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쁜 남자라고 외치는데 조금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가 어제(14일) 첫 방송을 했다. 영턱스와 이지연이 나온 이 방송이 끝난 뒤 나 같은 ‘아재’들은 추억에 흠뻑 젖어 여운을 즐겼다. 그리고 앞으로 이 프로그램에 꼭 나왔으면 하는 가수들을 열거하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언타이틀과 태사자, 얀, 최재훈, 비비 등 많은 이들이 언급하면서 그때를 추억하고 있다.

하지만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나오기에는 아주 살짝 부족하면서도 그리운 이들도 많다. 90불 이상 들어올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가수들이 아니라 정말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어렴풋이 기억할 이들을 소개한다. 만약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나오면 30~40불 정도 예상되는 추억의 가수가 어쩌면 더 반갑지 않을까. 알 만한 사람들만 안다는 그런 가수들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김애리 - 배드 보이

역시나 이 한 곡만을 남기고 사라진 가수다. 타이트한 상의에 ‘배드 보이’ 힙합 바지를 입고 무대를 누볐다. 당시 이태원을 주름 잡았을 법한 복장이다. 왜 사라졌는지, 지금은 무얼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하긴 김애리라는 가수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지 않을 텐데 소식이 알려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20년 전 등장했던 가수이니 지금 나이로 마흔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유일한 히트곡 ‘배드 보이’는 1990년대에 좀 놀았던 이들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노래다. 노래도 경쾌하고 댄스와 얼굴 표정까지 신선하다. 김애리를 추억하거나 궁금한 이들이라면 영상을 찾아볼 텐데 이중 라이브 영상은 피하길 바란다. 노래는 잘 못한다. 댄스에 집중하는 립싱크 영상을 추천한다.

쾌남호걸 - 블루로망스

1996년 쾌남호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4인조 남자그룹이다. ‘젊은 남자’를 부른 GQ와 비슷한 그룹이었는데 GQ만큼 뜨지는 못했다. 이때 들고 나온 타이틀곡이 바로 ‘블루로망스’다. 그런데 이들은 이 앨범이 실패하고 2년 뒤 이름을 바꿔 다시 등장했다. 그때 팀명이 ‘글램’이었는데 놀랍게도 노래는 2년 전 타이틀곡이었던 ‘블루로망스’를 그대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대 만큼 성공하지는 못했고 이들은 결국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귀에 착착 감기는 노래라 들어보면 금방 흥얼거릴 수 있을 것이다. 맨 왼쪽에 자리한 부기남이라는 멤버가 과도하게 잘 생겼다. 머리 기른 정우성 같은 느낌이었는데 학창시절 부기남만 나오면 친구들과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A.R.T - 슬픈 얼굴

30대는 물론 40대까지도 다들 알만한 명곡이다. 모든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섭렵하겠다(All Radio Television)는 다소 억지스러운 팀명을 지었지만 그래도 이 앨범으로 적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가요톱텐>에서 5위까지 오르는 좋은 성적을 냈다.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곡이다. A.R.T가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가 출연하면 “마지막 부탁이야. 힘들지 않도록”이라는 첫 소절만 듣고도 불이 우수수 켜지는 모습이 상상된다. 하지만 활동 당시 한 멤버가 여자친구를 폭행해 퇴출되고 결국 활동이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노래이고 한 멤버의 폭행 사건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부담을 안고 그들이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출연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송지영 만세 ⓒ방송 화면 캡처

척 - 별땅

UP의 곡을 주로 작곡한 작곡가 장용진이 1997년 쓴 노래다. 얼핏 들으면 UP의 노래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귀엽고 발랄한 멜로디가 ‘뿌요뿌요’를 연상케 한다. 아마도 UP가 이 곡을 불렀다면 더 흥행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척의 ‘별땅’이 별로라는 뜻은 아니다. 인지도만 척이 UP에 밀렸을 뿐이다. 특히나 귀여운 외모와 목소리의 송지영이 인기가 좋았고 메인 보컬 이희선의 가창력은 엇비슷한 댄스 그룹 중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척이 나오면 한 30불 정도 들어오는 데 그치겠지만 듣는 사람 누구나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노래다. 귀여웠던 송지영도 이제는 애 엄마가 돼 있겠지.

박은신 - 슬픈 사랑

방송 활동도 없었고 이후에도 전혀 가수로 활동하지 않고 사라진 인물이다. 1999년 1집 타이틀곡 ‘슬픈 사랑’도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상위권에 오른 적이 없다. 아마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박은신이 나와도 얼굴을 아는 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 만한 사람들은 그의 노래 ‘슬픈 사랑’을 잘 안다. 노래방에서 여학생들은 이 노래를 한 번은 불러줘야 ‘나 이런 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어필할 수 있었다. 정경화의 ‘나에게로의 초대’와 에스더의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을 주로 부르는 애들이 부르는 노래다. 유명한 노래는 아니지만 듣기에는 여전히 참 좋은 노래다. 가사도 슬프고 목소리도 슬프다. 다만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다 부르고 나면 분위기가 지나치게 숙연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다음 곡은 벅의 '맨발의 청춘'이어도 못 살린다.

