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풀 FC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17세 이하 잉글랜드 대표팀과 리버풀 유소년 클럽에서 활약하는 리안 브루스터(17)가 용기를 냈다. 그가 해외에서 당한 인종 차별 사례, 그리고 그의 팀 동료들이 인종 차별을 당한 목격담을 전했다.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 자신 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라며 사람들을 일깨웠다.

해당 소식은 해외 주류 매체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뤘다. 첫 인터뷰 기사는 <가디언>을 통해 나왔다. 이후 , <인디펜던트> 등도 이 소식을 전했다. 는 "브루스터가 큰 용기를 냈다"라고 전했으며 <인디펜던트>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위르겐 클롭이 리안 브루스터를 칭송했다"라고 전했다.

브루스터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12살 때 처음으로 인종 차별을 당했다. 첼시 유소년 팀에 있을 때 러시아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다"라면서 "팀 동료들과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유색인종이었고 그곳엔 '원숭이' 응원가가 들렸다. 10명 정도가 그랬다. 나는 코치에게 말했고 그는 매우 화를 냈다. 그는 경기 주최측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렸고 그들을 쫓아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최근까지 인종 차별을 당했다고 밝혔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경기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와의 경기였다. UEFA가 주최하는 유소년 리그에서 그가 속한 리버풀 유소년 팀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를 만났다. 그가 파울을 당하고 운동장에 쓰러지자 모스크바 선수 중 한 명이 그의 얼굴 위에 앉아 흑인을 비하하는 발언과 함께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uck my d***, you n****r, you n****)인종 차별 발언을 들은 브루스터는 즉시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주심과 대기심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는 세비야 유소년 팀과의 경기에서도 인종 차별을 겪었다. 세비야 선수는 브루스터와 말다툼을 하면서 흑인 비하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스터는 그 말을 듣자마자 분노해 곧바로 운동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잉글랜드 17세 이하 대표팀이기도 한 그는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혐오 발언과 마주했다. 우크라이나 골키퍼와의 경합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고 브루스터는 골키퍼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경기 후 벤치에 있던 우크라이나 선수와 시비가 붙었다. 우크라이나 선수 또한 그를 향해 흑인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루스터에겐 영광의 순간일 수도 있었던 17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그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야 했다. 결승전에서는 그가 아닌 그의 대표팀 동료가 먼저 차별을 당했다. 17세 이하 스페인 대표팀과의 결승전에서 스페인 선수 한 명은 울버햄프턴에서 뛰고 있는 모건 깁스-화이트에게 '원숭이'라고 불렀다. 브루스터는 팀 동료를 위해 스페인 선수들과 언쟁을 벌였다.

해당 소식은 성인이 되지도 않은 유소년 선수들에게 쏟아졌던 인종 차별이라는 점에서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는 평이다. 게다가 브루스터는 잉글랜드 유소년 축구를 대표하는 대표팀 선수다. 그는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쥔 만큼 이후에도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가디언>은 브루스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들은 말들을 가감 없이 그대로 지면으로 옮기면서 사건들을 선명하게 전달했다.

브루스터는 UEFA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UEFA가 인종 차별 문제를 그들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그는 "인종차별 반대 배너 뒤에서 사진을 찍으면 뭐하나. 모스크바전, 세비야전이 열리기 전에도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매번 차별적인 행위들이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브루스터가 UEFA를 비판한 이유는 UEFA가 해당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리버풀 구단은 브루스터가 당한 일에 크게 분노하며 경기 중에는 대기심에게 공식적으로 불만을 전달했고 이후 서면으로도 UEFA에 해당 사건을 보고했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벌어진 사건도 FIFA에 알렸다.

잉글랜드 FA는 월드컵 결승전에서 일어난 일들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보고했지만 아직 그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알리지 않았다. 세비야전에서 벌어진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마됐다. UEFA는 모스크바 구단에 500석 출입 금지와 운동장에 'Equal Game' 배너를 달도록 지시했다. UEFA는 브루스터에게 충격적인 언행을 범한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유소년 팀의 주장, 레오니드 미로노프(19)에 대해 윤리 및 징계 기관에 회부하기로 결정했지만 공청회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로노프의 에이전트는 "추측에 기반을 둔 일방적인 주장이며 매우 불합리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브루스터는 "만약 내가 그를 때려눕혔다면 나는 100% 징계를 당했을 것이다. 그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가 징계를 당하길 원한다"라고 전했다.

브루스터의 용감한 행동 뒤에는 리버풀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마이클 고든 구단주는 개인적으로 부르스터에게 여러 번 연락했고 구단 관계자들이 그를 지지한다고 알렸다. 위르겐 클롭 감독도 브루스터가 <가디언>을 만나 해당 내용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리버풀 아카데미 디렉터 알렉스 잉글소프와 리버풀의 전설 스티븐 제라드가 브루스터의 곁에서 그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왔다.

브루스터는 "나는 축구가 좋다. 이 열정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실망스럽다. 이런 일이 없다면 축구를 훨씬 더 좋아했을 것이다. 해외에서 경기를 뛸 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원정 팬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상대 선수가 어떤 말을 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득점을 해도 그들이 날 어떻게 부를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라면서 "나는 UEFA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치 쓰레기를 안 보이는 곳으로 밀어 넣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덧붙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intaekd@sports-g.com