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드래곤즈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현영민이 은퇴한다. 한국 축구 영광의 순간과 기쁨을 한껏 누린 2002년 월드컵 멤버 중 가장 마지막으로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매 경기 치열하게 싸운 것 같다"며 선수 생활을 뒤돌아봤다.

현영민은 전남 드래곤즈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운동장에서 수비수로, 다양한 공격수들을 만나며 치열하게 싸웠던 그는 "이제 선수로서 잘 해왔으니 홀가분하다"고 은퇴하는 심정을 고백했다.

그는 프로 축구에서 15년 동안 뛰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뛴 2002년 7월 7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을 꼽았다. 그는 "프로 데뷔하는 게 꿈이었다. 데뷔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프로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경기였다"면서 감회에 젖었다. 그는 또한 "은퇴 경기가 된 마지막 경기도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매 경기 치열하게 싸워왔던 것 같다"라며 "다행히 강등은 안 됐다. 주변에서 축하해주셨다"면서 지난 대구FC전을 기억했다.

그의 선수 생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울산에서 데뷔했고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FC서울, 성남 일화를 거쳐 전남으로 이적했다. 그는 주로 왼쪽 풀백에서 뛰었지만 전남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활약했다. 그는 "팀 상황이 그렇게 됐다. 그래도 그 포지션을 알게 되기도 하고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재미있었다"라고 전했다.

2002년 월드컵 멤버로서 마지막까지 현역 생활을 하는 선수.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그는 당시 팀 동료들과 선배들이 은퇴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꿋꿋하게 K리그를 지켰다. 현영민은 "팬들도 그렇고 국민적으로도 대부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시는 것 같다. 팀 2002 모임 쪽에서도 내가 마지막까지 뛰니까 마무리 잘 하라고 응원해주셨다"라면서 "흐지부지하게 마무리하지 않아 다행이다. 올해 K리그 개막식 때 전남에서 은퇴식도 열어주신다고 한다. 2002년 멤버들은 다들 지도자, 행정 일을 하고 계시니 나도 제2의 길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은 김병지 위원의 주도로 '팀 2002' 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 축구 유소년들과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 활동도 그 연장선이다. 현영민은 "좋은 취지의 모임이나 행사가 있으면 나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얘기했다"면서 "올해는 자주 뵐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제 축구 인생 후반전이다. 그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유소년 축구 지도자도 고민하고 있지만 다른 선택지는 심판이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이뤄지는 게 없다. 작년 겨울에 심판 교육을 받기도 했다. 나도 이쪽 세계를 잘 모르니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했고 선생님들도 도움을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심판이다', '무조건 지도자만 할 거야'가 아니라 이제 막 은퇴했기 때문에 여러 분야를 보려고 한다"고 말하며 "올해는 이것저것 경험도 하고 도전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성장도 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여러 분야에 도전하면서 축구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프리킥 궤적. 터치라인과 공격수들을 마주하며 혼신을 다한 현영민이다. 이제 그를 보내야 한다. 운동장을 떠나는 현영민도 팬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팬분들께 감사하다. 때로는 투쟁심이 지나쳐서 팬 여러분들이나 상대 선수들에게 조금 껄끄러웠던 게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려서 고맙고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같이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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