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텔라 감독 ⓒ 세비야 공식 페이스북

'송영주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이 매주 치열하게 펼쳐지는 경기들 중에서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기를 상세하게 리뷰하는 공간입니다. <스포츠니어스>는 앞으로 한 주에 한 경기씩 송영주 해설위원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독자들에게 글로 제공합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송영주 칼럼니스트] 빈첸조 몬텔라 감독이 세비야의 지휘봉을 잡고 데뷔전을 치렀다. 세비야는 4일(한국 시간) 스페인 카디스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라몬 데 카라산에서 펼쳐진 카디스와의 코파 델 레이 16강 1차전에서 놀리토와 헤수스 나바스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몬텔라 감독은 29일 세비야 감독으로 부임한 후, 6일 만에 데뷔전을 치러 승리했고, 세비야는 감독 교체의 효과를 보면서 오는 7일에 펼쳐지는 안달루시아 더비에 대한 희망을 높였다. 하지만 세비야는 카디스전에서도 수비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했다. 몬텔라 감독이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몬텔라의 전술적 아이디어, 카디스를 압도하다

카디스전 만으로 몬텔라 감독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몬텔라 감독은 세비야 감독으로 부임한 후, 1월 1일부터 훈련에 돌입해 불과 2-3일 훈련을 하고 카디스전을 치렀을 뿐이다. 또한 몬텔라 감독은 카디스전에서 다양한 세트피스 처리 능력과 공격루트를 보여준 반면에 수비라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후반전에 위삼 벤 예데르와 프랑코 바스케스, 파블로 사라비아 등을 투입하며 공격수만을 교체하기도 했다.

하지만 몬텔라 감독은 카디스전을 통해 4-2-3-1 또는 4-3-3 포메이션을 플랜A로 활용해 공수 밸런스를 맞추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몬텔라 감독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펄더(귀도 피사로와 스티븐 은존지) 앞에 바네가를 배치함으로써 바네가의 공격 능력을 최대한 높이면서도 상대와의 중원 전쟁에서도 우위에 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비야는 바네가가 자유롭게 공격을 지휘함에 따라 좌우 측면의 놀리토와 헤수스 나바스가 바른 템포로 상대의 뒷공간을 침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놀리토는 전반 9분 바네가의 패스를 감각적인 슈팅으로 선제골로 연결했고, 헤수스 나바스는 전반 23분 시몬 키예르의 46.49M에 달하는 롱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넣었다.

이에 더해 루이스 무리엘과 놀리토, 바네가, 은존지, 헤수스 나바스 등은 끊임없이 슈팅을 시도하면서 카디스의 수비를 벼랑 끝으로 몰았고, 놀리토는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 루벤 야네스 골키퍼의 활약이 없었다면 카디스는 전반에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루이스 무리엘의 결정력이 아쉬움을 남겼지만 세비야가 전반전에 보여준 파괴력은 대단했다.

몬텔라 감독, 수비라인은 어떻게?

카디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카디스는 2005-06시즌 라 리가 19위로 강등된 후, 지난 12시즌 동안 세군다와 세군다B에서 활약했지만 올 시즌 세군다리가 2위를 기록하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후반전에 여실히 드러났다. 다비드 바랄과 알베르토 페레아, 살바 산체스, 알바로 가르시아 등이 활약하면서 세비야의 수비를 흔들기 시작했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후반 40분 살바 산체스의 페널티킥 실축은 아쉬움이 크게 남을 만한 장면이었다. 세비야의 세르히오 리코 골키퍼의 활약이 없었다면, 카디스의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세비야는 1-2골을 실점했을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세비야의 수비가 후반전 들어 급격하게 무너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에두아르도 베리소 감독과의 불화설로 11월부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스티븐 은존지는 후반전 기동력에서 문제를 노출했고, 귀도 피사로는 위치 선정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여기에 좌우 풀백인 에스쿠데로와 세바스티앙 코샤도 집중력이 흔들리면서 측면 뒷공간을 허용하는 장면을 노출했다.

몬텔라 감독이 포백과 스리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수비의 안정감을 상승시키려면 은존지의 잔류와 부활이 필요하다. 은존지는 과거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 밑에서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을 오가며 강한 압박과 공중볼 장악, 공수 연결을 펼치던 모습을 몬텔라 감독 밑에서도 재현해야 한다. 만약 은존지가 경기 감각을 빠르게 회복하지 못한다면 세비야의 수비는 생각보다 더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몬텔라 감독이 영리한 감독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몬텔라 감독은 카디스전에서 바네가를 우나이 에메리 감독처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은존지가 이적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은존지를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처럼 활용하며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할 것이 분명하다. 역시 몬텔라 감독 앞에 해결할 문제는 여전히 많지만 세비야와 몬텔라 감독은 이를 극복할 능력도 또한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세비야가 몬텔라 감독 밑에서 어떻게 변할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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