유비스 - 별의 전설

노래와 안무 모두 대단히 파워풀했다. 어지간한 남학생들은 노래방에서 엄두도 내지 못할 고음의 노래다. 젝스키스 김재덕이 백다운을 하자 유비스는 이 ‘별의 전설’에서 사람 한 명을 어깨 위에 걸쳐 놓고 백다운을 하며 응수했다. 우리는 이걸 ‘유비스 백다운’이라고 불렀다. 안무 중에는 발차기를 하고 전기로 지지는 듯한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별의 전설’이 들어있는 1집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특급작전’을 타이틀곡으로 내건 2집은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시원하게 고음을 내지르며 파워풀한 모습을 선보였던 메인 보컬 장민호는 이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해 나비 넥타이를 하고 어머니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유비스가 트로트를 할 거라고는 당시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송지영 만세 ⓒ방송 화면 캡처

펄스 - 난 얘기하고 넌 웃어주고

얼굴도 잘 모르는 가수다. 남녀 혼성 그룹인데 이 노래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크게 히트를 한 곡도 아니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 노래방에서 한 번쯤은 다들 불러봤을 노래다. 특히나 커플이었던 이들은 서로 남녀 파트를 나눠 불러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정말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1990년대 숨겨진 명곡이다. “그때 그 소중했던 시간들을 다시 그 길을 거닐며 너와 이야기 하고 싶어. 보고 싶어. 널 만나고 싶어. 난 이야기하고 넌 웃어주고 우리 둘만의 세상에서”라는 후렴구 가사를 들으면 경쾌한 노래인데 그 시절이 떠올라 울컥해진다. 댄스곡도 사람을 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노래다. 숨겨진 명곡 중에서도 명곡이다. 그런데 왜 안 떴지?

O.P.P.A - 그대야 미안해

원조 슈퍼주니어라고 할 수 있는 8인조 댄스그룹 O.P.P.A는 ‘애국심’이라는 노래로 데뷔했다. “두만강 푸른 물에 수영을 하고 개마고원에서 스키를 타보자”라는 노래 가사는 지금이면 종북으로 몰리기에 딱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O.P.P.A의 노래 중 가장 히트를 한 건 역시나 ‘그대야 미안해’다. 신나고 애교 섞인 이 노래는 지금 들어도 그 흥이 여전하다. 멤버들이 잘 생겨 마니아 팬들이 많았지만 H.O.T와 젝스키스, N.R.G, 태사자 등 당대 최고의 남자 그룹이 즐비한 시대에 등장해 기대 만큼의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8인조 그룹이라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서 섭외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노래방에서 1절만 부르려고 해도 간주가 없어 2절까지 쭉 불러야 한다는 단점만 빼면 아주 훌륭한 곡이다. 이후 유닛 활동을 했는데 이는 아마도 가요계 최초였을 것이다. 이들의 노래 ‘겨울소녀’도 추천한다.

송지영 만세 ⓒ방송 화면 캡처

NOX - 미치도록

장담하는데 30대 여성 중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한 번도 안 불러본 이는 있어도 한 번만 불러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학생들의 분위기 띄우기용 18번이었던 노래다. 빅히트를 기록한 노래는 아니지만 후렴구를 들으면 기억할 만한 중독성 있는 노래다. 메인 보컬 김시내의 독특하고 시원한 음색을 따라하는 여학생들이 많았는데 자칫 잘못 따라해 주주클럽 메인 보컬 주다인의 모창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는 자주 나오지 못했고 itv에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NOX라는 이름을 버리고 C&G라는 팀명으로 돌아왔지만 C&G가 NOX였다는 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더 골드 - 2년 2개월

10대는 모를 거고 20대도 대부분이 생소한 노래일 것이다. 40대도 처음 듣는 곡일 가능성이 크다. 30대에서도 아마 여성들은 익숙하지 않은 노래일 것이다. 하지만 30대 남성이라면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금은 30대가 된 이들이 군대에 가던 시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등병의 편지’라는 명곡이 있지만 이 노래는 너무 올드했다. 보다 더 현실적인 더 골드의 ‘2년 2개월’을 들으며 군 입대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덜어냈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나오기에는 살짝 인지도가 부족한 노래지만 30대 남성이라면 누구나 흥얼거릴 법한 노래라 뽑아봤다. 하지만 더 골드는 이 한 곡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군 생활이 2년 2개월에서 점차 줄어 1년 9개월이 돼 이 노래를 부를 수 없었던 건 아닐까.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1990년대 가요계를 이야기할 때면 H.O.T와 젝스키스, S.E.S, 핑클을 주로 언급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들 말고도 대단히 많은 가수들이 등장했었다. 장르도 다양했던 가요계 르네상스 시대였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 첫 방송을 보니 앞으로도 어떤 가수들이 깜짝 등장해 추억을 소환할지 궁금해진다. 오늘 소개한 가수들은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출연하기에는 아주 살짝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한때 우리를 즐겁게 했고 지금 가끔 들어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명곡을 남겼다. 오늘은 펠레펠레 힙합 바지에 꽈배기 벨트를 하고 미찌코 런던 티셔츠를 입은 다음 오늘 소개한 노래들을 꼭 들어야겠다. 같이 들을 사람들은 나에게 삐삐 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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