것이고 ‘케이리그투’는 ‘케이투’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 5년쯤 지나면 또 이사회를 한 번 열어 ‘K1리그’ ‘K2리그’로의 명칭 변경을 뚝딱 할 수도 있다. 우리 리그 명칭이 이종격투기와 등산용품 업체 이름과 겹치는 건 되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더군다나 ‘K리그1’과 ‘K리그2’ 밑에는 ‘내셔널리그’와 ‘K3리그’가 있다. 내셔널리그를 실업 리그라 승강제 실시가 어렵다고 해도 상위리그는 ‘K리그1’과 ‘K리그2’인데 그 밑에 리그는 ‘K리그3’이 아니라 ‘K3리그’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칭 개정은 불 보듯 뻔하다.

제발 툭하면 바꿀 생각부터 하지 말고 처음에 이름을 지을 때부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평생 남을 명칭을 짓길 바란다. 해외 언론과 해외 커뮤니티 등에서도 ‘K리그 클래식’, ‘K리그 챌린지’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이것도 싹 바꿔야 한다. 해외 팬들에게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그리고 ‘K리그1’ ‘K리그2’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모든 명칭이 혼용되는 올 시즌에는 혼란함이 더 클 것이다. 해외 매체들은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우리 리그 스토리와 정보를 전달해도 모자랄 판에 바뀐 리그 명칭에 대해 또 설명해야 한다. 연맹이 찍어낸 모든 물품의 엠블럼도 바꿔야 한다. 단순하게 이사회에서 한 번에 뚝딱 결정할 일이 아니다. 이런 엄청난 일이 보도자료 한 장으로 이뤄진다는 건 대단히 허술하다.

너무나도 황당해 5년 전 ‘K리그 클래식’이 출범했을 당시 내가 쓴 칼럼을 찾아봤다. 나는 당시 ‘K리그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지지하면서 칼럼 말미에 이런 내용을 썼다. 지금 보니 예언자 수준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몇 년 가지 않아 또 다시 명칭을 바꾸고 엠블럼을 바꾸고 리그를 재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 번 정했으면 100년, 200년 쭉 가야한다. 그게 바로 역사고 정통성이다. 지금이야 물론 ‘K리그 클래식’이 아직 입에 붙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야 자연스럽게 ‘K리그 클래식’이 정착될 수 있다. 그때까지 변화 없이 이 고민한 결과를 밀고 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K리그1’과 ‘K리그2’는 얼마나 갈까. 언젠간 또 헤어질 것 같은데 괜히 이 명칭에 정을 주고 싶지 않다. 리그 명칭 바꾸는 게 K리그에서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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