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리 공식 페이스북

'송영주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이 매주 치열하게 펼쳐지는 경기들 중에서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기를 상세하게 리뷰하는 공간입니다. <스포츠니어스>는 앞으로 한 주에 한 경기씩 송영주 해설위원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독자들에게 글로 제공합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송영주 칼럼니스트] 번리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번리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펼쳐진 2017-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2018년 들어 공식 4경기에서 모두 패했을 뿐 아니라 최근 공식 8경기에서 3무 5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며 6위까지 차지해 우승후보들을 긴장시켰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고, 1승이 아쉬운 팀으로 변하고 말았다. 도대체 번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번리의 플랜A는 여전히 강하다

번리는 맨유를 상대로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번리는 맨유전이 션 다이치 감독의 100번째 프리미어리그 경기였으므로 정신무장이 되어 있는 상태였고, 시종일관 활동량과 기동력에서 우위를 보여주며 맨유를 괴롭혔다. 번리는 점유율 48%, 슈팅 13회, 유효슈팅 2회, 코너킥 5회 등을 기록하며 슈팅 12회와 유효슈팅 2회를 기록한 맨유와 대등한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 9분에 앙토니 마시알에게 결승골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승점을 획득할 수도 있었다.

션 다이치 감독의 플랜A는 강력했다. 션 다이치 감독은 1차적으로 강한 전진 압박을, 2차적으로 2선과 3선의 간격을 좁히며 낮은 수비라인을 형성하며 수비의 안정감을 높였다. 그리고 롱패스를 통한 역습과 빠른 측면 공격, 세트피스를 통한 높이 경쟁 등으로 득점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맨유는 번리의 1차 압박을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번리의 수비 앞에서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플랜A만 놓고 봤을 때, 맨유의 주제 무리뉴 감독의 완패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번리, 결정력 부족에 발목 잡히다

하지만 결정력 차이가 승패를 좌우했다. 맨유는 유효슈팅 2회 중 1회를 골로 연결하는 힘을 보여준 반면에 번리는 끊임없이 슈팅을 시도했음에도 유효슈팅 2회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번리는 올 시즌 내내 득점력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다. 리그 24경기를 치르는 동안에 19골밖에 넣지 못했을 정도. 크리스 우드가 4골을, 애슐리 반스가 3골을, 그리고 샘 보크스가 3골을 기록했지만 확실한 해결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설상가상 크리스 우드는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션 다이치 감독의 고민은 역시 골 결정력일 것이다 ⓒ 번리 공식 페이스북

이러한 사실은 맨유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된 애슐리 반스는 전방부터 강한 압박과 거친 몸싸움을 통해 상대 공격을 지연시키고,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며 고군분투했지만 유효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2선에 위치한 제프 헨드릭과 측면의 구드문드손이 유효슈팅을 1회씩 기록했지만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를 넘기엔 위력이 부족했다. 크로스와 롱패스를 통한 단조로운 공격으론 득점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고, 이미 번리는 그 한계에 부딪친 모습이다.

번리의 위기는 계속 된다?

번리의 고민은 후반기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번리가 전반기에 얇은 스쿼드에서 장점을 극대화해 최대치의 경기력과 결과를 도출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지만 번리의 스타일과 프리미어리그의 일정을 고려할 때, 번리는 후반기 들어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 저하로 고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톰 히튼(어깨), 조너선 월터스(무릎), 크리스 우드(무릎), 스티븐 워드(무릎), 로비 브래디(무릎)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톰 히튼 골키퍼는 훈련에 복귀해 곧 경기에 출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조너선 월터스와 로비 브래디는 무릎 수술로 장기간 재활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번리는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조르주 케빈-은쿠두를 임대 영입했고, 아론 레넌의 영입에도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기력 유지와 득점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번리는 션 다이치 감독 하에서 2번의 승격과 1번의 강등을 경험했다. 2015-16시즌 챔피언십 1위로 승격해 지난 시즌 강등 후보로 거론되었음에도 프리미어리그 16위로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다. 물론, 이번 시즌 리그 24경기에서 승점 34점을 획득했으므로 잔류에 성공하겠지만 후반기 부진이 지속된다면 중위권 클럽으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번리는 전반기 장점을 극대화해 성적을 거뒀지만 한계를 노출했으므로 후반기 약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번리는 좋은 경기력에도 추락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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